연체동물들이 다 자라면 적어도 몇 종류의 살충제에 직접적으로 중독될 위험성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렇다고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굴과 조개의 소화기관을 비롯한 각종 조직에는 이런 유독성물질들이 축적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런 굴과 조개를 통째로, 가끔은 날로 먹기도 한다.

우리는 농장과 삼림에 뿌려진 살충제가 상당수, 아니 아마도 모든 주요 강을 따라 바다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화학약품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 그 총량은 얼마나 되는지는 알지 못하며, 지금으로서는 바다로 흘러들어 희석되어버린 물질을 밝혀낼 수 있는 좋은 검사 방법도 없는 상태다.

더 강력한 독성을 지닌 약제를 만드는 데 매년 지출하는 비용의 아주 일부분만이라도 건설적인 연구비로 전환할 수 있다면, 이런 화학물질들을 더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고 또 그런 독극물이 수로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쯤이면 세상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충분히 깨닫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게 될까?

한 영국 생태학자의 말처럼 ‘놀라운 죽음의 비’가 지구 표면에 내리고 있다

한때 독극물은 해골과 엇갈린 뼈가 그려진 용기에 담겨 있었고, "부득이하게 사용할 때에는 극도로 주의해야 하며 사용 목적 이외의 대상에는 절대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함께 표기되곤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새로운 유기 살충제가 개발되고 비행기들이 남아돌자, 이런 경고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히고 말았다.

현재 사용되는 독극물은 예전 그 어떤 것보다 위험한데 놀랍게도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그리고 구제 목표인 곤충이나 식물뿐만이 아니라 화학약품이 뿌려진 지역에 사는 인간마저도 예기치 못한 재앙처럼 독극물과 접촉하게 되었다. 숲과 경작지만이 아니라 마을과 도시에도 유독물질이 살포되고 있는 것이다.

외래종인 이 곤충들이 미국에 소개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철학에 힘입어 농무부의 방제 관련 부서는 갑자기 매우 과격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나방을 전파시킨 주요 매개체는 바람이었다.

나방들은 알 껍질 안에서 겨울을 난다.

(‘박멸’은 한 종을 분포 범위 내에서 완전히 사멸시키거나 없애버리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 계획은 연속적으로 실패했고, 농무부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종을 ‘박멸’하겠다고 두세 번 되풀이해서 공표해야 했다.)

광활한 지역에 대한 방제가 일상화하자 환경보호론자들은 점차 동요하기 시작했고, 1957년 300만 에이커에 대해 살충제를 살포하는 계획이 발표되자 그 저항은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농무부 담당자들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이런 불평을 무시하고 말았다.

롱아일랜드 지역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은 살충제의 대량 살포에 대한 일반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은 개인의 재산권을 무시하는 방제 당국의 권위와 압력에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내용이 지역 위생국에 보고되었음에도 오염된 우유의 시장 유통을 금지하는 훈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소비자 보호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5월이 되었는데도 뜰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너무 비참했다."

매미나방 퇴치 계획은 여러 면에서 무책임했다.

이 기간에 방역 당국은 롱아일랜드에서 걱정스러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매미나방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매미나방을 영원히 없애려던 농무부는 이 일로 대중의 신뢰와 호의를 잃었을 뿐 아니라 상당히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화학약품의 개발과 함께 불개미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갑작스럽게 변했다.

"미국 농무부가 실시하는 광범위한 해충구제 계획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의 살충제 제조업체들은 노다지를 캔 것처럼 보였다."

이 계획은 충분치 못한 준비와 서투른 시행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해충 방제에 관한 극히 해로운 실험인 동시에 막대한 비용과 다른 동물들의 죽음, 농무부에 대한 신뢰 추락이라는 값비싼 희생을 치르게 한 실험이었다. 이런 일에 엄청난 정부 예산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몇몇 곤충학자는 불개미의 경우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활동 형태도 변하기 때문에 몇 십 년 전의 관찰은 현재에 이르러 별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 개미에게 물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 백만 에이커의 땅에 독극물을 뿌려대는 행위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아이들이 물리는 상황을 예방하려면 그저 개인적으로 개미집을 없애면 된다.

이에 대해 미국 각 주의 자연보호 관련 부서, 연방 정부의 자연보호 관계 당국, 생태학자, 심지어 곤충학자들까지 당시 농무부장관이던 에즈라 벤슨(Ezra Benson)에게 긴급 항의서를 보냈다. 최소한 헵타클로르와 디엘드린이 야생동물과 가축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불개미 퇴치를 위한 살충제 적정량이 밝혀질 때까지만이라도 계획을 연기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항의는 무시되었고 1958년 살충제가 뿌려졌다. 첫해에 100만 에이커에 약제가 살포되었다. 결국 살충제 관련 연구는 죽은 동물을 해부하며 수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살충제가 뿌려진 지역에서 몇몇 야생동물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가금류, 가축, 애완동물도 죽었다. 농무부는 이런 피해의 증거를 과장되고 오도된 것이라고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진실은 속속 등장했다. 텍사스 주의 하딘 카운티에서는 화학약품 살포 후 주머니쥐, 아르마딜로, 너구리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살충제를 뿌린 지 2년 뒤 겨울에는 아예 이런 동물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이 지역에 남아 있던 몇몇 너구리의 조직에서는 화학물질 잔류물이 발견되었다.

