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마 위험해!
고와카 준이치 지음, 전혜경 옮김 / 워너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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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마! 위험해!"

제목부터 위협적이며 단호하다. 무엇을 쓰지 말라는 것일까? 강한 제목에 이끌려 책을 선택하는 순간, 그동안 논란이 됐던 몇 가지 물건들이 생각났다.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미세먼지를 방출해 건강을 해친다는 진공청소기, 일회용품과 포장재, 세제, 화장품. 이 정도 물건들에 대한 경고려니 싶었다.

그런데 맙소사! 저자는 내가 떠올린 물건 뿐 아니라 생활필수품 75가지를 쓰지 말아야 할 물건으로 열거했다. 전자 모기향, 나무젓가락, 물티슈, 프라이팬, 항균스펀지와 항균도마, 벽지와 치약까지.

대체 뭘 쓰고 살라는 걸까? 그간 매스컴에서 논란이 됐던 물건들은 그렇다 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편하게 쓰던 물건까지 쓰지 말라고 경고하는 근거는 뭘까?

기업의 이윤 추구에 우롱당하는 소비자들

텔레비전을 계속 가까이에서 보면 이상임신, 이상출산 외에도 망막박리, 백내장 등 눈 장애와 안면습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휴대전화의 전자파 위험은 훨씬 심각하다. 전자파를 방출하는 물건에서 멀어질수록 위험도가 낮아지지만,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귀에 바짝 대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휴대전화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뇌종양과 백혈병 발병에도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휴대전화 때문에 뇌종양이 생겼다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전자파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전자파 방출을 줄인다는 제품이나, 간단히 붙이는 것만으로 전자파를 차단해준다는 제품이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어떤 제품도 전자파를 줄이지도, 차단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제품 주변에 놓으면 전자파 차단 효과가 있다는 식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음이온 가전제품도 예외가 없다. 전자파를 차단하고 건강에 좋다고 해서 비싼 값을 주고 사지만, 음이온은 과학적으로 전혀 입증되지 않은 성분이며 존재조차 없다고 한다.

음이온과 함께 소비자들이 과신하는 게 '항균'이다. 건강을 생각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몸에 좋다는 항균제품을 선택하지만 저자는 '항균'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면, 곰팡이를 방지하고 항균효과를 높이기 위해 발암성이 있는 위험물질을 에어컨 내부에 사용하고 있다. 당장 편하자고 비싼 값을 치르면서 곰팡이 대신 선택하는 게 다름 아니라 발암 물질인 셈.

그런데 이른바 '항균'의 위험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에어컨만이 아니다. 항균스펀지 제품설명서엔 '수족관 내부는 닦지 말라'고 되어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항균도마에 쓰이는 항균제가 금속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면?

저자의 생활용품에 대한 경고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쓰지 마, 위험해!>는 가전제품, 건강 관련 제품, 아기용품, 주방용품 등 10장으로 나누어 75가지 생활용품의 실태를 고발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저자가 얼마나 근거 있는 주장을 하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위험목록으로 제시한 물건들이 우리가 예사로 사용하는 생활필수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놀라울 뿐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현실인 것을(저자는 2005년 7월 31일 일본의 실정에 기반을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국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75가지 생활필수품의 위험성은 일본 시민단체인 '식품과 생활의 안전기금'이 21년 동안 실험·조사한 결과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한국소비자연맹에서 감수했다.

저자는 위험을 알리고 경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75가지 물건에 대해 소비자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과 일본과 우리나라의 실태를 각 장에 실었다.

지나치게 민감한 것 아냐?

소비자의 권리를 위한 이런 고발서가 늘고 있다. 과자의 실태를 파헤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같은 책이 좋은 예다. 이밖에 식품에 첨가하는 항생제와 첨가물의 위험을 알리는 책이나 화장품의 실체와 독성을 알리는 책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필자는 이런 책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읽는 편이다. 읽지 않으면, 저자가 제기하는 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근거가 확실하다면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찾는 데 동참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을 읽지도 않고 '지나치게 민감한 것 아니냐'며 반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분들에게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지 않고 비판하는 것은 권리를 찾으려는 다른 소비자까지 가로막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권리를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차이가 크다. 책에는 진공청소기의 문제점을 제조회사에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해 새 제품이 탄생한 사례와 그 제품에 대한 한국소비자연맹의 평가도 제시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 권리를 찾은 좋은 사례다.

