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뭐라 말할 수 없이 모호하지만 두려움과 매혹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그가 제라늄과 카네이션을 구별하지 못하고, 참나무와 자작나무를, 마스티프와 그레이하운드를, 암사슴과 암양을, 밀과 보리를, 경작지와 휴경지를 구분하지 못하며, 작물의 윤작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오렌지는 땅속에서 순무는 나무 위에서 자란다고 생각하며, 시골 풍경보다 도시 풍경을 선호했다는 것이나 그 밖의 많은 사실들은 그런 부류의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던 올랜도를 놀라게 했다.

그들의 몸은 활동적이고 용맹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나태하고 소심하다는 것도 떠올렸다. 이런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곤혹스럽고 적절한 균형을 잡을 수 없게 되자 그는 다시는 편안한 잠을 허용하지 않을 불안하고 성가신 유령을 집 안에 들여놓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인을 보기만 하면 물어뜯으려 해서 거의 6주간 묶여 있던 마스티프를 풀어놓으면서, 올랜도는 그 투덜거리는 목소리에서 벗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다시 혼자라는 것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들과의 관계는 끝났으니까.

그리하여 서른 살가량의 나이에 이 젊은 귀족은 인생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했고, 그 경험들이 모두 무가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그가 조금이라도 믿는 것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개와 자연, 사슴 사냥개와 장미 덤불이었다. 다양하기 그지없는 세상과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인생이 차차 그 두 가지로 귀결되었다.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어떤 남자나 여자에게도 말을 걸 필요가 없다면, 자신의 개들에게 말하는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면, 어떤 시인이나 공주도 다시 만나지 않는다면, 자기에게 남은 세월을 꽤 만족해하며 지낼 거라고 생각했다.

너도밤나무가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돌돌 말린 어린 고사리 잎사귀가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한 노파가 30분이면 쓸어 버릴 수 있는 먼지 조금과 거미줄 몇 개를 제외하면 자연이 2백~3백 년간 대체로 변함없이 지속되어 온 것을.

하지만 시간은 동물과 식물이 놀랍도록 때맞춰 번성하고 서서히 사라지게 하면서도, 불행히도 인간의 마음에는 그처럼 단순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욱이 인간의 마음은 마찬가지로 기묘하게 시간에 작용한다. 한 시간이 언짢은 상태의 인간 마음에 머물 때는 시계 시간의 50배나 100배 길이로 늘어날 수 있다. 반면에 한 시간이 마음의 시계에서 정확히 1초를 나타낼 수도 있다. 시계의 시간과 마음의 시간이 희한하게도 일치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서는 보다 많이 알려져야 하고 더욱 깊이 연구할 만하다.

지금 올랜도처럼 서른 살에 이른 인간에게는 생각하고 있을 때의 시간은 지나치게 길어지는 반면에 행동하고 있을 때의 시간은 지나치게 짧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홀로 언덕에 올라 참나무 밑에 주저앉으면 그 즉시 1초 1초가 둥글어지며 채워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 1초 1초는 더없이 기이하고 다양한 것으로 채워졌다. 그는 가장 현명한 사람들도 곤혹스럽게 여겼던 사랑이란 무엇인가, 우정이란 무엇인가, 진실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물음들에 직면하여 그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생각에 잠기면 매우 길고 복잡다단하게 보였던 자신의 과거가 그 즉시, 사라져 가는 1초에 밀려 들어가, 그것을 원래 크기의 열두 배로 부풀리고 수천 가지 색채로 물들이며 세상의 온갖 자질구레한 것들을 채워 넣었다.

그가 아침 식사 후에 서른 살의 젊은이로 나갔다가 저녁 식사 시간에 적어도 쉰다섯의 장년으로 돌아오곤 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생애(동물의 생애에 대해서는 주제넘게 언급하지 않겠다)의 길이를 측정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인생이 아주 길다고 말하자마자 장미 꽃잎이 땅에 떨어지는 시간보다도 짧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가 사랑에 관한 결론에 이르기 전에 참나무에 숱하게 꽃이 피고 시든 까닭을 설명해 줄 것이다). 「그런데 은유를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자문했다.

차라리 할 말을 간단히 하고 끝내는 편이 낫지 않겠어

「하늘은 푸르고 풀은 초록이야.」 그가 말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하늘은 오히려 1천 명의 성모 마리아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베일처럼 보였다. 풀밭은 마법에 걸린 숲에서 털북숭이 사티로스의 포옹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아가씨들이 도주하듯이 흐릿해지고 침침해졌다.

