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찬란해도 좋다. 재미있으면 된다? 2002년 많은 사람을 아무 생각 없이 유쾌, 통쾌, 상쾌하게 만들었던 영화 '소림축구'를 앙골라전이 있던 3월 1일에 다시 보았다. 어른들이야 유치하고 역겹다고 할망정 재미있게 보았다는 청소년들이 많다.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슛들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축구공의 애교(?) 또한 귀엽다. 브레이크 댄스 토마스 기법을 이용하여 슛? 축구공을 배로 감았다가 튕겨내면서 슛? 하늘 높이 솟은 공을 경공술로 상대편 골에 슛?
'저런 슛이 가능할까? 순 뻥?'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소림무술을 연마한 이들이 펼쳐내는 슛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실제로 있었던 '환상의 프리킥'을 보자.
1997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4개국 초청 프레 월드컵에서 선보인 카를로스의 '환상의 프리킥'은, 상대편 골대로부터 약 37m쯤 떨어진 곳에서 골인한 것으로 축구에 관심 있는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37m지점에서 카를로스가 왼발 바깥쪽 슈팅으로 날린 공은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해 프랑스 수비벽 쪽으로 10m가량 직진, 프랑스 수비벽을 지나는가 싶더니 급하게 곡선으로 휘어 골문으로 쏙~! 그야말로 축구공이 살아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듯한 프리킥이었다. -책 속에서 요약
저자는, 환상의 프리킥 소개와 함께, 관련지어볼 수 있는 과학 법칙 '힘과 에너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그누스 효과'와 '베르누이 법칙'은 무엇이고 이들이 어떻게 환상의 프리킥에 작용하였는지를 그림까지 곁들여 자세하고 쉽게 설명한다. 독자는 <소림축구>라는 영화에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교과과정인 '힘과 에너지'에 이를 수 있다. 이렇게 알아가는 과학은 친숙하고 쉬우며 그야말로 흥미롭지 않을까? 월드컵 축구경기만큼.
주제 끝에 있는 '읽든가 말든가'에는 1954년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여 헝가리(0:9)와 터키에(0:7) 패하였던 스위스 월드컵이야기가 덧붙여 있는데 알아두면 유익한 내용이다. 특히, 축구에 죽고 못 사는 사람들은 물론 100일 후 뜨겁게 불 타오를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관심 두고 경기를 보면 훨씬 재미있을 이야기다.
서독이 이 스위스 월드컵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던 헝가리를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한 것은 축구화 덕분이라고 한다. 요즘은 컴퓨터로 개인의 몸과 움직임을 다각도로 분석해 선수 각자의 경기력에 맞게 축구화 밑창에 있는 징의 개수와 위치, 모양을 배치한다고 한다. 홍명보의 축구화는 수비용으로 징이 6개, 베컴의 축구화는 공격수용으로 징이 13개다. 작은 '징' 하나의 중요성은 물론 '징'의 모양, 축구화 변천에 대해서도 간략하면서 자세히 알려준다.
<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걸다>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를 해체하여 그 안에서 비과학적이거나 과학적인 요소를 끄집어내어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책으로 '2005년 과학도서 99종'에 선정되었다. 이 책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천만을 기록하는(최근 <왕의 남자>가 1200만에 육박하는 관객 수로 이 기록을 깼지만…) 이 시대에, 청소년이 좋아하는 영화를 통하여 과학과 생활의 간격을 좁혀주자는 소신에 뜻을 둔 선생님 몇 분의 노력과 열정의 소산이다.
불로장생의 신비한 명약, 화약? … 흥미로운 많은 이야깃거리들
이 책에 나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편은 무분별한 자연개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새만금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날카롭게 분석한 글이다.
화약 이야기도 재미있다. 왜구의 잦은 노략질에 대한 대응책으로 화약의 필요성을 느낀 최무선이 화약을 발명하는 데 20년이라는 세월을 바쳤다는 것에 고개가 숙여진다. 놀라운 사실은 세계 최초의 공격용 로켓은 우리나라의 '주화'라는 것(최무선이 20년 만에 화약발명, 이때 화포 20종이 만들어짐)
세계 최초의 화약 발명국인 중국의 의약서 <신농본초경>에는 (화약의 재료인)초석과 황 등을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불로장생한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듯 그야말로 말랑말랑하고 쫀득쫀득한, 잘근잘근 씹는 재미가 가득한 책이다.
함께 영화를 보면서 자근자근 설명해주는 것처럼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살갑다.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웅장한 화면에 압도당하여 얼떨결에 흘린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나 할까?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주제로 한 저자의 설명이어서 새삼스럽게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인데 저자가 딴지 걸고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몇 번이고 돌려보고 싶을 만큼이다.
영화와 접속하여 만나는 과학은, '작용 반작용의 법칙' '플레밍의 법칙'처럼 학교에서만 배우는 딱딱한 것들부터 '저체온증', '유전자 조작' '핵' 'GPS'처럼 우리 어른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까지 다양하다. 또 '유전자 조작 식품' '방사능'처럼 과학이 낳은 부작용과 21세기 인류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다루고 있는 영화는 위에서 설명한 <소림축구>처럼 가벼운 코미디물부터 <타이타닉>처럼 여운이 깊은 것까지 다양하고 폭넓다. 이 외에도 <진주만>, <블랙 호크다운>, <2009 로스트 메모리즈>, <트루 라이즈>, <트리플 액스>, <스파이더 맨>, <매트릭스> 등 모두 열여섯 편이다. 영화 한 편마다 학교 교과와 관련한 이야기 두세 꼭지를 실었다.
주제마다 끝에 '읽든가 말든가' 코너를 실어 관련 상식을 들려주는데 틈나는 대로 읽으면 그야말로 누구 앞에서든 폼 재고 으스댈 수 있을 정도다. 감동 있게 본 영화를 해체하고 딴지를 하도 많이 걸어서, 영화 보는 재미를 떨어뜨릴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딴지를 참고 삼으면 영화 보는 안목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더 영화에 빠져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학교 공부에 우선 치우쳐 이런 좋은 책을 맘껏 읽지 못하는 아이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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