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니스 리 "한국 알파걸의 피가 내 몸에 흐르는것 같아요" people.incruit.com/news/newsview.asp?gcd=23&newsno=561037
한경  2009.10.26 23:08
'피아노 교사'로 美서 돌풍
한인 2세 인기소설가 재니스 리
첫 장편소설을 탈고할 즈음 그는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누운 상태에서 퇴고를 거듭했다. 그 작업을 끝낸 후에 바로 쌍둥이를 출산했다. 그렇게 쓴 소설 《피아노 교사》(문학동네,김안나 옮김)는 200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픽션 부문 우수작품으로 뽑혀 주목받았고,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현재 23개국 출간이 확정된 상태다.
한인 2세 소설가 재니스 Y.K.리(36 · 사진)에겐 '한국인 알파걸'의 피가 흐른다. 무명 작가의 데뷔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출판 후 5주 동안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이 소설은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0만부 가량 팔려나갔다.
《피아노 교사》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방한한 그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어를 간간이 섞어가며 "항상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한국인이라는 걸 강조한다"면서 "나의 모국인 한국에서 소설이 출간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사업을 했던 아버지(이내건 전 홍콩한인상공회장)를 둔 그는 1973년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5세에 미국으로 가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잡지 '엘르'에서 에디터로 일하다 헌터 대학 대학원에서 재미 소설가 이창래 교수에게 소설 창작을 수학했다. 《피아노 교사》와 함께 태어난 것이나 진배없는 쌍둥이 등 네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만나 24세에 결혼한 남편 조셉 배(사모펀드 KKR 아시아 대표)의 사업 때문에 현재 홍콩에 머물고 있다. 생활 반경이 홍콩과 미국이었지만 부모의 영향으로 한국을 자주 찾았다. 그는 "한국인의 뿌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1년에 한달은 한국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 한국 국적을 유지하다가 2005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한국,미국,홍콩 어느 곳에 가든 집처럼 편안하다"고 표현하는 그가 쓴 《피아노 교사》는 얼핏 보면 저자가 한국계라고 짐작하기 힘들어 보인다. 소설은 홍콩을 무대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0년대 초반과 종전은 됐지만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1950년대를 넘나들며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보여준다. 1941년 홍콩으로 온 영국인 윌 트루스데일은 중국인 아버지와 포르투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트루디 리앙과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홍콩이 일본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윌은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감금되고,트루디는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하다 일본군 실세에게 이용당하게 된다. 트루디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윌 앞에 10년 후 중국 부유층 집안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영국 여성 클레어가 나타나면서 그동안 감춰져 왔던 비밀이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사실 《피아노 교사》의 성공은 지금도 꿈같은 일"이라면서 "이국적인 배경에서 진행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 관심을 모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나 재미 한국인에 대한 단편소설을 여럿 썼으나 아직 장편소설로 발전되지 못한 상태"라며 "차기작은 한국에 대해 쓰고 싶지만,그러면 큰 기대에 부응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석영씨의 《오래된 정원》,조경란씨의 《혀》,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 등을 접했다는 그는 "모국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하긴 힘들지만,한국 역사에 대해 읽기 시작하고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아이들이 크면 나의 부모가 그랬듯 한국에 보낼 생각이며,남편이 한국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한국에 머무를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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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910/h2009102622322886330.htm
"소설쓰기는 어릴 적부터의 꿈, 세계적으로 인기 끌 줄 몰랐어요"
소설 '피아노 교사' 한인 작가 재니스 리 방한 인터뷰
이왕구기자 fab4@hk.co.kr
1940~50년대 홍콩의 상류사회에서 펼쳐지는 세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장편소설 <피아노 교사>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한인 2세 재니스 리(36ㆍ한국명 이윤경ㆍ사진)가 소설의 한국어판(문학동네 발행)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재니스 리의 첫 소설인 <피아노 여자>는 2007년 미출간 원고 상태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품돼 픽션 부문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고, 정식 출간되고는 세계적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국 독일 스페인 중국 등 23개국의 유수 출판사와 판권계약을 맺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재니스 리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만 출간돼도 바랄 것이 없었는데, 이렇게 여러나라에서 사랑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매력적인 영국인 남성 윌 트루드데일, 미모와 재력을 갖춘 사교계 여인 트루디 리앙, 중국인 거부의 피아노 교사로 고용된 영국인 유부녀 클레어 펜들턴이다. 세 인물이 사랑에 빠지고 배신하고 좌절하고 제각각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스승인 재미 소설가 이창래(재니스 리는 헌터대 대학원에서 그의 제자였다)를 비롯한 재외 한국인 작가들이 주로 국외자로서 한인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것과 달리, 재니스 리의 등단작은 홍콩을 무대로 영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점이 눈길을 끈다. "뉴욕에 사는 한국인 이야기라면 좀더 쉽게 쓸 수 있었겠지만, 내 얘기라는 데 부담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는 "유대인 남성 작가가 '게이샤의 추억'을 썼듯이 남의 얘기를 쓸 때 작가로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홍콩에 거주하던 한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하버드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엘르'지 기자로 일했던 재니스 리는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던 글쓰기를 위해 잡지사를 그만두고 헌터대 대학원에서 예술분야 석사과정을 밟으며 소설을 공부했다. <피아노 여자>는 그가 2002년부터 쓴 소설이다. 현재 남편과 네 자녀와 홍콩에 살고 있는 작가는 "첫 작품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둬 차기작에 큰 부담을 느낀다"며 "언제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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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4&cont=3937

