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 1889년, 캔버스에 유채, 65 x 54.5cm

고흐는 앙베르 시절 때부터 40여 점의 자화상을 그렸고, 그 안에서 심도 깊은 닮음을 추구해 왔다. 고흐에게 자화상은 자기 자신과의 대면에 사로잡힌 예술가의 고유한 이미지에 대한 일련의 유채였으며, 때에 따라 의도적으로 자기의 특징을 바꿔 가며 강조하기도 한다. 누이 윌에게 "동일한 인물이 아주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그 스스로를 캔버스 앞에 선 화가로, 낭만적인 북유럽 사람으로, 짧은 머리를 한 일본인처럼 그리면서 인물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표출하고 있다.

1888년 겨울부터 1890년 자살에 이르기까지 고흐는 간혹 회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격심한 고통 속에 살아가는 만성적인 환자였다. 1889년 7월에 생 레미 요양소에서 6주를 끈 첫 번째 발작에서 회복된 고흐는 두 점의 초상화를 그렸다. 첫 번째 그림은 요양소 측에서 그의 작업을 중지시키지 못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고, 두 번째 그린 이 작품은 확고한 결심과 동시에 자기 반성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그림에서 거칠고 붉은 수염, 움푹 파인 눈, 창백한 입술, 이 모든 것이 화가의 진짜 얼굴이다. 그의 얼굴은 충분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소용돌이치는 배경의 선은 형체를 와해시키며,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 인물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고흐의 자세와 옷차림은 차분하고 고요한 안정을 드러내지만, 혼란스러운 배경은 그 안정이 위태로운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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