이 책을 수시로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용품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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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멋대로 키운 아이 더 크게 성공한다 - 내 아이 성격에 꼭 맞는 성공 교육법
윤태익 지음 / 더난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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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단다. '칭찬은 해도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도 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칭찬의 놀라운 힘을 강조하면서 칭찬을 많이 하라고 한다.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찾아 칭찬을 아끼지 마라. 칭찬을 먹고 자란 아이가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좋은 점을 칭찬하라. 의도적으로 칭찬하라. 등등.

칭찬을 먹고 자란 식물이 훨씬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야말로 칭찬의 놀라운 힘이다. <제멋대로 키운 아이가 더 크게 성공 한다>의 저자도 칭찬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말한다.

"칭찬은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한껏 불어넣어준다. 부모를 비롯해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는 칭찬들이 아이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칭찬은 '독'이 되기도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 칭찬 역시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 저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대개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되도록 많은 칭찬을 하려고 하지만 적절하지 않은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된다. 칭찬도 적절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헛된 자아상을 심어주어 현실감을 잃게 만든다. 최악의 경우에는 허영심만 심어주면서 소위 '왕자병' '공주병'에 걸리게 한다."

칭찬을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는 말에 조그만 일에도 서슴지 않고 칭찬을 하면, 정작 칭찬 받을만한 일을 했을 때 칭찬을 해도 그 효과가 반감된다. 아니 오히려 독이 된다. 저자는 칭찬이 지나쳐 '독'이 된 사례로 '특별한 아이'인 초등학교 6학년 은영이의 사례를 들려준다.

은영이는 제 또래에 어울리지 않게 지오디는 싫어하고 판소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힙합보다는 발레를 좋아한다. 이런 아이에게 제 또래 아이들의 문화나 취향은 시시하고 우습고 하찮게 보일 뿐. 때문에 제 또래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은영이 엄마의 고민이 크다.

하지만 은영이를 이렇게 만든 것은 은영이 엄마. 은영이 엄마는 은영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칭찬이 필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에도 "야아, 우리 은영이는 참 특별한 아이라니까", "역시 너는 좀 달라!", "정말 뛰어난걸!", "야, 대단하다!"와 같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은영이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지나친 칭찬을 늘 듣고 자라면서 또래들과는 다른 것만을 선호했다. 그에 따라 자신이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했고 스스로 특별한 아이가 되어 버렸다. 정말이지 '칭찬도 제대로 해야 약이 된다'는 사례다.

많이 할수록 좋다는 칭찬,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에게는 어떤 칭찬이 효과적일까?

칭찬을 달콤한 미끼로 쓰지 말라!
저자는 이 책에서 아이들의 유형을 3가지, 즉 '지적이고 냉철한 이성을 지닌 머리형', '마음이 따뜻하면서 감정적인 성격인 가슴형', '리더십이 강하고 통이 큰 장형'으로 나누어 부모들이 알아야 하는 문제들을 설명, 칭찬도 아이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한다고 조언한다.

지적이고 냉철한 이성을 지닌 머리형 아이들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칭찬에 반응한다. 따라서 "너무 고맙다", "역시 너밖에 없다"처럼 막연한 칭찬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는 "가기 싫었을 텐데 심부름을 해주니 엄마가 일을 덜었구나.", "네 덕에 일을 빨리 끝냈어!"처럼 도와줘서 왜 고마운지를 표현하는 사실적인 칭찬을 하라고.

이런 유형의 아이에게 지나친 감정의 칭찬은 '엄마가 하는 말은 의례적인 것', '우리 엄마는 오버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칭찬 부작용이 있으니 적절한 칭찬을 해야 한다고.

마음이 따뜻하면서 감정적인 성격인 가슴 형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 칭찬의 힘으로 기대이상의 결과까지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 인정을 받아야 행복하다고 느끼고 주변의 말에 따라 자아상을 만들어 가기 때문. 칭찬에 가장 민감한 유형이다.