글쓴이 롤러코스터 readersu@naver.com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법 같은 경험” - 『피아노 교사』 재니스 리
“197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영국인 피아노 교사와 학생에 관한 단편을 쓴 적이 있었어요. 실제의 경험을 소설로 쓰긴 했지만 이전의 단편과는 달랐고, 이 단편을 통해 화자와 주인공을 분리시킬 수 있었죠. 화자와 주인공이 분리되자 글을 쓰는 데 좀 더 자유로워졌고, 장편을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홍콩에 관한 역사를 공부하면서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무렵인 1940년대는 제게 있어 영화에서나 존재하던 세계였지만 역사 속에 나오는 그 당시 홍콩엔 홍콩 거주 영국인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삶이 굉장한 스케일을 가진 삶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단편으로 썼던 피아노 교사의 이야기를 1940년의 배경으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해서 『피아노 교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피아노 교사』는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홍콩을 배경으로 윌이라는 한 남자와 트루디와 클레어라는 두 여자와의 사랑을 담은 소설이다. 이야기는 십여 년의 시간을 교차하며 전개되는데 ‘물질적 풍요와 불확실한 낙관’으로 들떠 있던 홍콩의 상류사회 모습과 그 소용돌이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세 명의 사랑과 좌절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200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통해 선보이며 출간 전부터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며 올해 초 영국과 미국에서 책이 출간되자마자 세계 23개국에서 판권을 사 들였다고 한다. 더구나 작가가 한인 2세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뉴스화가 되었다. 이후 『피아노 교사』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겸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한국어판 『피아노 교사』가 출간된 직후 방한한 작가 재니스 리는 강연과 인터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으며, YES24와 문학동네 주최의 독자와 만남에서 그녀를 만날 수가 있었다. 『피아노 교사』가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라 책에 대한 내용보다는 ‘작가로서의 삶과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강연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강연이 끝난 후 독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국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의미 전달을 위해 영어를 사용했으며 통역은 김소연 님이 맡았다.

책은 마법이다. 읽고, 읽고, 또 읽어라

재니스 리는 어린 시절을 홍콩에서 보냈다. 1970년대 홍콩에서는 여행이 자유로운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니스 리는 많은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다. 바로 책을 통해서였다. 어릴 때 그녀는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이나 TV에 빠져 있듯이 책에 빠져 살았는데 『작은 아씨들』을 읽고 안락한 벽난로와 애플파이를 먹을 수 있는 네 자매의 집으로 여행을 떠났고, 인도의 찌는 듯한 정글로, 제인 오스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영국의 저택과 초원의 집이 나오는 동네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또한 로알드 달의 자이언트 피처 속에 살아보기도 하고 고집스러운 지네를 벗 삼아 놀기도 했다고 한다. 현실로는 불가능한 여행이었지만 책을 통하면 가보지 못할 곳이 없었던 거다. 책이 많은 도서관은 재니스 리를 넓고 큰 세상으로 내보내는 마법의 세계와 같은 곳이었고, 책은 그 세계로 통하는 차표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글이 쓰고 싶었고, 작가가 되고 싶었으며, 작가야말로 재니스 리에게 있어 최고의 직업으로 다가왔다. 그런 재니스 리에게 놀라운 문장력의 표현을 보여 준 작가가 둘 있는데 바로 영화로도 유명한 『The Hours』의 작가 마이클 커닝햄과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였다. 

