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라는 말.
무수한 발을 가진 기나긴 슬픔이 우리들의 부정한 궤적위로 지나간다.
이상하리 만치 가볍고 나른하고 비현실적으로, 그렇게도 불행한가.
괜찮아요, 라는 말 한마디가 그토록 따뜻할 만큼.
감정이란 때로는 이상한 것이다.
약속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일까.
연인에게 느끼는 열정이란 그것으로 충분할 뿐
나의 생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을,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분명하게 알게 된다.
그의 생과는 더욱이 무관해져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헤어지면 우리 사이에 일어난 한때의 얽힘은
이 세상 아무도 모를 것이다.
먼 강변에 아무도 모르게 죽은 새 한마리가 마르고 해지고 녹아
마침내 모래속으로 스며들어버리듯이,
덧없이 영원 속으로 익사하는 것이다.
* 글:전경린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