성향이나 인격을 칭찬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멋지다", "훌륭하다"와 같은 칭찬보다는 "네가 도와줘서 엄마가 참 편하고 좋다" 혹은 "도와줘서 힘이 되었단다"처럼 감정을 듬뿍 실은 칭찬을 하라. 칭찬을 해야 할 때 미처 하지 않으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칭찬의 힘이 가장 많이 발휘되는 경우니 이런 아이를 두었다면 '칭찬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단다.

리더십이 강하고 통이 큰 장형의 아이는 본능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에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칭찬이 필요하다고. 몸의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유형의 아이들에게는 물질적인 보상이 백 마디의 말보다 효과적. "믿음직하다", "든든하다"처럼 단호하게 힘을 실은 칭찬이 좋단다. 그리고 말을 길게 하기 보다는 핵심만 명료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지나친 칭찬을 도리어 잔소리로 여긴다거나 가슴형 방식으로 감정을 듬뿍 실은 칭찬은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우습게 여기니 주의하라고. 저자는 이처럼 아이의 타고난 성격에 맞는 효과적인 칭찬법을 제시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칭찬이 사탕이나 초콜릿처럼 달콤한 미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키울 것인가, 자라게 할 것인가

저자는 칭찬만이 아니라 자녀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이 3가지 유형의 성격에 따라 각각 제시한다. 주제로 삼고 있는 이야기들은 요즘의 아이들에게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어서 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책이다. 우선 당장의 고민은 물론 성격에 맞는 직업까지 조언하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제 멋대로'는 '아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하라'의 의미가 아니다. '제 멋', 즉 타고난 본성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아이는 억지로 키우려고 할 때 타고난 본성대로 자라지 못하고 부모의 의지대로 키워질 뿐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 스스로 제 성격과 본성에 맞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어떻게 토양을 만들어줄 것인가를 알려주고자 했다."

저자가 제시하는 교육 방법들은 부모가 훨씬 더 적극적이고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제시하는 방법들을 100% 따라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나는 두 아이의 성격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간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것, 미흡했던 것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또한 앞으로 참고할 것들도 눈여겨보면서 밑줄도 그어 두었다. 큰 아이는 가슴형인지라 칭찬에 인색한 편인 나는 현명한 칭찬법을 터득하여 아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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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즐거움 - 6시간 수면에 감춰진 놀라운 힘
사토 도미오 지음, 홍성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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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 과학의 발달로 잠에 감춰진 비밀들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잠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우리는 왜 잠을 잘까?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는 왜 꿈을 꿀까?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소비할 만큼 잠이 중요한 걸까? 적절한 수면시간은?

<잠의 즐거움>은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하고 궁금해했을 이런 질문들을 바탕으로 풀어 나가는 잠 이야기다. 제대로 알고 맘껏 자거나 필요한 만큼만 줄여야 하는 잠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많이 잘수록 머리가 좋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험을 앞두거나 새로운 일을 계획하면서 우선 잠부터 줄인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잠의 실체는, 사람마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생체시계가 있고, 그 시계에 따라 자신에게 필요한 잠이 있다는 것. 또한 많이 잘수록 머리가 좋아진다고 무엇이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 맘껏 푹 자라고 권한다.

답답할 때 맘껏 자면 문제가 풀릴까? 잠과 두뇌와의 관계는? 정말 많이 잘수록 머리가 좋아질까?

독일 뤼벡 대학의 본 박사는 실험자 전원에게 '영감'이 필요한 수학퍼즐문제를 풀게 한 다음, 풀지 못한 사람들, 즉 영감이 부족한 사람들만 따로 그룹을 지었다. A그룹은 그 후(시험지를 풀지 못한) 8시간 동안 잠을 자게 하고, B그룹은 그대로 야간에 8시간 동안 깨어 있게 하고, C그룹은 그대로 주간에 8시간 동안 깨어 있도록 했다. 그리고 각각 8시간이 지난다음 문제를 풀게 했는데 재도전의 결과는 놀라웠다.