1988년 <뉴요커>에 실린 마이클 커닝햄의 단편 「White Angel」은 재니스 리에게 터트리기를 기다리는 폭탄처럼 다가왔다.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재니스 리는 마이클 커닝햄이 풀어놓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언어에 놀랐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지극히 현대적인 방식의 스토리가 새로웠단다. 이전에 한번도 보지 못했던 방식이었던 거다. 세월이 흘러도 「White Angel」의 어떤 이미지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마지막 몇 줄은 지금 읽어도 눈물이 날 정도라고 한다. 그 당시 재니스 리는 「White Angel」을 읽고 며칠 동안 거리를 헤매며 숨이 멎을 정도의 강한 느낌을 받았단다. 그래서 그녀는 이 소설 한 편으로도 마이클 커닝햄의 글쓰기 능력은 인정하고 남는다 했다.

또 한 사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어느 곳에 있었는지 기억을 할 것이다. 재니스 리도 마찬가지다. 인생에서 주목할 변화를 갖게 했던 순간, 바로 『롤리타』를 읽던 순간이었다. 그때 재니스 리는 하버드 대학 신입생이었고 도서관에 있었으며 수업 과제로 『롤리타』를 읽고 있었다. 이전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대단위의 아드레날린이 그녀의 몸에 주입되는 듯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또 다른 마이클 커닝햄이었던 거다. 언어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유혹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더구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유머 감각까지 있었다. 이들을 만나기 전엔 도스토옙스키나 조지 오웰 같은 작가만이 천재라고 생각했다. 작가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26자의 알파벳을 사용한다. 근데 똑같은 알파벳을 사용하면서 작가들이 내놓는 놀라운 글들은 마술이나 마찬가지다. 연금술이 아닌 마법인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한 재니스 리의 노력

책을 읽고 또 읽고 수없이 많은 책을 읽으며 보낸 학창시절을 끝내고 재니스 리는 뉴욕으로 진출한다. 글쓰기를 희망했으니 글을 쓸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했다. 그녀는 잡지를 좋아했다. 특히 여성지에 실린 아주 잘 쓰인 글들을 눈여겨보았고 많은 잡지사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리고 <엘르>에 입사하게 된다.

<엘르>에서 피처 에디터로 5년을 보내는 동안 재니스 리는 글쓰기로서의 기본과 테크닉을 배웠고 에디터를 하면서는 절대로 작가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되기도 했다. 많은 작가를 만났고, 북 파티에도 참석을 했으며 정말 유명한 작가를 만나기도 했다. 글쓰기를 생업으로 하는 작가들도 만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을 만나보는 일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들을 통해 작가라는 직업이 집세를 내기 위해 혹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또한 작가들은 외롭고 불안하며 동시에 교만하고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혼자 작업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인간 교류를 갈망하면서도 한편으론 혐오스러워 하는 것이 작가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읽고, 읽고 또 읽었다는 점이다. <엘르>에서의 직책이 피처 에디터였던 만큼 제니스 리는 많은 책을 읽어야 했다. 정말 열심히 읽었다. 그곳의 환경과 북 섹션에서 배운 문장들은 후에 재니스 리가 소설 쓸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곳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니스 리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많은 에디터들이 작가가 되고자 희망을 한다. 퇴근 후 밤에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책을 펴낸 저자들도 있었다. 인류학이라거나 자기계발서, 혹은 미스터리나 처세서 등을 출간했지만 궁극적으로 재니스 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분야의 책들이 아니라 <엘르>의 북 섹션에 올라오는 그런 책들, 즉 문학적인 책들을 쓰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에디터를 직업으로 둔 작가는 없었다.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고 글과 싸우며 보낸 에디터들이 집에 돌아가 자신의 글을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거의 상반된 관계인 에디터와 작가를 병행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걸 에디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결국 5년의 에디터 생활을 마감하고 작가로서의 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동안 제니스 리는 여러 편의 단편을 썼다. 여러 명과 같이 하는 워크숍의 과정도 갖고 소설가로 불리기 위해 출판사에 글을 보내기도 했으나 수없이 거절당했다. 『피아노 교사』가 출간되고 성공하자 다들 운이 좋다고 말을 하는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그동안 투자가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수천 장의 글, 수백만 장에 달하는 독서, 글을 쓰기 위해 보낸 수많은 시간들 등등 이런 것이 바로 작가가 되었을 때 기억해야 할 일이다. 그 어떤 일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거다.