명성은 사람을 방해하고 옥죄는 반면에, 무명은 안개처럼 사람을 감싼다.

무명의 인간에게는 자비로운 어둠이 풍족하게 쏟아진다. 그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무명은 진저리 나는 질투와 악의를 마음에서 제거해 주고, 너그러움과 관대함이 핏줄에서 자유롭게 흐르도록 해주며, 감사의 말이나 찬사 없이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무명으로, 감사나 칭송을 바라지 않고 낮에는 오로지 자기들의 일거리만을, 밤에는 운 좋게 마실 수 있는 맥주 한잔을 바라며.

여기서 셀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무명의 가족들이 무명의 세대를 이어 가며 살아왔다. 그 수많은 리처드나 존, 앤, 엘리자베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의 흔적을 뒤에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삽과 바늘을 들고 함께 일해 오며 사랑의 행위를 나누고 아이를 낳으며 이 집을 남겼다.

유성처럼 타올라 먼지도 남기지 않는 것보다는 무명의 존재로 떠나면서 아치나 온실, 복숭아가 무르익는 담장을 남기는 편이 더 나았다.

저 아래 잔디밭에 자리 잡은 대저택을 바라보고 얼굴을 빛내면서, 그는 저기 살았던 무명의 신사 숙녀들이 나중에 올 사람들을 위해, 빗물이 샐 지붕을 위해, 쓰러질 나무를 위해, 무언가를 잊지 않고 떼어 두었다고 말했다.

이미 우리는 하품을 시작하고 ─ 목록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러하다. 그러므로 여기서 중단한다면, 그 목록이 끝나서가 아니라 지루해서이다.

어디에든 무엇이든 더 채워 넣을 공간이 없었다.

그 곰들의 고약한 습성은 충실한 마음을 숨기고 있다고 그는 믿었다.

당시 그는 작가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조심했고, 이국 혈통의 여자들에게 늘 거리를 두었지만, 그래도 여자들과 시인들에게 지나친 아량을 베풀었고 그들은 그를 흠모했다.

그는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까지, 그 이후에도 한참이 지나도록 거기에 시를 써넣곤 했다. 하지만 써넣는 글만큼 줄을 그어 지운 것이 많았기에 한 해가 지날 무렵 그 글의 분량은 연초보다 적었고, 계속 써나가다 보면 그 시는 완전히 지워질 것 같았다.

또한 거리의 배수 시설이 좋아졌고 저택의 조명이 나아졌다는 사실도 문체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을 의심할 수 없다.

황녀가 발목 잠금장치를 끼웠을 때의 무엇 때문인지, 혹은 몸을 굽힌 그녀의 자세 때문인지, 혹은 올랜도의 오랜 은둔 탓인지, 혹은 이성 간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공감 때문인지, 아니면 버건디 포도주 탓인지, 아니면 난롯불 탓인지 ─ 이런 이유들 가운데 어느 것이든 책임을 져야 한다.

분명 무언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돌아가서 말하자면, 사랑은 두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희고, 다른 하나는 검다. 두 개의 몸이 있어 하나는 매끄럽고, 다른 하나는 털북숭이다. 그것은 두 개의 손, 두 개의 발, 두 개의 발톱이 있고, 실로 모든 부위가 두 개이고 정확히 상반된다. 하지만 그 두 가지는 아주 단단하게 결합된 까닭에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운명은 가혹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올랜도가 배를 타고 떠나기 직전에 그녀의 어깨 너머로 키스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뿌리부터 속속들이 영국인인 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친 전경에서 마음속 깊이 환희를 느끼고, 멀리 저 산길들과 고원을 거듭 바라보면서 예전에 염소들과 목동들만 다녔을 저곳을 혼자 걸어 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절기에 맞지 않는 화려한 꽃들에 열렬한 애정을 느끼고, 너저분한 잡종 개를 고향의 사냥개보다 더 사랑하고, 거리의 매캐하고 톡 쏘는 냄새를 열렬히 콧구멍에 들이마신 것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웠다.

그가 망토 주머니에 아직도 많은 분량의 원고를 갖고 다녔음이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촛불 하나를 밝히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의 내면에서 〈1만 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목동들과 집시들, 당나귀 몰이꾼들은 지금도 〈우물에 에메랄드를 빠뜨린〉 영국 귀족에 대해 노래한다

올랜도는 친구를 전혀 사귀지 않았던 것 같다.

나머지는 하느님(그의 일기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에 대한 감사와 부상에 대한 상세한 기록뿐이다.

〈기막히게 황홀했어〉라고 그녀는 한 장에서 열 번이나 감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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