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적 판단이 끝없이 떨어지는 우박처럼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러고는이내 차가운 빗물이 되어 펄펄 끓는 그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곳은 사단장 사택의 위층 침실이었다. 사단장의 아내가 침실에서 어떤 옷을 입고 있든, 몸의 어디를 드러내고 어디를 드러내지 않든 탓할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내는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신방에서 속곳 하나만 걸치고 양쪽 젖가슴을 드러낸 채 이리저리 방 안을 활보하지 않았던가? 여인은 남성 앞에서 숭고하지 않은 영혼이 없지만 남성은 여인 앞에서 건강하지 못한 생각밖에 없는 법이었다. 우다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뛰어나고 빛나는혁명의 이성으로 자산계급의 비이성적이고 황당한 욕념을 극복해냄으로써 하마터면 벼랑 끝에 놓일 뻔한 자신의 영혼을 구해냈다. 그는 짐짓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처럼류렌의 몸에서 미끄러지듯 눈길을 거두어 그녀가 뒤적거리던《마오쩌둥 선집》으로 옮겼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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