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재인을 사랑했었던 게지
이번에는 누가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믿었었는데, 막상 안철수의 기세가 거세지면서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한 걸 보니, 문재인을 사랑했던 게지. 물론 표는 심상정으로 갔겠지만 마음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렸던 게지. 딱히 사랑할 이유도 기다릴 이유도 없는데, 그저 많은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미움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현재 이 나라 정치계에서 가장 거대한 정치인이 괜히 인간적으로는 약자로 보여서, 곁에 사람이 저렇게 많아도 어쩐지 외로울 거 같아서, 그래서 사랑하고 기다렸나 보다.
사랑과는 별개로 저 사람 참 정치 못한다 싶은 것이, 자기에게 덮어지는 수없이 많은 프레임 중 뭐 하나도 털어내지를 못한다. 철수하는 이미지라니까 철수를 안한다고 안철수, 연약한 이미지라니까 안철수가 아니라 강철수, 이번에는 심지어 목소리까지 바꿔내는 저 거대한 권력의지와 맞상대해야 할 사람이, 이미 자기의 손에 주어진 정치적 혈통이나, 강성 지지층의 두께에 기대어 대세를 논하고 더 뻗어나가려 하지를 않는다. 확장성 프레임에 제일 단단하게 걸려든 것은 어쩌면 문재인 자신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빨갱이 문재인만은 막아야 된다고 믿는 수많은 보수 유권자의 오해를 풀기 위해 문재인은 뭔가를 하지 않는다. 이명박근혜 정부보다 참여 정부가 더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 암만 사실이라 한들, 그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고 미움이 풀어질까. 대선후보중 누구의 안보관이 가장 믿음직하냐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다고 본인의 안보관이 인정받았다며 자랑하는 모습은 정말 기도 차지 않았다. 본인의 지지율보다 낮은 득표를 해 놓고서는. 그건 문재인의 안보관이 1등 안보관이라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안보만큼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알면서. 결국 문재인은 빨갱이고,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먼저 찾아 뫼시고, 자기가 숨겨놓은 금괴를 북한 핵 미사일 만들라고 제공할 것이며, 여차하면 나라도 김정은에게 들어바칠 것이라는 페이크 뉴스가 영남의 보수 노인들의 스마트폰을 돌고돌아 우리 엄마 카톡까지 두드릴 동안, 문재인은 특별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한다 한들 쉽게 돌아설 어르신들이 아니기로서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 못한다는 프레임을 털지 못할 것이었으면, 말 잘한다고 좋은 대통령이 아니라는 역프레임이라도 걸었어야지. 진심은 말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초코파이 CF마냥 진부한 프레임이라도 던졌어야지.
아믈 문제도 그렇다. 내가 문재인이고, 결백하고, 결백의 증거가 있다면, 이미 검증이 끝이 났든 아니든 다시 한번, 그리고 재빨리 이 문제를 털고 갔을 것이다. 이미 검증이 끝난 사항-사실 제대로 검증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을 다시 한 번 검증하자고 드는 것이 정치공세라는 말 자체는 정론이지만, 정론 찾는 동안 표는 물 새듯 새어나간다. 아들 문제가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만약 내가 문재인이고, 내가 결백하지 않다면 나도 지금 문재인이 하고 있는 대응방식을 선택했을 것 같다. 결국 일천한 나의 관점으로 보면 멍청하거나 나빴거나 최소한 둘 중 하나인 듯한데, 이 선택지는 작년 11월 쯤 그 당시 대통령을 놓고 과연 어느 쪽일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바, 너무 마음이 아프다.....
2. 그나저나 읽은 책 두권
#0003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170404]
#0004 질문하는 책들 [17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