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느리 내보낸다’는 봄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자외선이 피부 위로 쏟아지면서 겨우내 깊은 곳에 잠자던 멜라닌이 활약하는 시기다.
어느덧 색깔이 한결 진해진 주근깨만 봐도 마음이 아픈 여성들을 위해 올봄 화장품 업체들은 화이트닝(피부 미백)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기능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에 가격이 비싼 화이트닝 제품. 큰맘 먹고 샀는데 기능과 성분을 100% 활용하고 있긴 한 건지 궁금하다. 아니 그보다도, 이거 하얘지긴 하얘지는 걸까?
#미백 화장품 정말 효과 있나
화이트닝의 기본 개념은 피부 ‘표백’이 아니다. 멜라닌 탓에 색이 균일하지 않고 칙칙한 피부를 멜라닌과 각질을 관리해주면서 색은 균일하게, 톤은 깨끗하고 밝게 가꾸는 것이 화이트닝의 목표다. 때문에 미백 화장품을 오래 사용한다고 해서 타고난 검은 피부가 흰 피부로 바뀌는 건 아니다.
잡티 개선도 단시간 안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피부과에서 수술로 치료했더라도 자외선을 쬐면 재발할 수도 있는 게 잡티.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므로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다만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이 없다는 게 화장품의 장점이다. 꾸준히 사용하면 잡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도 색이 옅어지며 피부톤이 균일해질 수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클렌징부터 스킨, 로션, 에센스 등 미백 제품 라인을 함께 사용한다.자료편집:결신모
각질 관리도 미백의 필수 요소다. 각질이 없어야 기능성 제품이 잘 흡수될 뿐만 아니라 피부 표면이 빛을 고르게 반사해 하얗고 밝게 보인다. 건성 피부라면 피부를 촉촉하게 만드는 수분 크림도 잊지 말아야 한다. 피부에 수분이 많으면 메이크업도 훨씬 자연스럽게 되기 때문에 피부색을 고르게 연출할 수 있다.
#미백 제품의 성분은
우리나라는 하얀 피부에 대한 선호가 강해 미백 제품 수요가 많다. 실제 (주)태평양의 경우 2005년 미백 제품의 매출이 전년보다 14% 성장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남성전용 미백 화장품도 대거 출시되고 있다. 흰 피부 미인을 신봉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 ‘피부가 희면 7가지 흉이 가려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외국 화장품 기업이 동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화이트닝 라인을 새로 개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백에 대한 관심이 늘고 관련 제품이 나오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999년 특정 성분을 포함한 제품에만 ‘미백 기능성(화이트닝)’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했다. 식약청이 고시한 성분은 알부틴, 유용성 감초 추출물, 닥나무 추출물과 비타민 C(에칠아스코빌에텔) 등 4가지.
알부틴은 월귤나무잎, 서양 배나무잎 등 식물에서 추출한다. 미백 기능이 뛰어난 의약 성분인 하이드로퀴논과 화학구조가 비슷하다. 미백 효과가 있는 유용성 감초 추출물은 ‘약방의 감초’ 아니랄까봐 화장품에도 들어가며, 닥나무 추출물은 미백뿐 아니라 항산화 효과가 있다. 비타민 C는 멜라닌을 활성화시키는 효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생긴 잡티를 환원시키는 기능도 있다. 화장품 이름에 화이트닝 대신 ‘브라이트닝’을 썼다면 식약청이 고시한 성분을 충족시키지 못한 제품이므로 주의한다.
#잡티를 예방하려면
잡티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멜라닌도 피부에 없어서는 안될 보호 인자다. 피부로 침투하는 자외선을 막고 해로운 피부 속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문제는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어 멜라닌이 과다하게 생성될 때. 각질층으로 올라온 멜라닌은 피부 표면에 주근깨, 기미 같은 잡티로 나타난다. 멜라닌이 생기는 곳은 표피의 맨 아래에 있는 세포다. 자외선에 노출되면 티로시나아제라는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멜라닌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 멜라닌은 자루 모양의 운반체에 잔뜩 담겨 상층으로 올라간다. 이 주머니가 피부 표면에서 터지면 안에 있던 멜라닌이 나와 피부를 칙칙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외선 차단이 피부 미백의 기본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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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티를 예방하려면 외출할 때 날씨와 계절에 관계없이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장시간 야외활동을 해야 한다면 양산이나 모자로 자외선을 막고 2~3시간마다 차단제를 덧바른다. 피부 깊은 곳에서 생긴 멜라닌 색소가 피부 표면까지 올라오는 속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멜라닌 활성화 효소를 억제하는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 감귤류나 딸기, 레몬, 양배추, 토마토 등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는다. 특히 토마토에 들어있는 리코펜이라는 물질은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막는다. 지용성이므로 올리브 오일 등 기름으로 조리한 샐러드나 파스타로 먹는 게 좋다.
비타민 C를 함유한 미백 화장품을 사용한다면 되도록 밤에 이용할 것. 자외선에 약하므로 아침에 바른다면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 개봉한 뒤 이른 시일 내에 제품을 이용하고 날씨가 더워지면 냉장 보관한다. 효과를 보려면 평소 피부 관리도 잘해야 한다. 매일 이중세안으로 노폐물을 깨끗이 제거하고 1주일에 한두번은 각질 제거 팩을 사용해야 기능성 제품이 피부에 잘 흡수된다.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도움말|이지함 피부과학연구소 김세기 소장, 태평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