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포근했었다.

벗어 둔 윗도리 속의 휴대폰에서 메시지를 확인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1월 15일, 결혼식을 한다는 짤막한 내용과 함께 예식장 이름이 찍혀있었다.

드디어, 내 마지막 여인네가 떠나간다. 사내란 마을의 처자가 시집을 가도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했는데, 모든 것이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착잡한 심정으로 차를 몰아 납품갔었다.

 

지난 12월 3일, 태수랑 같이 황진이를 보기위해 밀양에 갔었다.

약속대로 그녀가 고른, 그녀가 원하던 부츠를 선물했었다. 우리들이 저녁을 먹던 중에 합석한, 그녀의 신랑 될 사람도 소개 받았었다.

스포츠 의류 대리점을 한다는 그는 태수와 나에게 ,돈 주고는 절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닌, 장갑을 선물로 주었었다.

두, 세 시간의 짧은 시간으로 그를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마는 아주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 어쩜,  평범함이 최상일 것이다. '

아주 성실하다고 언젠가 그녀가 말 했었는데, 그의 말 속에 그런 성실함은 보이는 듯 했었다.

황진이는 나보고 말 좀 하라고 몇 번 다그쳤는데,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눈동자를 치켜 올려도 도무지 할 말이 없었다.

다만, 그녀가 원하던 부츠를 사 줌으로써 내가 공부할 때 얻어 먹었던 밥이랑 커피랑 비디오 관람등 기타 여비를 기분좋게 내주던 그녀에 대한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갚았으니, 그녀는 그녀가 원하던 사람을 만났으니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나는 어디엔가 있을 내 반쪽을 열심히 찾을 따름이라 생각했었다. 

 

결혼식엔 안 간다.

이것이 납품 갔다오던 길에 운전하며 내린 결론이다.

언제든지 놀러오라고 말 하던 아주 호의적인 신랑이었지만, 내가 식장에 가야 할 이유는 너무나 미미하다.

결혼 하객은 내가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분명히 차고 넘칠 것이다.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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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6-01-11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마지막 여인네- 단어선택이 이상한듯...."어디엔가 있을 내 반쪽" <------??
오늘 봄날같네요...괜히 딴지 걸어봅니다.^^

비로그인 2006-01-2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야면 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