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호(53·건축업)씨는 최근 아파트 베란다 공사를 하면서 집 안 벽지를 모두 바꿨다.기본적으로 밝은 계통의 무난한 벽지를 쓰고 거실과 안방,딸들의 방 한쪽 벽은 다른 무늬 벽지로 멋을 냈다. 이른바 ‘포인트 벽지'다.
벽 중 일부를 기본 벽지와 다른 벽지로 강조하는 인테리어 방법으로,요즘 모델하우스나 신혼집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조씨는 미술교사인 첫째딸 원경(27)씨의 제안으로 포인트 벽지를 도배하게 됐다.
원경씨는 포인트 벽지의 장점으로 경제성과 깔끔함을 꼽는다.
“전에는 가구로 인테리어를 했는데, 포인트 벽지를 쓰면 가구가 필요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인테리어에 드는 경비도 저렴해지죠.”벽만으로 장식 효과를 내기 때문에 가구가 줄어 집 안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원경씨가 조언하긴 했지만 각자가 자신의 취향대로 방 벽지를 골랐다.
조씨가 부인과 함께 쓰는 침실은 아이보리 톤의 벽지를 기본으로 하고 침대 머리 쪽에는 옅은 팥죽색 꽃무늬 벽지를 썼다. 중후함과 아늑한 느낌을 동시에 살리는 선택이다.
원경씨 방은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창쪽 벽에 꽃무늬와 집 등이 그려진 짙은 하늘색 고전풍 벽지를 발라 하얀 가구와 잘 어울린다. 둘째딸 원미씨 방은 아이보리색을 기본으로 하고 한 쪽 벽과 침대 위 몰딩에 ‘보태니컬'(세밀화풍) 벽지를 썼다. “집에서 이렇게 화려한 벽지를 잘 안 쓰잖아요? 처음에는 무슨 술집같이 가벼워 보였는데, 침대와 조화되고 정도 들어서 그런지 지금은 다른 벽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뻐 보여요.” 자신이 고른 벽지에 대한 자평이다. 원경씨도 원미씨가 선택한 벽지를 탐냈다고 한다.
거실 한쪽 벽은 짙은 베이지색 벽지를 썼고, 큰 벽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두꺼운 몰딩을 댔다. 대신 색상은 가족 모두가 자주 드나들며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무난한 것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너무 다양한 벽지를 써 조잡한 느낌이 들까 봐 우려했는데, 실제로 도배하고 보니 방마다 느낌이 살아나 모든 가족이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조씨 집을 방문한 이웃들도 집이 예쁘다며 수리 비용이나 방법 등을 묻고 가는 경우가 많다. 원경씨는 “집 안 가구에 맞춰 벽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오히려 촌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했다.
◆포인트 벽지 따라하기최근 업체마다 포인트 벽지에 적합한 개성 있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화려한 색을 쓰거나 커다란 무늬를 넣은 벽지, 아예 사진을 이용하거나 그림을 그려 넣은 벽지 등 다양하다.
지인(Z:IN) 모젤의 박재완 디자이너는 “포인트 벽지 선택 시 맨 먼저 설치할 공간의 특성과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너무 튀기만 하면 오히려 촌스럽고 어지러워 보이므로 주변과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 우선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거실은 집 안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므로 쉽게 질리지 않는 중간 채도의 중후한 컬러 포인트 벽지가 좋다.
