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카페테라스
가스등의 진한 노란색과 밤하늘의 파란색은 차양과 카페 벽의 초록색으로 인해 서로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밤의 카페 테라스를 묘사한 이 그림은 노랑과 파랑, 그리고 두 색의 혼합색인 녹색이 중심을 이루는 그림이다. 원근법의 구조를 따른 이 화면은 혼합색의 강렬한 대비를 더욱 강조하며, 그림에 깊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은 소실점 끝에 자리잡지 않고, 놀랍게도 앞으로 도출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카페는 예술가들의 집합 장소였고, 말의 잔치가 벌어지는 토론장이었으며, 압셍트 주를 마시는 주정꾼들의 타락과 은밀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런 카페가 본격적으로 묘사되며 회화의 주제로 자리잡은 것은 인상주의 시기에 들어와서다. 이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상적 삶의 공간들이 회화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리며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밤의 정경이나 밤의 효과를 그 현장에서 그려내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밤 그 자체를 그리는 것, 이것이 현재 내가 갖는 흥미의 중심이다." 반 고흐의 밤의 풍경에 대한 열정은 인상파적인 흥미에서 로드렉이나 드가가 밤의 광선에 열을 올린 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타는 듯한 정신의 낮을 향했던 반 고흐의 눈이, 마음속의 보다 어두운 부분, 정신의 그늘진 부분을 향하게 된 것이다. 그에게 "왜 그리는가?" 라는 문제는 바로 "왜 사는가?"의 문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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