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는 연인의 속삭임처럼 귓가를 간지럽힌다.
페이지는 더디게 넘어가고 허물허물 흘러 내린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서성이다 돌아 오는데,
또다시 눈은 빗속에 젖어 있다.
이제는 낯익은 D대학의 빗속풍경들...
날개 접은 학들은 산의 일부인양 멎어 있고
안개 내린 대양에 잠든 고래처럼 산은 세상을 잠 재우고
간간이 지나가는 타이어에 뒤따라 오르던 물줄기가 거역할 수 없는 진리에 고개를 떨군다.
비에 젖어 모든 것이 숨을 죽여도
똑딱이는 시계소리만은 빗소리보다 커졌다 작아졌다
사감처럼 나를 지켜보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