잠을 충분히 잔 A그룹은 잠을 자지 못한 B, C그룹보다 3배 높은 비율로 퍼즐을 풀어 낸 것. 충분한 수면으로 전날까지는 없었던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본 박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지인 <네이처>에 2004년 이 실험결과의 논문을 '충분한 수면이 뇌에 영감(靈感)을 가져다준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잠을 자기 전 주어진 퍼즐 문제는 잠을 자는 동안 새로운 기억으로 정리되어 뇌에 새겨지는데 이 과정에서 뇌가 이미 기억했던 많은 지식들과 만나게 되고, 그 상호작용으로 잠에서 깰 때 생각지도 못했던 답(영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잠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은 저자의 이 말이 훨씬 쉽게 수긍될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한마디로 고민이 있을 때는 푹 잠을 자면 된다. 이 생각 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자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준다. 기분 좋게 잠에서 깬 아침, 심신의 컨디션이 최상인 때에 어젯밤까지 고민했던 문제에 대해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한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고, 처음부터 그렇게 깊이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우리의 문제 해결 능력은 잘수록 향상된다. 잘수록 머리가 좋아진다. -책속에서

그런데 잠을 무조건 많이 잔다고 반드시 숙면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이 자서 기분 나쁜 경우도 있고 평소보다 적게 잤는데도 기분도 좋고 몸 상태도 훨씬 좋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투자할 만큼 잠은 중요하고, 많이 자는 것보다 적당히 자면서도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숙면은 더더욱 중요하다. 숙면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잠의 놀라운 힘'의 혜택을 그만큼 받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숙면의 열쇠는?

낮 동안 쾌면의 씨앗을 뿌려라

이 책에서도 잠의 실체와 잠의 놀라운 힘, 그리고 숙면의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침실 분위기를 바꾸거나 침대나 베개 선택을 잘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밤 시간에는 가급 카페인이 든 음료는 마시지 말고 가볍게 술 한 잔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아로마 오일 향을 풍겨 놓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숙면과 관계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숙면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낮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숙면의 열쇠는 잠자리 환경과 같은 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의 태양빛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태양빛을 쪼여야만 분비되고 충분한 태양빛은 충분한 멜라토닌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생활하는 빈도가 높은 여성들에게서 우울증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고, 안개가 많은 유럽 지역에서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도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햇빛의 관계를 말해주는 경우다.

저자는 숙면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낮에 몸을 움직여 적당한 피로를 주고, 낮 동안 쾌면을 위한 씨앗을 충분히 뿌려 밤에 수확한다는 식으로 햇빛과 적당한 노동과 적극적으로 친해지라고 조언한다. 낮 동안 뿌린 쾌면의 씨앗이 많을수록 밤에 쾌면의 열매, 즉 질 좋은 잠인 숙면을 수확할 수 있다고.

외에도 잠의 정체와 잠에 감춰진 놀라운 힘, 잠을 제대로 자는 것, 잠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등을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들려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어떤 일을 계획할 때 우선 잠부터 줄였고, 몇 달 전 유행처럼 번졌던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다가 번번이 실패하던 참이라 저자가 알려주는 잠이 여간 유용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잠에 대한 분석보다 제대로 자는 법과 잠을 통하여 건강하게 사는 법에 치중하고 있다. 많은 주제들 중 여성인 내게 '여성만의 잠'이란 주제는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나체로 자면 미인이 된다'란 주제도, '잠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라는 주제도 잠의 놀라운 힘을 알려주는 이야기로 솔깃하게 읽은 부분이다.

저자는 '잠자는 것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잠과 건강의 관계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잠충이'란 말도 있을 만큼 잠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우리 사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제 바꾸어야 할 시각 같다. 인간이 타고난 생체시계를 거슬러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할까?

인생의 3분의 1을 어김없이 내주어야 하는 잠 속에 가장 중요한 건강의 비밀들이 있었다. 건강한 삶의 가장 큰 조건은 음식과 운동에 앞서 제대로 자는 잠 속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잠은 사람의 귀천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신이 인간에게 베푼 가장 소중한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비단 이불을 덮고 잔다고 모두 숙면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요. 거친 잠자리라고 잠까지 거칠지는 않기 때문이다.

잠의 실체, 잠에 감춰진 놀라운 힘들이 그저 신기로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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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물 - 공무원노동 총서 04
데이비드 홀 외 지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옮김 / 노기연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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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에 정부는 '물 산업육성화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현재 11조원 규모인 물 산업을 2015년까지 20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 물 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것.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2개 기업 육성은 물 사업 민영화, 물 사유화와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와 물>은 '물 사유화 반대'를 목표로 투쟁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조합에서 발간한 책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물 정책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글쓴이들은 세계 각지의 물 사유화 반대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 사유화란 무엇인가? 물 사유화만이 깨끗하고 안정된 물 서비스를 보장하는가? 물 사유화 무엇이 문제인가? 물 사유화의 대안은 없는가? 세계의 여러 시민단체와 각국의 공무원 노조는 물 사유화를 왜 반대하는가?

