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벌어지고 있는 일의 실체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저택의 거실은 헛되이 어린 주인을 기다릴 테고, 여인의 두 손은 떠난 이가 열어놓은 창문을 조용히 닫을 것이며, 다른 창문들 역시 빗장이 채워진 채 어둠 속에서 눈물과 탄식에 잠기리라.

그 꿈이 그의 마음에 굉장히 깊은 인상을 남긴 터였다. 그가 특별히 미신을 믿지 않는다 해도, 그 꿈은 틀림없이 미래의 일과 어둡고 부정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만 같았다.

일몰은 희망의 시간이었고, 그는 영웅담을 상상했다. 아마도 현실에서는 결코 증명해 보일 수 없을 이야기들이지만 인생에 용기를 북돋아준다는 쓸모가 있었다.

불길한 무언가가 생겨나려는 것처럼 그 땅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

수녀처럼 보이는 검은 돌이지.

운명의 중요한 순간들이 우리에게 다가오지도 않은 채 눈앞에서 지나가버리는 순간, 그래서 우리가 수북이 쌓인 낙엽 사이에 홀로 남겨져 잃어버린 일생일대의 기회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동안 그 찰나의 울림이 멀리 사라져가는 순간에 선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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