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내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몸에 맞춰서 생각을 계속 깎아내면서 살게 되기도 한다. 깎아낸 내 생각과 마음의 톱밥이 쌓이다가 바람에 날려 차마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리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어제가 오늘과 같으니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같으리라 그저 짐작하면서. 그러나 어제의 나를 더듬는 것도 오늘의 내 손이어서, 오늘 내 손에 분포된 통점, 압점, 온점에 따라 어제의 내가 얼마나 아팠고, 얼마나 참았으며, 그 와중에도 얼마나 따뜻했는지가 측정된다. 아니, 결정된다. 그러니 어제의 내 마음을 정하는 것은 사실 오늘의 내 몸이다. 그래서 나는 어제의 내 마음을 사랑할 수 있는 오늘의 내 몸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

 

마음이 마음의 마음이라면 쓰기는 마음의 몸이어서, 몸과 마음이 함께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듯 쓰기와 마음이 같이 단단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넘치게 따뜻한 마음이라도 냉정한 몸짓에 부어 뚜껑을 닫으면 단열되기 쉬우니까. 다정한 생각에는 다정한 행동으로, 다정한 마음에는 다정한 표현으로 짝을 맞출 것. 따뜻하게,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게, 안기고 싶게.

 

말은 늘 쉽구나. 그럼에도,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떤 힘일까? 나는 삶이 고통스럽거나 누군가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한 마음이 들 때 이 소설 속 빵집 주인이 건넨 한 덩이의 빵을 떠올리곤 하나. 어떤 의미에서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 아들을 잃은 부부에게 빵을 건네는 마음으로 허공에 작은 빵집을 짓는다. 젊은 부부에게 온기를 전하는 빵집 주인의 마음으로. 어딘가 있을 당신에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들을 건네기 위해서.

_ 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각자 즐거움을 연주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인간은 이 부조리한 삶의 희생자일 뿐이다. 유한한 삶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고통에 대한 두려움,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두려움이라는 병의 백신은 자신만의 즐거움을 연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_ 이화열, 지지 않는 하루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울음을 참아온 그는 정작 자신이 그래왔다는 사실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이 슬픔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슬픔이다. 보라. 참는 사람은 늘 참는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대신 메뉴판에서 한 끼의 식사를 고르듯 적당한 미소와 웃음을 골라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것들을 코르크 삼아, 울음이 치솟는 성대를 틀어막는다.

_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읽은 ---

 


148. 아무튼, 장국영

오유정 지음 / 코난북스 / 2021

 

그가 스스로 생을 마무리했던 때, 그때까지도 나는 그가 우리나라 사람인 줄 알았다. 워낙 영화에 관심 없던 어린 시절이기도 했고, 우리나라가 이렇게 슬픔으로 떠들썩하니 당연히 그 죽음이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의 죽음이라고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장국영이나 주윤발을 흉내 내고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 친구들은 대체로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외계생물 성대모사에 몰두했다. 사람을 흉내 내는 애들은 WWE를 보며 레슬링 기술을 연마했다. 대학에 와서야, 그러니까 김경욱 선생님의 단편집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읽고 나서야 장국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알게는 되었지만 장국영보다 김경욱 선생님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그때는 아직 syo가 소설가의 꿈을 꾸던 시절이었다.

 

세상에 나와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면서, 세상에 장국영이 죽던 날까지 그가 우리나라 사람인 줄 알았던 인간은 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우리 엄마도 장국영을 잘 알았다. syo가 여섯 살 적에 우리 집이 비디오 대여점을 했었다. 엄마는 장국영보다 주윤발을 더 좋아한다는데, 나는 그 두 사람이 그렇게 나란히 놓이는 게 온당한 상황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장국영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궁금한 것도 없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렇다.

 

그건 오유정 선생님의 필력이 부족한 탓도 아니고, 장국영에 대한 선생님의 애정이 모자란 탓도 아니다. 나는 그냥, 내가 만지고 이야기 나눌 수 없는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깊고 오래도록 사랑하는 마음이 궁금하다. 누군가를 향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한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선명한 증거일 것만 같아서 그렇다. 모든 계절이 열일곱 번씩 다시 돌아오는 긴긴 시간 내내 잊지 않고 호명하는 이름을 품은 마음, 그 마음의 온도 같은 것.