물 사유화만이 깨끗한 물 보장?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 사유화를 결정한 아르헨티나는 수도 서비스사업을 담당하던 OSBA를 미국 엔론의 자회사인 아주릭스에 매각한다(1999년). OSBA는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로 큰 국영기업. 도시의 빈민과 주변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 수도서비스 제공, 산업폐기물통제와 하수도관련 문제를 법적 관할하는 것이 이 회사의 사회적 책무였다.

아주릭스가 제시한 예치금 5억 달러는 다른 경쟁사 입찰가격의 3배. '70여개의 도시 상수도 서비스 공급, 4개의 폐수 처리장, 470개의 식수용 우물, 1만 킬로미터의 수도관과 7200㎞의 하수관 건설'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하지만 운영 첫해에 피상적인 '보강'만 했다. 투자는 회피하면서 양여권을 체결할 당시 투입한 돈을 회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돈을 빼돌리기 위한 간판회사에 불과한 '웨섹스 테크니컬'을 '기술자문회사'로 위장하여 설립, 돈을 빼돌리는데 주력한다.

결국 물의 생산과 공급, 폐수의 수거 및 처리부분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상수도는 심각하게 오염됐고 시설들도 심각하게 훼손, 하수처리시설까지 마비되었다. 불과 2년 만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는 이와는 약간 다르다. 남아프리카 주요 해방단체인 아프리카 민족회의 ANC는 '민중에게 자산을!' 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민중이 원하는 정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집권 얼마 후 민중들이 위임한 권력을 저버리고 이와 반대되는 물 관련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고 만다.

(복잡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전의 물 서비스와 정치, 경제이야기는 생략하고) ANC 정부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여러 서구 정부들의 신자유주의 경제권고안에 따라 물 공기업의 사유화, 민영화를 개시한다. 세계 거대 물 기업인 수에즈와 바이워터 같은 대기업의 로비가 물 사유화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 사유화 정책으로 물 요금이 올랐고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이 번졌다. 물 값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과 영세업체들이 속출, 참여한 기업의 이윤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세계은행의 조언대로 물 요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물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물 요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물 공급을 중단한다. 보조금 지원 등 정부의 어떤 조치조차 없이 말이다.

이 결과 1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을 공급받지 못했고 2천만명 이상이 물을 찾아 살던 곳을 떠난다.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물을 찾아 헤매면서 개울물까지 먹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콜레라가 창궐, 12만명 이상이 콜레라에 감염됐고,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정부의 중심 잃은 물 정책 때문에 인권이 침해받은 사례다.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겉으로는 멀쩡한 경로로 물 서비스권을 인수받았지만 이윤추구라는 대기업의 검은손을 감추고 있었던 경우고 남아공의 경우는 미숙한 정부와 가난한 재정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같은 국제적인 단체가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면서 간섭하고 쥐락펴락한 경우다. 물론 뒤에는 어김없이 수에즈 같은 세계적인 물 기업이 관여하고 있었다.

물은 인권! 인권은 상품이 될 수 없다

물 사유화의 문제점을 생각하기에 앞서 물이 무엇인지 물의 본질을 생각하면 답은 쉽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도 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물은 생명수이자 인간으로서 갖는 가장 기본적인 중요한 권리다. 따라서 안정되고 깨끗한 물 공급은 국가를 이루는 기초인 국민들에게 국가가 해주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 아닐는지.

즉, 안전한 물 공급은 국가의 의무지만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다. 따라서 물 사유화는 우리 개개인의 인권을 정부가 사유화한다는 것이 된다. 인권은 상품이 될 수 없고 인권의 기본인 물은 상품이 될 수 없다. <세계화와 물>에서 소개하는 물 사유화에 실패한 여러 나라들의 상처는 물 사유화의 인권 침해와 그 위험성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물 사유화 문제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꽤나 중요한 문제임에도 일반인들이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문제 중 하나다(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꽤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또한 우리나라 수도 서비스 일부분을 세계 거대 물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광화문을 지나다가 '물 사유화->수도 값 폭등, 한미 FTA반대한다!'라는 농성 팻말을 본적이 있다. 물 사유화가 무엇인지, 한미FTA와 물 사유화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전혀 모르던 중에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이 책을 펴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물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을 통하여 무엇을 알았는가.

