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 접목하는 농부,
1855, 캔버스에 유채,
80.5X100cm, 뮌헨, 알테 피타코테크


밀레의 ‘접목하는 농부’(1855) 역시 그런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어린 나뭇가지를 성숙한 나무에 접목시키는 농부와 그의 가족을 소재로 했다. 일상적인 농가의 풍경을 한없이 따뜻하고 다감한 필치로 표현한 그림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주제는 그러나 좀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보다 깊은 정서적 울림을 자아내도록 고안돼 있다. 농부의 부인과 그의 아이가 지닌 주제와의 연관성이 그 울림을 증폭시킨다.

접목이란 어린 나뭇가지를 성장한 다른 나무에 접붙여 그 나무에 영양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부모가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과 같다. 농부의 아이가 어머니에게 폭 안겨 있는 모습이 바로 그런 사랑과 희생의 관계를 상징한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삶의 고리가 언제나 이전 세대의 숭고한 희생으로 이어져왔음을 은근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작품인 것이다. 새롭게 동이 터 오는 하늘의 모습도 이와 관련이 있다.

파리 근교 바르비종서 그려

이 그림을 처음 본 동료화가 테오도르 루소는 작품의 주제와 표현이 매우 마음에 들어 당장 구입했다고 한다. 두 화가는 아마도 이 그림을 앞에 두고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유명한 시구를 떠올렸을 것이다.

“다프네(월계수)여, 배나무를 접목하라. 너의 손자들이 그 열매를 추수하리라.”

어쩌면 밀레를 비롯한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이 이런 접목의 희생물로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과 즐거움을 가져다 준 존재일지 모른다. 그들은 남들이 아직 채 발견하지 못한 위대한 미학적 가능성을 자신의 삶에 접목시켜 그것들을 키워내고 스스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스러져갔다. 일례로 반 고흐는 지상에서 달랑 작품 하나밖에 팔지 못하고 갔어도, 그의 작품이 내걸린 미술관에는 오늘날 수많은 인파가 찾아오고 그에 관한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예술적 감동을 얻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 혜택도 누리고 있으니 밀레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진정 위대한 접본(♥本)이 아닐 수 없다.

밀레가 ‘접목하는 농부’를 그린 곳은 파리 근교에 있는 바르비종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바르비종은 한편으로는 퐁텐블로 숲, 다른 한편으로는 샤이 들판에 면해 있는데, 파리에서 가까우면서도(차로 1시간 반 정도의 거리) 경치가 좋은 곳이 많아 19세기 중반부터 화가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특히 1830~1875년 사이에 이곳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루소, 디아즈 드 라 페나, 코로, 샤를 자크, 바리, 도비니, 트루아용 등은 밀레와 더불어 이른바 바르비종파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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