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는 대부분 비선택적이다. 없애려는 특정한 종만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맹독성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살충제와 접촉하는 모든 생물,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 농부가 키우는 가축, 들판에서 뛰노는 토끼, 하늘 높이 날아가는 종달새가 모두 위험에 빠진다. 이런 동물은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사실 동물들과 그 주변 환경의 존재 덕에 인간의 삶이 더욱 즐거워진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보답으로 갑작스럽고 무시무시한 죽음을 선사한다.

살아 있는 생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묵인하는 우리가 과연 인간으로서 권위를 주장할 수 있을까?

새들 역시 죽어갑니다. 무언가 대책이 있을까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아끼는 암말과 망아지를 돌보기 위해 일찍 일어난 어느 날 아침, 저는 지저귀는 새를 단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기괴하고 두렵기까지 한 일이었습니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이 세상에 인간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요?

수많은 미국인에게 울새의 출현은 기나긴 겨울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이 새의 등장은 뉴스를 통해 보도될 정도이고, 사람들은 아침 식탁에서 울새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울새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숲에 처음으로 녹색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아침 햇살 사이로 울려 퍼지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봄날을 맞는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지나간 옛일이 되어버렸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새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당연시 여기게 되었다.

새들은 ‘불행을 전혀 예상치 못한 채’ 자신들에게 익숙한 곳으로 다시 날아온 것이다.

치명적인 중독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울새를 멸종으로 이끄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불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모든 새에게 드리워지는 것이다. 불임은 농약과 잠재적 접촉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생물에게로 확대되고 있다.

무성한 관목 사이를 헤치며 날아다니다 낙엽 위에 내려앉아 바스락거리면서 먹이를 찾는 숲참새, 흰목참새도 농약에 희생되고 말았다.

새들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중에는 진홍색과 황금색 머리장식이 눈길을 끄는 숲의 요정 솔새와 모기잡이새, 봄이 되면 떼 지어 돌아와서 나무 사이마다 다양한 생명의 색채를 퍼뜨리는 휘파람새가 있다.

나무 위에 사는 휘파람새는 중독된 곤충을 먹음으로써 직접적으로 중독되기도 하고, 먹이 부족이라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제 여름날 아침에는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남은 새라고는 그저 비둘기, 찌르레기, 참새뿐. 참기 어려운 비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집 뒤뜰의 아름다운 새들이 모두 죽는 날이 올까봐 두렵습니다. 슬프고도 가슴이 메는 일입니다. 그러나 저를 더욱 좌절시키고 화나게 만드는 것은 도살자들이 목표로 한 일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살충제는 새를 죽이지만 그렇다고 느릅나무를 살리지도 못한다.

‘종 다양성 유지’

유독물질은 살충제와 직접 접촉을 하지 않은 새들의 다음 세대에까지 전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수리의 체내 조직에도 많은 DDT가 축적되었던 것이다. 농병아리·꿩·메추라기·울새 들처럼 독수리 새끼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종의 연속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새가 쉽게 이삭을 따먹지 못하는 옥수수 종자를 뿌리면 문제가 간단했을 것을, 농부들은 독극물로 새들을 없애버리기만 하면 간단하다는 용이성에 현혹되어 죽음의 사명을 띤 비행기를 띄웠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찾아다니다 길을 잘못 든 사람들이 오염 지역에 발을 들이는 것은 누가 막을 것인가?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잔물결이 일듯이, 유독물질의 연쇄 작용을 일으켜 죽음의 물결을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쪽 접시에는 딱정벌레들이 갉아먹은 나뭇잎을 올려놓고, 다른 쪽 접시에는 유독성 살충제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몽둥이에 스러져간 새들의 잔해와 다양한 빛깔의 가련한 깃털들을 올려놓은 채 저울질한 사람은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하늘을 나는 새들의 부드러운 날개가 모두 사라져버린 황폐한 세상이 되더라도 벌레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설령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가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 권력을 맡긴 관리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움과 자연의 질서가 깊고도 엄연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깐 소홀한 틈을 타 위험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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