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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의 버킷 리스트에는 어제까지 7개의 항목이 들어 있었는데, 오늘 하나를 추가하였다. 겨우 7개 만드는 데 10년이 더 걸릴 정도로 원체 일을 벌리는 것을 꺼리는 성격이라, 하나가 더 등재되는 것은 기록에 남겨도 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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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버킷 리스트라는 게 좀 그런 면이 있지만, syo의 것은 다소 충동적으로 만들어진다. 룸메이트 하나 끼고 자취하던 시절, 내 책상 위에는 그야말로 버킷이 하나 있었는데, 동전을 던져넣는 곳이었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짤랑짤랑 동전 소리 내면서 다니는 거 아니라는 선친의 호랑말코 같은 교육의 효과였을까, syo는 100원짜리 물건을 사도 1000원을 내고 잔돈으로 돌아오는 900원은 버킷에 던져 놓는 반자본주의적인 소비 행태를 고수했다. 그러나 어쩐지 동전이 모이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뎠고, syo는 그 동전들이 하이에나 같은 룸메이트의 밥이 되고 있음을 직감하였다.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어느 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 하이에나-룸메이트가 동전을 한 움큼 집어나가려다 마침내 현행범으로 적발되었다. syo는 분개하여, 저 프로필 사진과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그 하이에나-절도범-룸메이트에게 콩밥 먹기 싫으면 그간 야금야금 해쳐먹은 액수에 시중금리를 붙인 다음, 죄다 동전으로 바꿔 버킷에 집어 넣으라고 권고하였다. 변태 같은 놈아, 그냥 액수만 맞춰 주면 되지 왜 꼭 동전으로 가져 오라는 것이냐, 따져 묻는 하이에나-절도범-그러나콩밥사절-적반하장-룸메이트에게 syo가 대답했다. 동전 모아서 테헤란로에 빌딩 올릴 거다, 이 잡놈아. 


버킷 리스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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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가을은 단풍의 계절, 붉은 계절이다. syo는 사상도 빨갛고, 프사의 얼굴도 빨갛고, 서재 이름도 흰 글씨에 빨간 바탕이고, 어딜 가나 맑덕(마르크스 덕후)을 자처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어제는 세 종류의 마르크스 평전을 페이퍼에 올렸는데, 세 권 다 표지가 아주 단풍마냥 빨갛다. 붉은 색을 좋아하는 서재 친구분들이 꽤 계셨고, 그 중 한분과 댓글로 대화하는 중에 syo 왈, 가을은 빨간 단풍 마르크스의 계절,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가 없어서 아쉽다. 그러자 그 분 대답하시길,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라니, 그야말로 망삘이다. 뭐라고! 망삘이란 말입니까? 정말요?


그렇게 버킷 리스트 여덟 번째 항목이 탄생하였습니다.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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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는 포기를 모른다. 버킷 리스트는 추가가 느려서 그렇지, 한 번 올라가면 결코 그냥 슬쩍 내려오지는 않는다. syo가 하고자 마음 먹은 것들 중, 하지 못한 것은 없다. 그저 "아직" 하지 못한 것만 수두룩할 뿐. 뭐, 저거 죽기 전까지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죽기 전에 다 할 거예요. 동전 모아서 테헤란 로에 빌딩도 올리고, 유시민 선생님이랑 건대 시민호프 가서 헌팅도 할 거고, 애기 멍멍이 300마리 데리고 풀밭에서 개처럼 뒹굴고 뛰어 놀기도 다 할 거라구요. 급할 거 없잖아요, 당장 내일 죽을 것도 아니고.


그러나 아무리 syo가 정신나간 놈이지만, 솔직히 1번은 어렵겠다 싶다. 최경환이 말아먹기 전이었다지만, 정말 철이 없었다. 사실 어느 땅값 싼 시골 나대지에 2층짜리 가건물 하나 올리고, 집 앞 공로에 '테헤란 로'라고 나무 팻말 하나 박아 놓는 얍삽이를 생각 중이다......


