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화와 물 - 공무원노동 총서 04
데이비드 홀 외 지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옮김 / 노기연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올 2월에 정부는 '물 산업육성화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현재 11조원 규모인 물 산업을 2015년까지 20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 물 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것.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2개 기업 육성은 물 사업 민영화, 물 사유화와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와 물>은 '물 사유화 반대'를 목표로 투쟁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조합에서 발간한 책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물 정책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글쓴이들은 세계 각지의 물 사유화 반대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 사유화란 무엇인가? 물 사유화만이 깨끗하고 안정된 물 서비스를 보장하는가? 물 사유화 무엇이 문제인가? 물 사유화의 대안은 없는가? 세계의 여러 시민단체와 각국의 공무원 노조는 물 사유화를 왜 반대하는가?
물 사유화만이 깨끗한 물 보장?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 사유화를 결정한 아르헨티나는 수도 서비스사업을 담당하던 OSBA를 미국 엔론의 자회사인 아주릭스에 매각한다(1999년). OSBA는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로 큰 국영기업. 도시의 빈민과 주변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 수도서비스 제공, 산업폐기물통제와 하수도관련 문제를 법적 관할하는 것이 이 회사의 사회적 책무였다.
아주릭스가 제시한 예치금 5억 달러는 다른 경쟁사 입찰가격의 3배. '70여개의 도시 상수도 서비스 공급, 4개의 폐수 처리장, 470개의 식수용 우물, 1만 킬로미터의 수도관과 7200㎞의 하수관 건설'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하지만 운영 첫해에 피상적인 '보강'만 했다. 투자는 회피하면서 양여권을 체결할 당시 투입한 돈을 회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돈을 빼돌리기 위한 간판회사에 불과한 '웨섹스 테크니컬'을 '기술자문회사'로 위장하여 설립, 돈을 빼돌리는데 주력한다.
결국 물의 생산과 공급, 폐수의 수거 및 처리부분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상수도는 심각하게 오염됐고 시설들도 심각하게 훼손, 하수처리시설까지 마비되었다. 불과 2년 만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는 이와는 약간 다르다. 남아프리카 주요 해방단체인 아프리카 민족회의 ANC는 '민중에게 자산을!' 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민중이 원하는 정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집권 얼마 후 민중들이 위임한 권력을 저버리고 이와 반대되는 물 관련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고 만다.
(복잡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전의 물 서비스와 정치, 경제이야기는 생략하고) ANC 정부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여러 서구 정부들의 신자유주의 경제권고안에 따라 물 공기업의 사유화, 민영화를 개시한다. 세계 거대 물 기업인 수에즈와 바이워터 같은 대기업의 로비가 물 사유화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 사유화 정책으로 물 요금이 올랐고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이 번졌다. 물 값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과 영세업체들이 속출, 참여한 기업의 이윤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세계은행의 조언대로 물 요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물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물 요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물 공급을 중단한다. 보조금 지원 등 정부의 어떤 조치조차 없이 말이다.
이 결과 1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을 공급받지 못했고 2천만명 이상이 물을 찾아 살던 곳을 떠난다.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물을 찾아 헤매면서 개울물까지 먹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콜레라가 창궐, 12만명 이상이 콜레라에 감염됐고,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정부의 중심 잃은 물 정책 때문에 인권이 침해받은 사례다.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겉으로는 멀쩡한 경로로 물 서비스권을 인수받았지만 이윤추구라는 대기업의 검은손을 감추고 있었던 경우고 남아공의 경우는 미숙한 정부와 가난한 재정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같은 국제적인 단체가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면서 간섭하고 쥐락펴락한 경우다. 물론 뒤에는 어김없이 수에즈 같은 세계적인 물 기업이 관여하고 있었다.
물은 인권! 인권은 상품이 될 수 없다
물 사유화의 문제점을 생각하기에 앞서 물이 무엇인지 물의 본질을 생각하면 답은 쉽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도 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물은 생명수이자 인간으로서 갖는 가장 기본적인 중요한 권리다. 따라서 안정되고 깨끗한 물 공급은 국가를 이루는 기초인 국민들에게 국가가 해주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 아닐는지.
즉, 안전한 물 공급은 국가의 의무지만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다. 따라서 물 사유화는 우리 개개인의 인권을 정부가 사유화한다는 것이 된다. 인권은 상품이 될 수 없고 인권의 기본인 물은 상품이 될 수 없다. <세계화와 물>에서 소개하는 물 사유화에 실패한 여러 나라들의 상처는 물 사유화의 인권 침해와 그 위험성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물 사유화 문제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꽤나 중요한 문제임에도 일반인들이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문제 중 하나다(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꽤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또한 우리나라 수도 서비스 일부분을 세계 거대 물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광화문을 지나다가 '물 사유화->수도 값 폭등, 한미 FTA반대한다!'라는 농성 팻말을 본적이 있다. 물 사유화가 무엇인지, 한미FTA와 물 사유화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전혀 모르던 중에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이 책을 펴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물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을 통하여 무엇을 알았는가.
세계 여러 나라의 물 정책, 물 사유화의 문제점, 인정사정 없이 이윤만을 쫓는 세계 대기업들의 검은손,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지만 이윤추구가 목표일뿐인 국제통화기금(IMF)같은 국제기구….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사유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인권을 침해받은 일이라는 것. 그리고 인권과 관계되는, 정부의 물 정책에 대한 관심이다.
물값 비싸 맘대로 먹지도 못하게 된다면...
물 사유화는 식수만이 아닌 물과 하수처리 전반과 관계된다. 물 사유화가 되면 지금처럼 식수용 물을 사먹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릇 하나 씻는 데 드는 물 값은? 세탁기 한번 돌리는 데 얼마? 최대한 저렴하게 세수하는 방법은? 남아공처럼 비싼 물 값을 내지 못하여 물을 맘껏 마시지도, 물을 쓰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책에서 만나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물 사유화는 결국 안정된 물을 공급받는다는 미명아래, 안정되고 깨끗한 물 공급은 고사하고 물 값 인상으로만 이어져 가장 가난한 민중들의 목부터 조르고 있었다.
여러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물 민영화를 왜 반대하는가? 우리들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
"민간의 참여를 높인다는 민영화는 곧 사유화의 미명일 뿐입니다. 사유화, 바로 거대자본이 공공부분을 전유하여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사유화가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환경적,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싸고 안전하고 깨끗하게 필요한 만큼 누구나 물을 먹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의 필자들이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공무원 노조가 추구하는 과제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2006년 9월 16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권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