세계 여러 나라의 물 정책, 물 사유화의 문제점, 인정사정 없이 이윤만을 쫓는 세계 대기업들의 검은손,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지만 이윤추구가 목표일뿐인 국제통화기금(IMF)같은 국제기구….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사유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인권을 침해받은 일이라는 것. 그리고 인권과 관계되는, 정부의 물 정책에 대한 관심이다.

물값 비싸 맘대로 먹지도 못하게 된다면...

물 사유화는 식수만이 아닌 물과 하수처리 전반과 관계된다. 물 사유화가 되면 지금처럼 식수용 물을 사먹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릇 하나 씻는 데 드는 물 값은? 세탁기 한번 돌리는 데 얼마? 최대한 저렴하게 세수하는 방법은? 남아공처럼 비싼 물 값을 내지 못하여 물을 맘껏 마시지도, 물을 쓰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책에서 만나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물 사유화는 결국 안정된 물을 공급받는다는 미명아래, 안정되고 깨끗한 물 공급은 고사하고 물 값 인상으로만 이어져 가장 가난한 민중들의 목부터 조르고 있었다.

여러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물 민영화를 왜 반대하는가? 우리들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

"민간의 참여를 높인다는 민영화는 곧 사유화의 미명일 뿐입니다. 사유화, 바로 거대자본이 공공부분을 전유하여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사유화가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환경적,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싸고 안전하고 깨끗하게 필요한 만큼 누구나 물을 먹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의 필자들이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공무원 노조가 추구하는 과제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2006년 9월 16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권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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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아침이슬 청소년 6
월터 모슬리 지음, 임경민 옮김 / 아침이슬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이름을 갖는다. 그 사람만의 고유한 이름은 그 사람만을 상징하는 것들을 담고 있어서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다. 사람뿐일까. 세상의 수많은 존재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이름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름을 갖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47>에 나오는 주인공 소년처럼 흑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백인들의 소유가 되어 매매되고 착취당했던 수많은 흑인노예들이 그랬다. 그들은 이름대신 받은 번호 즉, "47번!"이라고 불릴 뿐이었다.

하지만 이 번호마저 개인에게 주어지는 고유번호가 아닌, 백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노동력이 가능할 때만 주어지는 번호에 불과했다. 즉 기계로 태어나 노동과 채찍으로 낡아가다가 폐기처분되는 흑인노예를 부르는 번호에 불과했다.

소년이 노예막사에 쇠사슬로 묶이는 순간 받은 번호 47은 노예 홀란드가 죽으면서 남긴 번호로 언젠가는 다른 흑인 노예에게 남길 번호에 불과했다.

뼛속 깊이 새긴 노예의 낙인

빅마마 플로어: "백인들은 네가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나이를 먹지만, 노예들은 그저 네 살배기에 불과하단다. 말하자면 갓난아기에서 꼬마 동이, 늙은 꼬마 동이를 거쳐 시체가 되는 거지"

@BRI@소년을 낳다 죽은 살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하는 가사노예 빅마마 플로어는 흑인노예소년이 말을 알아들을 무렵부터 이런 말로 노예의 삶을 인식시켰다. 몸집이 커지면 목화농장으로 끌려 갈 것을 두려워하면서 소년에게 성장이 될 만한 것은 전혀 먹이지 않는 그녀의 바람은 오직 소년이 노예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 무난하게 늙어가는 것뿐이었다.

'노예는 임신을 하면 안 된다'는 절대적인 규정을 어겼음에도 이 사생아 흑인 소년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살마(생모)가 농장주인 우나 부인이 아끼는 노예였기 때문이다. 살마가 소년을 낳다가 죽게 되자, 살마의 노래 소리를 위안 삼던 병약한 우나 부인은 죽게 된다. 이 때문에 농장주 토비어스는 소년이 눈에 띄면 화풀이를 하곤 했다.