 

춘하추동. , 여름, 가을, 겨울이 열일곱 번 지났다. 지금도 여전히 생각한다.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세월을 함께 살아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세상의 이런저런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때가 좋았지, 세상 참 많이 바뀌었어라며 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랬다면 지금쯤 나도 SNS 계정 하나 정도는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

  春夏秋冬该很好, 你若尚在场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얼마나 좋을까, 그대가 여전히 함께 한다면

_ 오유정, 아무튼, 장국영

 

 

 


149.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 / 홍성민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

 

여러분 스쿼트를 하면, 전신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체지방을 연소한다, 힘이 넘치고 활기차다, 허리 통증을 막아준다, 혈액순환이 개선되어 쉽게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혈액순환을 향상해 냉증을 개선한다, 어깨 결림 목 결림이 사라진다, 치매를 예방한다,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한다, 면역력을 높인다, 상승효과로 더욱 건강해진다, 장을 움직여 변비에 효과적이다, 변실금을 예방한다, 요실금을 예방한다, 운동으로 몸에 작은 스트레스를 주면 건강해진다, 고 합니다! 대단하지요? 저자가 조금만 더 풍이 쎈 사람이었다면 저 리스트 뒤에 영생을 누릴 수 있다, 세계 평화가 찾아온다- 같은 것들도 붙는 게 아닌가 싶었다. 깨달음은 오히려 이상한 대목에서 찾아왔는데, 저렇게 어마어마한 효과들을 다 나열해서 결국 얻고자 하는 최종 지점이 바로 죽기 전까지 걷는 것이라는 뜻이잖아. 생각해보면 걸을 수 있을 만큼 신체 건강한 상태에서 자연사한다는 것은 큰 복인 것 같다. 아무래도 syo가 스쿼트를 하긴 할 모양이다.

 

 

 


150. 읽자마자 수학 과학에 써먹는 단위 기호 사전

이토 유키오, 산가와 하루미 지음 / 김소영 옮김 / 보누스 / 2021

 

그야말로 사전이라, 이걸 다 외울 수는 없겠다.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두는 책이라는 뜻이다. 두고 쓰면 좋겠지만, 사실 검색하면 다 나오는 정보라서 이 책은 두고 쓰라고 냈다기보다 단위 자체를 더 쉽고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에 가깝다. , 두는 책이라기보다는 읽는 책이라는 뜻이다. 이게 이 책의 딜레마다…….

 

하지만 요런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그림들이 잔뜩 있다. 헤헤.



 

  


151.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이윤영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

 

나도 싫은 글과 좋은 글이 있다. 싫은 마음은 글의 형식이나 문장의 허접함에서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쓰는 이의 편협함에서 온다. 자기가 편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편협한 글을 쓴다. 자기가 자기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못지않게 편협한 글을 쓴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방법, 시작한 글쓰기에 추진력을 붙여나가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에다 아무 상관없는 평을 붙이는 게 썩 온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써나가다 보면 알게 된다. 글쓰기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태도라는 것을. 타인을 대하는 태도만큼이나 자기를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종종 그렇다. 빻은 날엔 빻은 줄 모르고, 혐오할 땐 혐오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책 이야기는 안 하고 지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구만……. 죄송합니다.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상세한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읽어보시기를. 꼼꼼한 30일짜리 커리큘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완벽한, 그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세상에 100% 완벽한 것은 없다. 단지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마음만 있다. 완벽한 것을 찾기보다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자세, 그것이 즣은 글을 쓰게 하는 태도다.

_ 이윤영,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 읽는 ---

200년 동안의 거짓말 / 바버라 에런라이크, 디어드러 잉글리시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 금정연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 김재인

법학 입문 : 민사법 1 / 김해마루

논리적 생각의 핵심 개념들 / 나이절 워버턴

베르그손 / 황수영

아무튼, 연필 / 김지승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 레너드 서스킨드, 조지 라보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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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03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어제의 내 마음을 정하는 것은 오늘의 내 몸이다. 캬~♡🍶
2.빻은 날엔 빻은 줄 모른다 하..😇

syo 2021-05-03 20:1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운동해야 합니다, 운동.....

반유행열반인 2021-05-03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선의 수비는 공격! 이라던데…(왜 이게 생각난 것인가…그래서 난 늘 어디서나 선빵?을 날리는 걸까요…ㅋㅋㅋ)

syo 2021-05-03 20:12   좋아요 2 | URL
반님은 역시 공격수 스타일이죠.
하지만 수비도 하실 땐 잘 하실 것 같은데?

문모운 2021-05-03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빻음도 혐오도 소중했구나가 되잖아

syo 2021-05-03 20:13   좋아요 1 | URL
아닌데?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빻고 서로 혐오를 했구나~ 가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