 


5

 

연휴라, 도서관이 주욱 쉰다. syo도 주우욱 쉰다. 명절 당일 친척집 방문 이외에 스케쥴이 전혀 없다. 놀면 뭐하겠노, 책이나 봐야지. 하여 연휴 독서 목록을 만들어 어거지로 스무 권을 꽉꽉 채워 빌려왔다. 내가 가진 책도 몇 권 넣었다. 연휴 동안 다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지만, 솔직히 절반만 읽어도 대박, 반의 반만 읽어도 선방이겠다. 저 두께 좀 보소.






<마르크스 일당>



1. 마르크스 평전 / 자크 아탈리

2.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 / 알렉스 켈리니코스

3. 자본과 노동 / 요한 모스트 외

4. 자본론 함께 읽기 / 박승호

5.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 류동민

6.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 이진경

7. 생각하는 마르크스 / 백승욱

8. 자본을 넘어선 자본 / 이진경

9. 칼 마르크스 전기 2 / 마르크스 레닌주의 연구소

10. 아미엥에서의 주장 / 루이 알튀세르

11.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 루크 페레터




<정신분석 패밀리>



12. 강영계 교수의 프로이트 정신분서학 이야기 / 강영계

13. 프로이트 패러다임 / 맹정현

14.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 / 강응섭

15. 라캉으로 시 읽기 / 이승훈

16. 리비돌로지 / 맹정현

17. 라캉의 인간학 / 백상현




< 그리고 그 외>



18. 난생 처음 경제 공부 / 박유연

19. 물욕 없는 세계 / 스가쓰케 마사노부

20. 히로시마 내 사랑 / 마르그리트 뒤라스

21. 일요일의 인문학 / 장석주

22.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미카미 엔

23. 법 앞에서 / 프란츠 카프카



이게 될까? syo가 다독은 다독이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호기롭다, 호기로워. 질러 놓고 나중에 무슨 쪽을 얼마나 팔려고...... 오늘부터 식음을 전폐하고(말이 그렇다는 거지, 먹는다, 돼지처럼) 독서에 들어갑니다. 우리, 연휴 끝나고 살아서 만나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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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7-09-29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언젠가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가 생기면 저도 거기에 일조했다고 자랑할 수 있겠군요. 망삘인지 아닌지 꼭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ㅋ
그런데 읽기에 ˝울˝증이 왔다던 분 어디 가셨나요? 지난번 울증 호소가 진정이었음을 전제로, 이번 연휴에 syo님이 제일 먼저 집어들 책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일 것이라는 데 100원 걸겠습니다.

syo 2017-09-29 20:23   좋아요 1 | URL
대박, 정확히 1분전에 그 책을 다 읽고 읽은 책으로 등록하려 북플에 접속했는데.....

작두 타셔도 되겠어요. 이렇게 정확한 예측력을 보여주시니 마음이 더욱 무겁네요. 독서괭님 예측대로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는 망삘이란 말인가......

syo 2017-09-29 20:35   좋아요 0 | URL
아이고 도사님, syo가 다음에는 저중에 뭘 읽어야 연휴의 독서가 순풍순풍 잘 풀리겠습니까요....

독서괭 2017-09-29 20:46   좋아요 0 | URL
어흠 어디보자 어디보자아... 다음 책은...
예끼 요놈! 도에 기대어 독서를 하려 하다니 혼이 나야겠구나. 제일 두꺼워 보이는 <마르크스 평전>부터 읽거라!
(반말 드립 죄송합니다...)
꼭 다 읽으시고 페이퍼 쓰시는 겁니다 화이팅!!

syo 2017-09-29 20:49   좋아요 0 | URL
아이고 도사님, 그러므닙쇼, 시키는 대로 하게씁니다요. 굽신굽신. (두 손을 비비며 눈치를 슬쩍 보다가 복채를 안 내고 튄다)