14세가 된 소년은 마구간에서 노예들의 막사로 거처를 옮겨 목화 따는 일을 했다. 막사에서 백 명에 가까운 노예가 함께 지냈는데 종이처럼 얄팍한 벽으로 뜨거운 열기는 그대로 스며들었고 온갖 벌레들이 부패한 짐승의 몸을 노리듯 흑인노예들의 불결한 몸을 공격했다. 원인 모르는 악취는 코를 찔렀으며, 눈조차 쉽게 뜰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가 주로 먹는 음식은 쓰디 쓴 푸성귀들을 넣고 끓인 곡물 죽이 전부였다. 어쩌다 고기를 구경한다 해도 반쯤은 썩은 고기였고, 돼지 사료를 먹는 노예들에게는 포크도 스푼도 주지 않았다. 음식은 손으로 집어 먹어야 했다. 우리는 노예일 뿐 결코 문명화 된 인간 축에는 낄 수 없었던 것이다"

"열네시간의 고된 노동을 끝내고 목화밭에서 돌아온 것은 해가 서산너머로 넘어간 뒤였다. 그것은 1832년 당시 노예의 99퍼센트가 영위하던 삶의 방식이었다. 해가 뜨면서 시작된 노동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고, 그것도 쉬는 날 없이 일주일 내내, 그리고 일 년 365일 내내 계속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예들은 자유를 몰랐고 백인들의 부당한 횡포와 자신들의 굴종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열심히 한 노예는 죽어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얻게 될 것"이라는 백인들의 말을 신의 말처럼 믿으면서 오직 주인님을 위하여 일을 하다가 늙어 죽는 것이다.

주인님의 소유인 노예들은 주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도 있는 ‘노예정신’이 뼛속까지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주인공 47번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면서 노예였던 소년은 농장을 떠나면서 얻게 되는 자유도 자신의 정체성인 자아도 전혀 몰랐다. 소년은 농장을 떠나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 두려운 다른 노예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런 소년에게 어느 날 또 다른 노예 12번 '톨 존'이 앤드루 파이크의 농장에서 도망쳐 와 이렇게 말한다.

“주인님이란 말도 깜둥이란 말도 쓰지 마! 그 누구도 또 다른 누군가를 노예로 부릴 수 없어!”

자유를 향한 소년 47의 이야기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자유의 땅 미국에서 노예의 처지가 어떠했는지를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이기 때문이며, 또한 이러한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부분은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라고 하는 미국에서 가장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노예제도가 버젓이 실시되었다는 것일지도.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일어났던 분명한 현실이었다고."

<47>은 평화로운 아프리카 땅에 침입하여 흑인들을 사냥, 노예로 부리거나 팔아먹었던, 불과 170여 년 전 미국 목화농장들의 흑인노예들의 처참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1932년에 미국의 코린트농장 47번 흑인노예인 화자가 자신의 경험, 즉 노예생활의 처참한 시절을 회고하면서 진정한 자아와 자유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기도 하다.

<47>은 표면적으로는 흑인노예의 처참한 실상을 말하고 있지만 등장인물을 살피면서 읽으면 의미는 훨씬 깊어진다. 무엇보다도 악의 화신인 윌이 농장주 앤드루 파이크로부터 도망쳐 와서 코린트 농장의 노예들에게 자유의 존재를 알려주고 갖게 하는 '톨 존'의 의미는 오늘날 우리들의 삶과도 연관되고 있는 것 같다.

47: "나는 노예들을 묶고 있는 진짜사슬은 그들의 피부색과 마음속의 패배의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2번 노예와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면서 진정한 자아와 자유의 의미를 깨달은 주인공 47은 이렇게 말한다.

"자유롭다는 것은? 진정한 자유는 무엇일까?"

참된 자유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이나 조건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그 답을 찾아 애쓰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자. 사람, 혹은 물질이나 학문과 같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노예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또 다른 존재를 자신의 노예로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왜? 앤드루 파이크에게 스며들어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악의 화신 '윌'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으면서 우리가 안일과 자만, 욕심, 불의와 타협하는 순간 우리의 어깨에 노예라는 낙인을 찍고 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노예제도는 없어졌지만 '돈의 노예'나 '권력의 노예'는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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