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런 꿈을 꾸었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람은 분명 조석이었다. 잠에서 깨어 생각해보건대, 그 얼굴과 가장 닮은 사람은 서태지이지만, 꿈 속에서 그는 분명 웹툰 작가 조석이었다. 나는 보자마자 그 서태지가 조석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봤을 뿐인데 그 서태지는 본인 입으로, 네 맞습니다. 조석입니다, 라고 시인했다. 안녕하세요, 조석씨. 나는 일곱 권의 책을 반납했다. 스무 권의 책을 빌리고 일곱 권을 반납했으니 열세 권이 남았을텐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카운터에서 한 발 물러서서 몇 권이 남았는가를 어플로 알아보고 있었다. 몇 권을 더 빌릴 수 있는지 계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멍청하게도, 스무 권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에서 스무 권을 빌렸다가 일곱 권을 반납했으니 내 손에는 열세 권이 남았고, 스무 권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에서 열세 권을 빌렸으니 일곱 권을 빌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하려했던 것 같다. 엄마가 너한테 사과 스무 개를 줬어. 근데 너가 사과 일곱 개를 먹었어.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너는 사과를 몇 개 먹었니? 어쨌거나 그때 갑자기 조석이 나를 보며 말했다. syo씨의 글에는 리듬이 있어요. 네? 그러니까 이런 리듬 말입니다, 좌삼삼 우삼사. 네? 그것은 좋다는 뜻입니다. 우와, 정말요? 네, 제가 만화로 그리고 싶습니다. 만화로요? 네, 그러니까 이런 캐릭터로 말입니다, 좌삼삼 우삼사. 네? 그것은 좋다는 뜻입니다. 우와, 정말요? 네, 아무래도 syo씨의 글에는 리듬이 있으니까요.
이런 대화가 한없이 이어지다가 점차 가늘고 희미해더니 잠에서 깨었다.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꿈을 꾼 거지? 그러니까 어제 이백오십만 년만에 맥주 두 잔 먹고, 4킬로미터를 걸어걸어 집으로 왔고, 두 시까지『쓰기의 말들』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쓴 리뷰나 페이퍼들이 갑자기 칭찬을 받아서 꽤 기분이 좋았나보다. 열심히 쓰라는 꿈인가 봐. 칭찬은 syo를 춤추게 한다. 그러니까 이런 춤 말입니다. 좌삼삼 우삼사.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당최 저놈의 좌삼삼 우삼사가 뭔지를 모르겠다...... 좌삼삼 우삼사가 내 "쓰기의 말"이 되고 싶어서 얼른 꿈에 나온 걸까?
힘들면, 도망가고 싶다. 쓰는 삶에서, 쓰는 상황에서. 술을 마시거나 하염없이 걷지만, 일시적인 기분 전환일 뿐 마음이 홀가분하지도 걸음이 자유롭지도 않다. 글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쓰는 것. 몸의 감각이 쓰기 모드로 활성화되고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밑 원고가 다져진다. 모터가 돌아가고 원고가 불어나 있으면 그 불어난 힘이 글의 소용돌이로 나를 데려간다.
_ 은유,《쓰기의 말들》
2
빵 굽는 사람은 빵을 굽고, 집을 짓는 사람은 집을 짓는다. 빵 굽는 사람은 빵으로 말하고, 집을 짓는 사람은 집으로 말한다. 나는 날마다 짐승처럼 엎드려 여덟 시간씩 글을 쓴다.
_장석주,《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불굴의 생산력을 자랑하는 작가들. 오늘 책이 나왔다고 하니 지금쯤 다음다음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겠다 싶은 책 머신들. 강준만, 우석훈, 박홍순 그리고 장석주. 엎드려 여덟 시간의 글을 쓰는 문장의 짐승남은 멋이 있다. 가끔씩 저런 삶을 꿈꾸기도 한다. 평생을 치열하게 읽기와 쓰기에 매달려 살아온 것이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이 되고 널리 존경받을 이유가 되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겠다.
3
그리하여, 지식과 재능을 가진 당신이 그 위에 뜨거운 심장을 갖고 있다면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당신과 동료는 자신의 지식과 재능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무하려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점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주인이 되려고 함이 아니라 투쟁의 동료가 되기 위함입니다. 지배하려고가 아니라 미래를 정복하려고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당신 자신을 고취시키고자 함입니다. 가르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대중의 갈망을 이해하고 정확히 표현하려고, 그리하여 마침내 그것들이 청년의 모든 도약과 함께 삶 속에서 녹아내리도록 부단히 활동하기 위함입니다. 그때라야, 비로소 당신은 하나의 완전한 삶, 이상적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_P. A. 크로포트킨,《청년에게 고함》
또한, 책상에서만 글 쓰는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싸우되 싸움 안에서 내가 가르치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사람, 쓰되 쓴 것을 바로 내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채우고 그 이웃은 또 다른 이웃을 채우며 빙빙 돌아와 마침내 내게 오도록 하는 사람 되면 좋겠다.
으, 오글오글,
도와주세요. 중2병이 낫질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