일을 그만두고 재니스 리는 결혼을 했다. 돈을 벌 필요도 없었고 아이도 낳았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해 영감을 얻으려고 했으나 그 또한 쉽지 않았다. 뭔가 체계적인 것이 필요한 때였고 마침 뉴욕의 대학원 중에 이창래 교수의 프로그램이 눈에 띄어 그에게 소설 창작을 배우게 되었다. 글쓰기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거다.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해 누군가 이해하고 코멘트를 달아주는 일은 글 쓰는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재니스 리는 몇 편의 단편을 쓰게 되었고 『피아노 교사』의 발단이 되는 단편을 쓰기도 했다.

글 쓰는 과정은 재니스 리에게 있어 조각과 같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단다. 오랜 시간 동안 캐릭터 연구를 해야 했고, 매일 조금씩 써나가며 문장을 고치고, 새로운 단어를 추가하고, 또 다시 글을 쓰고 검토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글을 쓰고 있다고 해서 직업이 되는 일도 아니었기에 친구들이나 가족에겐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도 없었으며 이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설사 책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책이 잘 나가는지 걱정을 하게 된다. 최고의 작가라도 자기 작품과 본인에 대해 의문과 혐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글을 쓴다고 했다. 글은 한 작품이 검토의 검토를 거쳐 끝날 시점이 되어서야 그 작품의 모양을 알 수 있다. 재니스 리로서는 이제 한 편의 장편을 세상에 내놓았고 다른 언어로 출간되어 본인의 글이 읽히고 있으니 그녀로서는 하나의 조각품을 완성시킨 셈이다. 

재니스 리는 자신의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린 글을 읽는 일은 굉장한 경험이라고 했다. <뉴요커>나 <타임스> 같은 평생 읽어온 지면이면 더욱 그렇단다. 평론가들이 그녀의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인지를 이해하고 비평을 하는 일은 더할 나위 없는 전율을 느끼게 했다. 또한 책이 나오고 독자를 만나는 과정 역시 새로웠는데 글을 쓰는 동안은 고독 속에 홀로 외로이 글을 썼지만 지금은 공인으로 세상에 나와 독자와 공유하며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마치 현재의 상황이 초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보낸 지난 5년 동안의 일을 이야기하며 공유하는 북투어나 낭독회 같은 것에도 이젠 익숙해졌다. 또한 인터넷 세상이라고 불리는 요즘 세상에 독자들과 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된 일은 고마운 일이라 했다. 사람들이 책이나 글쓰기의 종말론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말하지만 그런 종말은 책뿐만이 아니라, 일어날 일이라면 인터넷이나 TV도 마찬가지라 했다. 그러나 이번 만남처럼 책을 사랑하고 읽는 사람을 만나거나 낭독회가 끝난 후 감동에 젖어 우는 사람이나 책을 읽은 후 열띤 토론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일 누군가는 책을 읽고 어디론가 여행을 한다. 매일 새로운 독자가 태어나고 그중 한 사람은 언젠가 책을 쓰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왜 제가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답을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니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재니스 리와 독자와의 사소하고 소소한 질의응답

한글로 번역된 책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요?

한국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려 자세히 읽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언어로 나온 책을 읽는 것은 작가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글이라도 언어에 따라 정보 전달 목적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여성 잡지사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여성지의 경우 글 쓰는 데 어떤 도움을 주던가요?

여성 잡지를 택한 이유는 제가 여성 잡지를 즐겨봤기 때문입니다. 일간지는 너무 빠르고 계간지나 책의 출판은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여성 잡지에서는 예술이나 영화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읽을 수 있기도 하죠. 그래서 제 성격에 잘 맞는 여성 잡지사를 택했고, <엘르>에서 글 쓰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좋았습니다. 또한 <엘르>의 북 섹션은 몇 페이지 되지 않지만 그 몇 페이지를 위해 수백 권의 책을 읽고 노력하고, 시간 투자하는 것을 보며 <엘르>의 북 섹션에 대한 퀄러티quality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잡지사에서 글을 쓰는 것은 문학작품과는 다르며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배우는 셈이죠. 다양한 글들을 읽다 보면 그림을 보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지니는 것처럼 글에서도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미국에도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사가 있을 텐데?

네, 문학 잡지사가 있으며 한동안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적은 수의 직원이 있는 곳이었고 매번 천 개에 가까운 글들을 읽어야 했어요. 그런 경험은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그런 경험을 한번 겪었기 때문에 좀 더 넓은 세상, 다양한 글들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죠. <엘르>와 같은 여성잡지사로. 