침실은 개인 취향이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는 공간이다. 거실 등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큰 꽃무늬 벽지나 빨강·검정 계통의 강렬한 색상의 벽지를 활용해도 좋다. 주부의 일터이자 식사 공간인 주방에는 눈에 띄는 화사한 느낌의 벽지가 좋다. 식물 무늬 등 자연을 소재로 한 패턴이나 귤색 등 밝은 색상을 선택한다. 문이 그려진 벽지는 식탁 옆이나 현관 전실에 붙이면 탁 트인 화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조씨 집의 시공을 맡은 예림인테리어 장주환 실장은 최근 고객들이 많이 찾는 벽지로 화려한 보태니컬, 옅은 색상의 고전풍, 전원 풍경의 벽지 등을 꼽았다. 장 실장은 “여성들의 취향이 반영돼 꽃무늬가 들어간 벽지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쓸 만한 벽지라면 국산이 평당 1만∼2만원, 수입산이 4만∼수십만원 선이다. 벽지는 보통 5평(1롤) 단위로 판매한다. 국산 벽지는 일반 지물포에서, 수입 벽지는 논현동 벽지매장이나 랑이랑(www.rangerang.co.kr) 뮤럴즈(www.murals.co.kr)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벽지를 고르고 나면 직접 도배할지, 아니면 시공업자에게 맡길지를 정해야 한다. 시공업체에 맡기면 보통 기술자 1명에 12만∼15만원의 일당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벽이 고르지 않다면 전문 시공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40평 주택의 경우 거실과 방에 포인트 벽지를 붙이는 데 70만∼100만원(국산 벽지 포함) 정도 소요된다. 거실만은 30만원 정도 든다. 기존 벽지를 그대로 두고 포인트 벽지를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큰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다.
벽 상태가 좋고 솜씨가 있는 주부라면 직접 시공해 보는 것도 좋다. 이때는 가벼우면서도 잘 찢어지지 않는 벽지, 질감이 있는 벽지를 고르는 것이 좋다. 벽지를 구입할 때 벽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무늬가 작은 벽지라면 별 무리가 없지만 큰무늬나 그림 벽지는 크기가 맞지 않으면 안 된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친환경 벽지와 천연 풀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시공이 끝난 후 벽지가 충분히 마르고 나서는 꼭 환기를 해줘야 한다.
글 엄형준, 사진 황정아 기자
◇화려한 포인트 벽지를 활용하면 특별한 소품없이도 멋스러운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사진제공 지인 모젤), 포인트 벽지를 붙인 조원경씨 방(오른쪽 사진·아래)과 도배 후 남은 벽지로 만든 시계(오른쪽 사진·위).
도배, 겁내지 말자1단계:벽지를 떼어낸다. 잘 떨어지지 않으면 물을 뿌렸다가 떼어내면 깔끔하다. 이때 그냥 시멘트 벽이 나타나면 초배지를 발라줘야 한다.
2단계:벽의 치수를 정확히 잰다. 벽지의 폭과 재단 길이를 재보고 몇 장이 필요한지 미리 계산한다. 천장 길이와 벽 높이 모두 10cm 정도 여유를 두고 무늬를 맞춰 재단한다.
3단계:풀은 벽지에 따라 농도를 조절하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합성수지 접착제를 20∼30% 정도 혼합하여 사용한다. 벽지 모서리에는 된풀을 바르고 중간에는 묽은 풀을 충분히 칠하는 것이 요령. 풀은 손이나 주걱으로 덩어리가 없어질 때까지 잘 저은 뒤 도배지 뒷면 가장자리부터 가운데 쪽으로 칠한다.
4단계:풀이 스며들 때까지 벽지를 접어놓는다. 이때 선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5단계:벽지는 약간의 여유를 두고 바른다. 위에서 아래로, 넓은 면에서 좁은 면으로 붙여 나간다. 모서리는 이어 붙이기보다는 따로 잘라 붙이는 것이 깔끔하고 예쁘다. 솔을 이용하여 중앙에서 천천히 붓으로 쓸어 내듯이 붙인다.
6단계:벽지와 벽지의 이음매는 롤러로 살짝살짝 문질러 고정시킨다.
7단계:벽지 아래 끝부분 여분은 칼로 잘라 낸다. 문 틀이나 가장자리에 묻은 풀은 깨끗이 닦아 내며, 난방을 이용하지 말고 자연건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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