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이트로’ 계열의 화학물질 역시 제초제로 사용된다. 이 물질은 미국에서 사용되는 것 중 매우 위험한 물질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다이나이트로페놀은 물질대사를 급격히 촉진하기 때문에 한때 체중감량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살을 빼는 데 알맞은 적정량과 중독 또는 죽음에 이르는 치사량 사이의 차이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몇몇은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만성중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방사능이 유전으로 인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면서 심각성 면에서 이와 비슷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왜 무관심한 것일까?

지구상의 많은 사람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다. 인간이 자신의 기원을 망각하고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잊어버리는 순간, 물은 다른 자원과 더불어 무관심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단 한 종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한 주(州)에서만 200만∼300만 에이커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살충제가 뿌려졌다. 이 살충제는 개울물에 직접 뿌려지기도 하고 나뭇잎을 타고 숲속 지표면으로 스며들어 바다를 향해 긴 여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또 곤충이나 설치류를 없애려고 농지에 뿌린 수백만 파운드의 농약이 비를 타고 씻겨 내려가 바다로 흘러가기도 했다.
시냇물과 우리가 마시는 물에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가 도처에서 발견된다.

오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는 매우 힘들다.

수질오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하수의 광범위한 오염이다. 어디에서든 물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은 결국 모든 수자원을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연의 구성 요소들이 각기 폐쇄적으로 분리되어 작동한다면 이렇게 지구상의 수자원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땅에 떨어진 비는 토양과 암석에 난 구멍과 틈을 따라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모든 틈을 물로 채운다. 그러다 언덕 밑에 이르러서는 다시 솟아오르고 골짜기 밑으로 더 깊게 가라앉아 지표 밑을 따라 어두운 바다로 흐른다. 지하수는 느리게는 1년에 50피트(약 15미터), 빠르게는 하루에 0.1마일(약 161미터) 정도의 속도로 언제나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수로를 따라 흐르다가 지표 위 샘으로 분출하거나 우물에 고여 들어 솟아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냇물이나 강으로 유입된다. 비가 강으로 직접 내리거나 지면을 따라 바로 시냇물로 흘러드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흐르는 물은 대부분 지하수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은 모든 물의 오염을 의미하는 것이다.

두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섞일 경우 강에 방류된 방사성폐기물과 화학물질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방사능물질이 이온화하면 원자의 재배열이 쉬워지는데, 이때 화학물질의 본질이 완전히 변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를 통제하기도 불가능해진다.

거의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플랑크톤은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고 사라졌지만, 물속에서는 검출되지 않던 유독 성분이 세대를 거듭해 번식한 플랑크톤에서는 계속 발견되었다. 호수에 사는 동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화학물질 투입이 중단된 지 1년 후 실시된 분석에서 물고기, 새, 개구리 등에서도 역시 DDD가 검출되었다. 이 동물들의 체내에서 발견된 화학물질은 물속의 농축도보다 훨씬 더 강했다.

우리는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이 어떻게 오염되고 있는지 좀더 확실하게 살피려면 지구상의 또 다른 자원인 토양에 관해 알아봐야 한다.

대륙의 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층인 토양은 인간을 비롯한 지상 모든 생물의 생존을 결정한다.

우리는 땅속 유기체들의 상호관련성과 그들이 사는 세계, 그 위의 세계에 관해 너무나도 모르고 있다.

토양 속의 생물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박테리아와 실처럼 미세한 균류이다.

박테리아, 균류, 해조류는 유기물을 썩게 만들어 동식물의 유체를 원래의 구성 원소인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런 미생물이 없다면 토양과 대기와 살아 있는 생물들을 통한 탄소와 질소의 순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해충 방제는 토양이 아무런 반격도 하지 않은 채 독극물을 그대로 수용하리라는 추측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토양의 본성에 관해서는 아무런 배려도 없이 말이다.

토양에 뿌려지는 살충제에 관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독성이 몇 달 또는 심지어 몇 년까지도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토양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식물 조직이 오염된 토양에서 흡수한 살충제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1960년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만난 일단의 과학자들도 이런 사실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들은 화학물질이나 방사능물질처럼 ‘잠재적으로 위험을 지니며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수단’의 사용에 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인간이 행하는 몇몇 잘못된 시도는 토양의 생산성을 파괴할 것이며, 결국 절족동물이 이 땅의 주인이 될 것이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우리의 식량을 만들어주는 식물이 없다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물에 대해 우리는 정말로 편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각적인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식물을 잘 키우고 보살핀다. 하지만 지금 당장 별로 바람직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거라면 즉시 이 식물을 없애버린다.

인간이나 가축에게 해를 끼치는 식물뿐 아니라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식물이라고 해도 우리의 좁은 소견으로 볼 때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있다면 바로 제거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별로 원치 않는 식물과 연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거되는 식물도 있다.

식물과 대지, 식물과 식물, 식물과 동물 사이에는 절대 끊을 수 없는 친밀하고 필수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식물 역시 생명계를 구성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이다. 우리는 가끔 이런 관계를 교란하는 선택을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한참 후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려 깊게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일을 계획할 때에는 그 주변 역사와 풍토를 고려해야만 한다. 자연 식생은 그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이 벌이는 상호작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경관을 갖추게 되었는지, 왜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마치 활짝 펼쳐진 책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 펼쳐진 쪽조차 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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