"농약을 살포한 사람들에게 심하게 화를 냈다"며 코탬 박사는 이렇게 적었다. "그 농부는 농약 때문에 죽은 소 19마리를 파묻거나 폐기처분해야 했다. 게다가 서너 마리의 소가 비슷한 종류의 농약 살포로 더 죽었다. 태어나서 먹은 것이라고는 어미 소의 젖밖에 없는 송아지들도 죽어갔다고 한다."

"만약 이 송아지들이 어미젖을 먹고 유독물질에 중독되었다면 그 지역 착유장에서 수거한 우유를 마시는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또 농작물에 뿌려진 화학물질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여기서 제안한 기간이 적합한지도 의아스럽다.

간단히 말해서, 농무부는 살충제를 살포하면서 이미 발표된 기초적인 사실조차 살펴보지 않았고, 알고 있다고 해도 그 결과를 무시했다.

"이 방제 사업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고안되었고 형편없이 실행되었으며 책임을 공공 기관과 개별 기관에게 전가해버린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실시한 불개미 방제 사업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이 사업이 시작되었을 때보다 훨씬 더 넓은 농경지가 피해를 입고 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은 살충제의 대규모 살포만은 아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소규모이지만 매일 또는 매년 지속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일이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마침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세상에서 완전히 고립된 사람을 제외하고 이런 오염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평범한 시민이라면 우아한 판매 기술과 얼굴 없는 설득자에게 속아 넘어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물질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아마 자신이 이런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살 때에도 ‘독극물 장부’에 서명을 해야 하는데 상점에 걸어 들어가 훨씬 더 치명적인 성분의 물질을 구할 때에는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는다.

바야흐로 심각한 독극물 시대가 왔다고 할 수 있다.

화학물질에 관한 기초 지식이 없어도, 인근 슈퍼마켓을 몇 분만 돌아다니면 아무리 대담한 소비자라도 깜짝 놀랄 것이다.

살충제 관련 코너에 커다란 해골과 엇갈린 뼈다귀 표시가 그려져 있다면 소비자는 적어도 이곳이 독극물과 관련된 물건을 다룬다는 사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살충제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모습으로 소비자를 찾아온다.

통로 건너편에는 피클과 올리브가 놓여 있고 옆 칸에는 각종 목욕용품과 세탁용 비누가 즐비한 가운데 살충제들은 높이 쌓여 진열된다. 아이들의 손이 쉽게 닿는 유리용기 속에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만일 어린아이나 부주의한 어른이 이 살충제를 건드려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화학물질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위험은 구매자의 집에까지 이어진다.

DDD가 들어 있는 나방 제거제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압력을 받거나 고온이나 불길에 노출되면 폭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적혀 있다. 부엌을 비롯해 가정에서 사용하는 살충제에는 클로르데인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수석 약리학자는 클로르데인을 뿌린 집에서 생활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유독물질은 매우 호감 가는 용기에 담겨 있으며, 사용하기도 쉽다. 흰색 또는 기호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을 입힌 부엌용 선반 벽지는 한 면뿐 아니라 양면에 모두 살충 성분이 묻어 있다. 살충제 제조업자들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해충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DIY 안내책자를 만들어 배포한다. 쉽게 손이 닿지 않는 구석, 캐비닛의 갈라진 틈에도 버튼을 누르듯 손쉽게 디엘드린을 뿌릴 수 있다.

지갑에 넣고 다니거나 해변, 골프장, 낚시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켓용 살충제 분사기 광고를 보면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곤충들을 물리칠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살충제와 함께 살아가는 셈이다. 잠자리에 들 때에도 디엘드린으로 방충 처리한 담요를 덮으니 말이다.

새로운 원예기구가 계속 쏟아져나와 잔디밭이나 정원에 유독물질을 살포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고, 유독물질과 접촉하는 횟수 역시 늘어났다. 예를 들어 호스의 끝에 살충제 용기를 매달아 마치 정원에 물을 뿌리듯 클로르데인이나 디엘드린 같은 위험물질을 살포하기도 한다. 이런 장치는 그 호스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해로운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뉴욕타임스〉는 원예 면에서 "특별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이러한 유독물질이 수관을 따라 식수원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반드시 기재하려고 노력한다.

정원사가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열성적 원예애호가인 한 의사의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그는 잔디밭에 매주 DDT와 말라티온을 규칙적으로 뿌렸다. 수동식 분사기나 호스에 부착하는 분사 도구를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피부와 옷에 살충제가 묻곤 했다. 이런 일이 1년쯤 계속되던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지방층에서 23ppm의 DDT가 검출되었다. 심각한 뇌손상이 일어났는데 진료를 맡은 의사는 그의 뇌손상이 영구적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체중이 줄고 심각한 피로감에 시달렸으며 근력 약화를 겪게 되었는데, 이는 말라티온 중독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증상이 너무 심각해 그는 더 이상 의사로 일할 수 없게 되었다.

공구상이나 원예용품점에서 볼 수 있는 살충제 설명서에는 이런 물질을 다루거나 뿌릴 때 생기는 위험에 관해 아무런 말도 없다. 대신 아버지와 아들이 잔디밭에 살충제 뿌릴 준비를 하고, 어린아이들은 개와 함께 잔디밭에서 뒹굴고 있는 행복한 가족이 등장할 뿐이다.

미국 공중위생국의 연구팀은 일반 식당과 여러 기관의 구내식당에서 많은 분석 시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음식에서 DDT가 검출되었다. 과학자들은 "DDT가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일과 채소에는 잔류농약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농약은 씻어도 잘 없어지지 않는데, 유일한 해결책은 양상추나 양배추처럼 겉잎을 떼어내거나 칼로 벗겨내는 등 껍질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조리를 한다고 해도 이런 농약은 파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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