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고유한 복원력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관목이 다른 나무의 침입에 강하게 저항한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선택적 살포란 도로와 철로 변을 풀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처치를 통해 키 큰 나무들만 제거하고 다른 식생들은 보존하는 것이다.

관목이 터를 잡은 곳에서는 다른 나무들이 자랄 수 없다. 식물 생장을 조절하는 최선의 방법이자 최고로 안전한 방법은 화학약품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른 식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부분 한번 굳어진 습관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제초제 살포가 계속 이루어지고, 납세자들은 그 엄청난 비용을 책임져야 하며, 거미줄처럼 얽힌 생태학적 연결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약물의 무차별 살포가 계속 번성하는 것이다. 만일 사람들이 마을 도로변에 제초제를 매년 한 번씩 뿌리는 대신 20∼30년에 한 번만 뿌려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개한 납세자들은 분명히 들고일어나 제초 방법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2,4-D를 뒤집어쓴 금불초는 가축들에게 좋은 먹이로 비쳐진다.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화학약품이 식물의 대사 작용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화학약품이 식물의 당분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 동물들에게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은 도자기 진열실에 들어간 코끼리처럼 자연을 짓밟고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곡식 사이에 자라는 잡초들이 모두 해로운지, 혹시 그중 어떤 것은 도움이 되지는 않는지 잘 알지 못한다."

네덜란드 식물보호국의 과학자들은 화학 살충제를 뿌리거나 토양에 약물을 살포하는 대신 장미나무 사이에 마리골드를 심으라고 제안했다. 순종원예주의자들이 잡초로 취급하는 마리골드의 뿌리에서는 토양 속의 선충류를 죽이는 물질이 분비된다. 공원 측은 이 충고를 받아들여 어떤 장미꽃밭에는 마리골드를 심었고, 몇 군데는 그대로 두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마리골드의 도움으로 장미는 다시 건강하게 번성했다. 그런데 마리골드를 심지 않은 꽃밭의 장미는 이미 시들었다가 점차 죽어갔다. 오늘날 선충류를 해결하는 데 마리골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흔히 ‘잡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런 자연적 식물 군락은 토양 상태를 나타내주는 지표 구실을 한다. 그런데 화학 제초제를 사용하면 이런 유용한 기능이 상실되게 마련이다.

"잡초를 없애기 위해 2,4-D를 광범위하게 사용했지만, 또 다른 잡초가 갑자기 늘어나 옥수수와 콩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자연을 제어하려는 노력이 부메랑처럼 원점으로 되돌아온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건초열의 원인이 되는 돼지풀이다.

대기 중에 날리는 꽃가루의 원인은 길가가 아닌 도시의 빈터나 휴경지에서 자라는 돼지풀이다.

상표 이름만으로는 성분을 절대로 짐작할 수 없는 이런 화학물질들에는 수은, 비소, 클로르데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몇몇 도로변에서 선택적 살포가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 농장, 숲, 목장 등에서도 생태학적으로 건전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이 방식은 특정 생물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식생을 살아 있는 공동체로 인식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방제법은 원치 않는 식생을 조절하는 데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많은 문제는 자연이 이미 대면한 것이고 또 자연은 그런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잘 해결했다. 인간이 자연을 관찰하고 열심히 따라할 정도로 영리하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식물을 방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정 식물을 먹이로 하는 곤충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목초지를 관리하는 데 이런 가능성이 대체로 무시되었다.

곤충들은 자신이 원하는 식물만 먹이로 삼는데 그런 제한적인 식성을 잘 이용한다면 우리에게 상당한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최근 몇 세기 동안의 역사를 살펴보면 서부 평원에 사는 버펄로의 도살, 시장에 내다 팔려는 사냥꾼들의 바닷새 남획, 깃털을 얻기 위한 해오라기 포획 등의 사례가 보여주듯 어두운 길을 걸어왔다.

여기에 무차별적으로 대지에 뿌려지는 화학 살충제에 의한 새, 포유류, 물고기, 모든 종류의 야생동물 살해라는 새로운 국면의 위협이 추가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연의 그 어떤 존재도 농약살포용 기구를 든 인간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철학을 지닌 듯 보인다.

곤충을 완전 박멸하는 성스러운 전쟁에서 우연한 희생자는 대수롭지 않게 취급된다. 방제 대상인 곤충과 우연히 같은 지역에 살게 된 울새, 꿩, 너구리, 들고양이 또는 가축이 약물의 세례를 받더라도 그 누구도 항의하지 않는다.

새, 포유류, 물고기 중 어떤 종은 한 번 정도의 살충제 살포는 견딜 수 있다고 해도 사실 속으로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살충제가 뿌려지는 지역이 넓을수록 생물의 기본적인 안전을 지켜주는 오아시스가 없어지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심각해진다.

주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풍뎅이가 나타났기 때문에 살충제를 살포했다고 한다. 정당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주에서는 관련 인력을 제공했고 방제 사업을 감독했으며 연방 정부는 장비와 그 밖의 인력을 제공했고 지역공동체가 살충제 비용을 댔다.

비행기가 계속 방제 작업을 하면서 살충제가 마구잡이로 풍뎅이와 인간에게 살포되었고, 쇼핑을 하거나 일터로 나가거나 점심시간을 맞아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들은 ‘아무런 해가 없는’ 독극물 세례를 받게 되었다. 주부들은 현관문과 도로에 떨어진 ‘흰 눈 같은’ 분말을 쓸어냈다.

살충제가 뿌려지고 며칠 뒤 비가 내렸는데, 웅덩이에 고인 빗물을 마시거나 그 물로 목욕을 한 새들은 심각한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이 사업이 거둔 변변치 못한 성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일리노이 주 생물학자들의 추정치는 최소 수준을 넘지 못했다. 만일 연구 사업에 대한 재정적 보조가 충분히 이루어졌더라면 놀랄 만한 규모의 생태계 파괴 실상이 밝혀졌을 것이다.

셸던에서처럼 화학물질 살포에 의한 총체적인 파괴라는 진짜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 이러한 판단은 포자 배양은 단 한 번이면 족하고, 초기 투자가 필요한 비용의 전부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내린 결론임이 틀림없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몇몇 성공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놀라운 발전’이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 온전하고 균형감 있는 방제가 가능해질 것이며, 파괴 행위의 정점에서 진행된 중서부의 악몽 역시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일리노이 주 동부에서 자행된 살충제 유포 사건은 과학적 문제뿐 아니라 도덕적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 또 스스로 자부심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서 생명에 대한 잔인한 전쟁을 수행하는 문명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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