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 멀리 울리는 노을 소리 새 가슴에 젖는다 미루나무 마른 가슴을 헤치며 지나가는 바람, 바람 소리를 내며 어디 쓰러져 뒹굴 곳도 없이
낯선 사람과도 다정히 나눌 수 있는 노을 하늘 끝에서 자라고 어느 날의 새울음처럼 바람의 눈빛은 부서져, 부서진 가슴이 날아가는 하늘에 그려지고
얼굴에 흐르는 노을 소리 새 하늘을 날아 낯선 날개를 달고 낯선 소리를 듣는다, 살아 있는 모습.
2. 바다 그 어느 하늘이 밝기에 황혼이 이다지 멀리 오르나? 늙은 대장장이의 숯불 같은 얼굴로 외로움을 연단하는 왕관을 쓰고 문득 하늘을 느끼면 바다, 그 깊은 하늘 가득 출렁이는 인간의 얕은 가슴속 사랑이 되고 숯불로 타오르는 구름 덩어리 왕관처럼 바다의 머리에 얹혀 빛나는 슬픔의 왕이 되지만 하늘이 될 수 없는 바다, 바다는 바다의 울음이고 바다는 바다의 몸짓이기에 우리는 그들과 함께 어둠을 맞아 또 하나의 목숨을 굴리고, 이 저녁 사랑의 말은 말아도 좋으련만 어둠으로 불어가는 어느 가슴이 타기에 바다를 짚은 하늘의 손이 빠져 외롭지 않은 자를 흔들어놓고 흔들리는 모든 것을 사랑하며 바다에 어리는 황혼 내 가슴에 지워지고 있었다, 살아 있는 모습.
3. 꽃 뿌리도 없이 하늘에 핀 꽃 눈부시게 어린 바람의 손을 잡고 구름의 날개를 반짝인다
햇살 어지러운 눈썹 사이로 홀로 만나는 작은 불꽃 살아 있는 모두가 분수처럼 솟아나 하늘에 꽃가루를 뿌리고 하늘 가득 꽃발이 날리는데 떨어지는 건 어깨에 잠시 머물던 설움 깨닫지 못한 나의 영혼인 듯.
시간이 자라는 정원에서 바람이 웃음 소리로 타오르면 하늘이 떨어져내리고 홀로 만나는 까아만 얼굴 무엇을 사랑해야 할지 어둠의 가슴이 허전하다, 살아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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