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요일 퇴근길에 책 읽는 여자 둘을 봤다. 내 취미 가운데 하나는 출퇴근길에 책 읽는 사람들에게 말붙이기인데 반응은 가지가지다. 경계하는 사람, 친절히 받아 주는 사람, 책 읽는 거 방해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짜증내는 사람.
11일 월요일 출근길의 한 여자는 '그 책 뭐예요?' 라는 내 물음에 빙긋 웃으며 표지를 보여줬는데 버트란드 러쎌이 쓴 '사랑의 기술'이었다. 15일 두 여자 가운데 첫 여자에게 같은 물음을 던졌는데 이 여자는 경계하는 눈빛이 되더니 자리를 피해버렸다. 도망가는 여자가 책을 닫을 때 책 제목을 볼 수 있는데 최규호 '불합격을 피하는 법'이었다. 아마 수험생이어서 신경이 날카로운 거 같다. 3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교대역의 2호선 기다리며 생긴 일이다.
둘째 여자는 교대에서 낙성대 가는 2호선 내선순환선 안에서 봤는데 방금 첫째 여자의 퉁명스러움 때문에 살짝 의기소침해진 터라 말 붙여보지는 못했다. 책은 (주)엔씨소프트 도장이 찍힌 걸로 봐서 둘째 여자는 엔씨소프트 직원인 거 같다. 그림 소개하는 책이었고 20쪽에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 얘기가 나온 게 힌트였다.
17일 일요일에 사당동 반디루니스를 뒤진 끝에 이 책이 황경신의 '그림 같은 신화'인 걸 알았다. 15일 퇴근길엔 남로당 www.namrodang.com 에 글 썼던 이동현의 '신들의 사랑법'이나 '팜므 파탈'을 썼던 이명옥의 책 가운데 하나일까 생각했는데 황경신 paper 편집장 책이었다. 그나저나 paper는 어떤 잡지일까? 아직 한 번도 읽은 적 없다.
일요일 황경신 책 찾기까지 책 뒤적이며 미술서도 정말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 가운데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책이 기억에 남는다. 난 책읽는 여자들이 위험한지는 모르겠는데 매력적이고 내 호기심을 끈다는 건 인정한다. 알라딘의 kleinsusun 성수선님도 출장가는 비행기에서 책 읽는 수선님 모습 보고 어느 남자가 말 붙여 와서 책으로 남자를 뜻하지 않게 유혹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어딘가에 썼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수선님이 읽던 책은 어느 일본 학자 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누구였지?
가난한 나는 반디루니스 간 김에 시오노 나나미와 안토니오 시모네 모자의 '로마에서 말하다'를 반쯤 읽고 왔다. 요즘 시오노 나나미 책을 다 읽어보려고 한다. 로마인이야기는 다 읽었고 최근 두 달 새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신의 대리인,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일기 1&2, 사일러트 마이노리티,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내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를 읽었다. 16일 토요일엔 사랑의 풍경 다 읽었고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시작했다. 르네상스의 여인들은 첨 나왔을 때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어 빌려 놨고 색채3부작과 전쟁3부작, 마키아벨리 어록도 읽어야지. 바다의 도시 이야기는 몇해 전 여러 번 읽어서 아직 내용이 기억나므로 안 읽을 거다. 나나미 할머니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중독성 높은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