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는 연인의 속삭임처럼 귓가를 간지럽힌다.

 페이지는 더디게 넘어가고 허물허물 흘러 내린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서성이다 돌아 오는데,

또다시 눈은 빗속에 젖어 있다.

 

이제는 낯익은 D대학의 빗속풍경들...

날개 접은 학들은 산의 일부인양 멎어 있고

안개 내린 대양에 잠든 고래처럼 산은 세상을 잠 재우고

간간이 지나가는 타이어에 뒤따라 오르던 물줄기가 거역할 수 없는 진리에 고개를 떨군다.

 

 비에 젖어 모든 것이 숨을 죽여도

똑딱이는 시계소리만은 빗소리보다 커졌다 작아졌다

사감처럼 나를 지켜보고 섰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운동화 2004-03-0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3년은 5월은 정말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어제도 비, 오늘도 비, 내일도 비었다.
비는 나를 어쭙잖은 시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도 이 글이 제일 마음에 든다. (시라고 할 수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