에디터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쓰는 일은 과연 불가능할까요? 또 작가가 되려고 했을 때, 책을 좋아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확신이 있었나요?

물론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에디터로 일하면서 사무실에 앉아 스무 개 정도의 책을 읽으며 문장과 씨름을 하고 집에 가서 글을 쓰려면 머릿속에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거죠. 직업을 가지고 글을 쓰고 싶다면 글쓰기와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독서가라면 훌륭한 독서가가 될 진 몰라도 글까지 잘 쓸 순 없겠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건 확실합니다. 또 어떤 확신으로 글을 쓴 것이냐면, 스스로 나를 꽤 괜찮은 작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보다 괜찮은 작가들이 많지만 내가 좋은 작가라는 것은 스스로 실험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교사』는 읽다 보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혹시 영화 제의는 들어오지 않았나요? 개인적으로 클레어나 윌, 트루디의 역할에 어울릴 만한 배우를 생각하신 적은 있나요?

책을 읽으며 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부러 그걸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장편은 단편의 기법과 좀 달라 장편을 쓸 때는 영화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확정되진 않았지만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글쓰기와 시나리오는 달라서 작가는 영화에 판권을 넘기고 나면 참여를 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영화사 측에서 제의가 들어온다면 서로 이야기는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클레어 역할엔 케이트 윈슬렛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고, 윌의 경우는 대니얼 클락, 그리고 트루디의 역할은 이번 제 책을 계기로 아시아의 어느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얻게 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피아노 교사』를 아직까지 읽지 않은 분들에게 작가로서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피아노 교사』를 이제 읽으려고 한다면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리세요.

책이 나오고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일은 이제 일상다반사가 되어 버렸지만 아직까지 외국 작가를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고 이렇게 가까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일은 더더구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 자리는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던 것 같다. 5년에 걸쳐 장편을 탈고하는 작가인 만큼 두 번째 소설의 경우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으나 기억력 약한 독자들을 위해 작가의 이름을 잊어버리기 전에 두 번째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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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님이 예스24 에도 글을 올리시는 걸 오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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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타카 어제 텔레비전 채널 2에서. 뉴질랜드 바레인 월드컵 플레이오프 축구경기 끝나고. 뉴질랜드 28 해 만에 월드컵 다시 간다. 보나마나 82년 뉴질랜드 팀처럼 다른 팀들의 승점 먹이가 되긴 하겠지만. 

2)아담 쌘들러의 8 Crazy Nights. 크리스마스용 성인애니메이션. 성인용인 건 야한 장면이 나와서가 아니라 내용 때문임. 쌘들러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가 쌘들러 목소리로 나온다. 

3)Fistful of Dollars. My Fair Lady. Conan the Barbarian. 동네 비디오 이지 타카니니에서 10월 27일날 빌렸었다. 페어 레이디 빼고 둘은 예전에 봤지만 문득 다시 보고 싶어져서 빌렸다. 셋 다 만족스런 관람. 

4)11월 3일 3)들을 돌려주며 이퀼리브리엄,언터처블즈,프로젝트 A 2편을 빌리려고 했으나 셋 다 없어서 차이나 문과 La cite des enfants perdus 라는 프랑스 영화를 빌렸다. 차이나 문은 집에 vhs 테입이 있는데 비디오가 고장 나는 바람에 못 보고 있던 영화. 보니까 아주 명작은 아니고 평균보다는 나은 정도. 90년대 초반 매들린 스토우가 2000년대 초반 모니카 벨루치랑 얼굴이 많이 닮았다는 걸 알았다. 에드 해리스는 91년에 이미 대머리가 진행되고 있었고 베니시오 델 또로도 나온다. 몇 달 전 티모시 달튼이 제임스 본드로 나왔던 80년대 본드물 보면서 베니시오 델 또로가 나오는 걸 신기하게 여겼었는데 내 눈에 안 띠어서 그렇지 이 영화 저 영화 80년대부터 많이 나왔던 배우였다.여태껏 본 스릴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뭘까? 생각해 보니 뚜렷이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프랑스 영화는 델리카트쓴, 아멜리, 롱 인게이지먼트를 만들었던 장 삐예르 주네 감독 작품인데 80년대 텔레비전 외화씨리즈 미녀와 야수 - 터미네이터의 싸라 코너 린다 해밀턴이 미녀로 나왔지. 개인적으로 린다 해밀턴이 미녀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나름 개성과 매력은 있다고 인정해주지만 - 에서 야수로 나왔던 영화판 장미의 이름에서 쌀바토레로 나왔던 론 펄만이었다. 조사해 보니 론 펄만이 헬보이이기도 했구나. 델리카트쓴 분위기가 많이 난다. 