독서괭 2017-09-29 21:05   좋아요 1 | URL
전국의 도서관에 수배령을 내린다... 어쩌고 저쩌고 썼다가 이러다 끝이 없을 것 같아 지웠습니다. 북플에서 농담따먹기를 하게 될 줄이야 ㅋㅋ
마르크스와 함께 긴긴 밤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 2017-09-2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책들 목록 엄청 근사하네요! 멋져!! 아무쪼록 다 읽으시기를요. 그리고 읽을때마다 페이퍼 써주기예요!!! >.<

syo 2017-09-29 20:24   좋아요 0 | URL
읽는 것도 큰 일인데요..... 벌써 호기롭게 벌려놓은 거 조금 후회중....ㅠ

sprenown 2017-09-29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스와 프로이트는 이 더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보나 혁신의 아이콘이지요! 결국은 인정 욕구인거 같아요..북풀 누르면서,,몇명이나좋아요! 했는지, 댓글은 얼마나 달렸는지..조금 잘난척 하자면.. 헤겔의 인정 욕구.. 애정 결핍일지도 모르죠. 글 좋아요! 그러니까, 그럼에도 중독되는 거...이게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떠나서 본능인 거겠지죠... 잘 나가는 장강명도 그럴테고.금정연도 마찬가지고.. 가만 보자, 내일 부터 10일 휴가를 어디를 갈까.. 제르미날 2를 들고 싸이판이나 다낭을 갈까? 고민되는 인간들도 있고.. 알바와 월급쟁이들,임금 노동자의 눈물. 그것이 악어의 눈물일까? 먹고 산다는게 참, 슬픈 일이구나! 결국은, 모두들 죽음은 두렵구나.산다는 거 천상병 시인의 말 처럼 소풍! 이구나.

syo 2017-09-29 20:34   좋아요 0 | URL
말씀 들으니 반드시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건해집니다. 장난 아니라 진짜요 ㅎ

sprenown 2017-09-2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세요...조금은 흥분을 가라 않으시고.. 과연 될까요? 이 더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서? 하면은 저도 깨갱 깨갱.. 성공하기는 힘들거예요. 인간이 얼마나 영악하지..통일 반대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아직 모르시고 그런 말씀하시지는 않겠죠?

syo 2017-09-29 21:05   좋아요 0 | URL
통일하고 마르크스가 관련이 있거나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도 안 해봤는데요.....;; 그냥 축젠데요, 마르크스 부흥회나 제사 이런게 아니라 ㅎㅎㅎ

sprenown 2017-09-2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재충전 하세요! 책보다는 여행이나 아름다운 우리 강산 둘러보시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듯 싶네요... 막스나 자본의 유령에서 벗어나서.. 잘 주무시길!

syo 2017-09-29 21:08   좋아요 0 | URL
sprenown님도 좋은 추석 보내세요!! 그 유령들은 제가 잘 타일러서 명절 잘 보내고 오라고 하겠습니다 ㅎ

sprenown 2017-09-29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퇴 되지 않는 한, 여기 알라딘에서 독서 일기 쓸거예요...누가 보든 말든.여기에서 끝내 겠습니다. 노원역 까지 가야 하거든요 집에 인터넷이 안되고 컴퓨터도 없어요..나중에 뵙겠습니다.. 실물이든지 여기 알라딘에서든지.먹고 사는 게 차~암 힘드네요!

sprenown 2017-09-29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선물로 감 한 박스 보내드리고 싶은데,,물컹한 걸 루! 밝으시레한 놈으로

syo 2017-09-29 21:15   좋아요 0 | URL
아직 그걸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그게 더 감사하네요 ㅎㅎ

올해는 벌써 감 이래저래 실컷 먹는 중입니다^^

sprenown 2017-09-30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노원정보도서관입니다. 집에서 한 20분 걸어오면 도서관이 있다는게,게다가 디지털 룸에서 공짜로 인터넷을 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고마운지... 사실 감 얘기는 저도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해마다 특별한 인연이 있던 분에게서 진영단감을 1박스씩 받고 좋아 하셨던 추억이 있어서예요..조울증 치료도 할겸 단풍든 내장산에서 마르크스 축제 신나게 즐기고 오세요. 제가 의사는 아니어서 프로작을 처방해 드릴수는 없고... 적당한 운동과 여행이 좋을 듯 싶네요.. 저도 노안이 와서, 책 읽을때는 무척 피곤하더라고요. 맑고,푸른 하늘, 바람.. 참 좋은 날입니다. 저는 마르크스 축제보다 무정부주의자 축제, 아나키즘에 더 관심이 있긴 합니다... 내일도 노원정보도서관 오게 되면 글 올릴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