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롭 마샬
주연 : 장쯔이, 공리, 양자경, 와타나베 겐, 야쿠쇼 코지
개봉 : 2006년 2월 2일
관람 : 2005년 12월 15일
등급 : 15세 이상
영화를 본지 1달이 지났다.
영화를 보고나면 가장 먼저 '영화이야기'를 쓰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지 벌써 15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하지만 [게이샤의 추억]은 작년 12월 15일에 시사회로 봤지만 1달이 휠씬 지나버린 지금에서야 이렇게 '영화이야기'를 쓰기위해 컴퓨터앞에 앉았네요.
이토록 [게이샤의 추억]의 '영화이야기'가 늦어진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200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저는 아는 분을 통해 [투게더]라는 영화 시사회에 초대되었습니다. 당시엔 영화 시사회에 자주 갈 수 없는 처지여서 시사회라면 당연히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습니다.
[무극]의 첸 카이거 감독 작품이었던 [투게더]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우리 배우인 김혜리가 나와서 깜짝 놀라게 했던 영화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투게더]는 조용히 개봉했다가 조용히 극장에서 내려진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투게더]의 '영화이야기'는 거의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투게더]의 개봉일은 2003년 3월 14일, 하지만 제가 시사회를 보고 '영화이야기'를 올린 날짜는 한달 전인 2003년 2월 16일입니다. 한마디로 너무 빨리 글을 올리는 바람에 아무도 [투게더]에 대한 관심이 없어 제 글이 거의 읽혀지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거죠.
그 이후로 '영화이야기'를 올리는데 한가지 나름대로의 규칙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영화를 빨리 봤더라도 영화 개봉 일주일 전쯤에 글을 올리자는 겁니다. 그렇게함으로써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한 관심 덕분에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에게 제 글을 읽히게 되는 효과도 누릴수 있는거죠. 아무리 허접한 글이라도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읽히고 싶은 제 나름대로의 잔머리랍니다.(또는 이 글을 늦게올린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고요. ^^;)

일본 문화의 미화!
[게이샤의 추억]은 일단 왜색이 짙은 영화입니다. 헐리우드의 흥행 거장이자,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지일파인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제작된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게이샤라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게이샤의 추억]은 2004년 1월에 국내 개봉되었던 [라스트 사무라이]를 기억하게 합니다. [라스트 사무라이] 역시 일본 특유의 무사인 사무라이를 소재로하였으며 헐리우드의 초특급 스타인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사무라이에 이어 게이샤까지... 헐리우드의 일본에 대한 호의적인 관심은 솔직히 질투가 나기도 합니다. [라스트 사무라이]에서도 밝혔지만 일본 문화에 대한 호의적인 관심은 그냥 관심을 넘어서 일본 문화에 대한 미화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과는 가깝고도 먼 우리로써는 질투와 함께 우려의 시선이 먼저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영화는 이미 단순한 문화의 수준을 넘어서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컨텐츠로 성장하여 있습니다. 영화만큼 일반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힘을 발휘하는 문화도 드물것이며, 영화만큼 직접적인 수익을 남겨주는 문화도 드물것입니다. 그런 이유때문에 일본은 일찌감치 헐리우드 진출에 적극적이었으며, 어쩌면 [라스트 사무라이], [게이샤의 추억]은 그러한 일본의 오랜 노력에 대한 결실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일본의 문화가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동안 제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의 왜곡입니다. 이미 [라스트 사무라이], [게이샤의 추억]처럼 일본 문화에 대한 미화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그들이 언젠가는 일제침략의 만행을 헐리우드 스타들을 기용한 영화를 통해 미화를 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물론 너무 섣부른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당장 그러한 만행이 벌어진다고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당 영화의 '국내 상영 불가'뿐이라는 점이 절 오싹하게 만드는 군요.

일본은 있는데 일본인은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게이샤의 추억]이 별로 부럽지 않습니다. 물론 일본의 문화를 이렇게 전세계적인 화제작으로 만들수 있는 그들의 힘은 부럽지만 영화를 보는동안 이건 일본을 위한 영화가 아닌 중국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것은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인 게이샤를 연기한 세명의 배우 장쯔이, 공리, 양자경 때문입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이들은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입니다. 일본의 미의 상징이라는 게이샤를 연기한 배우가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일본의 입장으로써는 그리 달갑지 않을것 같네요.
그것은 일본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알려져있지만 그러한 문화를 연기할 배우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와는 반대로 헐리우드 곳곳에 침투하여 있는 중국 영화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고요.
물론 와타나베 겐, 야쿠쇼 코지 등 일본의 대표적인 남자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가 있기는 합니다. 특히 와타나베 겐은 [라스트 사무라이], [배트맨 비긴스]에 이어 [게이샤의 추억]까지 연달아 헐리우드의 화제작에 출연함으로써 그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이샤의 추억]이 그 누구도 아닌 게이샤라는 일본의 문화를 통해 일본을 바라보는 영화라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한다면 일본 여배우가 없는 이 이상한 일본 여성에 대한 영화에 무조건적인 부러움의 시선을 보낼 수는 없네요.
우리나라도 이런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 영화의 활발한 세계 진출과 함께 배우들의 역량을 높이는 것에도 게을리하면 안될 것입니다. 먼 훗날 조선 왕조를 소재로한 영화가 헐리우드에서 제작될때 주연을 일본배우나, 중국배우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이 영화를 향한 내 시선은 편협하다.
글을 쓰고나니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헐리우드 깊숙히 침투한 일본 문화의 힘에 대한 부러움과 두려움에 대한 편협한 글이 되고 말았네요. ^^
뭐 그러한 편협한 시선을 잠시 접어두고 영화 그 자체만을 두고 본다면 [게이샤의 추억]은 대하 서사극이라고 할만한 꽤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한 남자에 대한 여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최고의 자리를 향한 여자들의 욕망과 질투, 그리고 2차 세계 대전을 통한 그들의 흥망성쇠가 아름다운 화면을 통해 잘 꾸며져 있으니까요.
롭 마샬 감독은 아름다운 화면을 만드는 것에 이 영화의 모든 것을 투입한듯이 보입니다. 한 여자의 비련의 삶도, 추악한 욕망과 질투도 모두 아름답게만 그려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움의 한가운데엔 장쯔이와 공리, 양자경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장쯔이와 공리는 상당히 닮았더군요. 하지만 연기의 내공에서 품어져나오는 그 카리스마는 역시 공리가 앞서있었습니다. 연륜이 괜히 있는것이 아닌가봅니다. 장쯔이의 연기가 '무난하다' 정도라면 공리의 그 표독스러운 연기는 '놀랍다' 수준입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여배우인 양자경도 단연 눈에 띕니다. [예스 마담]등 그녀의 액션 영화에 익숙한 저였기에 일본 미의 상징인 게이샤로써의 양자경은 어색할 것이라 생각했만 의외로 차분한 그녀의 연기에 매료가 되었답니다.
얼핏 김윤진에게도 [게이샤의 추억]에 대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는 기사를 읽은 듯한데 어떤 역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차인표가 [007 어나더데이]의 출연을 고사한것처럼 김윤진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배우의 헐리우드 진출도 중요하지만 서두르지않고 첫 단추를 잘 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