5)우로쯔끼도지라는 일본 성인 애니메이션. 89년 오리지널과 91년 속편이 한 디비디에 들었는데 섹스랑 폭력의 도가니다. 난 재밌게 봤는데 눈 찌뿌릴 사람들도 많을 듯하다. 우로쯔끼도지랑 양자경이 2차대전 때 일본군에 맞서 어느 산골 마을을 지키는 파일러트로 나오는 영화를 12일 빌렸는데 양자경 영화는 아직. 

책들은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비로소 읽었고 주세뻬 또마씨 디 람뻬두사라는 시칠리아 귀족 출신 딜레탕트의 표범이란 책도 읽었다. 한국말 번역본은 아직 없는 거 같다. 표범은 주인공의 별명이다. 알랭 들롱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로 했다는데 영화도 언제 기회 되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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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iano Teacher (Paperback)
Lee, Janice Y. K. 지음 / HarperPress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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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53 년 영국 사람 클레어는 홍콩 수도국에서 일하게 된 남편 마틴 펜들턴과 함께 홍콩에 온다. 피아노를 꽤 잘 칠 줄 아는 클레어는 중국인 부부 빅터 첸과 멜로디 첸의 딸인 로켓 Locket Chen 의 피아노 선생님이 된다. 차츰 홍콩에 적응해 가던 클레어는 첸씨 부부의 운전기사로 있는 윌 트루즈데일과 가까워지게 되고 윌이 40년대 초반에 트루디 량이라는 중국,포르투갈 혼혈아와 사랑하던 사이라는 걸 안다. 한편 윌은 빅터 첸이 전쟁 때 어떤 비열한 수를 써서 치부했는지 그 과정에서 트루디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비극을 맞이했는지를 비밀로 가슴에 가두고 사는데... 

이 소설의 간단한 줄거리를 써 봤다. 소설 읽고 느낀 몇 가지. 1)전쟁은 되도록이면 피해야 한다. 2)사람은 사랑하면 자란다. 3)가늘고 길게 살고 싶으면 성깔 죽이고 평범해야 하지만 타고난 성격 때문에 그걸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축복인지 불행의 씨앗인지는 어느 만큼 주변 환경에 달렸다. 전시라면 불행의 씨앗이 될 확률이 높다. 

좀 더 잘 쓰고 싶은데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라 정리가 안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 소설 영화화될 거라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아는 피아노 티처 란 영화는 두 개가 되는 셈. 이사벨 위페르 나왔던 영화랑 이 소설 영화화되는 거. 어쩌면 내가 모르는 피아노 티처라고 이름붙은 영화 몇 개가 더 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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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 (500) Days of Summ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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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상큼한 작품. 여태껏 본 주이 작품 가운데 주이 매력을 가장 잘 잡아냈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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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독후감도 써버릇 해야 하는데 오랫만에 써 보려니 안 써진다. 물론 옛날에 썼을 때도 결코 잘 썼다고 볼 수 없지만 요샌 그것마저도 쓰기가 싫어진다. 왜 이러지? 

에이미 탄 - 조이 럭 클럽, 부엌신의 아내, 접골사의 딸 

이안 플레밍 - 카지노 로얄 

주노 디아쓰 - 드라운, 오스카 와오의 짧고도 놀라운 삶 

플로베르 - 보바리 부인. 이 고전을 서른 넘어서야 읽었지만 이제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다. 

이사벨 아옌데 - 야수들의 도시, 황금용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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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9-09-18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픽션 책들로는 어플루엔자 Affluenza랑 대중의 지혜 Wisdom of Crowds. 어플루엔자는 지금, 2009년 9월 17일, 알라딘에 있는 어플루엔자랑은 이름만 같고 저자가 다른데 내용은 비슷하다. 지나치게 경제성장 일변도로 살다간 다른 소중한 이들과 것들, 책에서 나온 예로는 가족,벗들,여유,문화생활을 놓칠 수 있으므로 탐욕의 액쎌러레이터에서 발을 때라. 내가 읽은 어플루엔자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 둘-아마 둘 다 대학교수였던 거 같다-이 쓴 거였다. 대중의 지혜는 알라딘에서도 검색되는 James Surowiecki 제임스 써로위키의 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