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혁이가 전화를 해 왔었다.
빗속에서 퇴근하며 차에 갇히어 내 생각이 났던 모양이었다. 본 지도 일 년이 되어가고 전화도 워낙 뜸한지라 우리는 이런저런 안부를 묻기에 바빴었다.
기계 소음에, 라디오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 작업을 하고 있던 터라 동혁이의 말을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기계 소음도 라디오 소리도 조용하게 느껴졌는데 그것은 어른스럽게 던진 동혁이의 이 말 때문이었다.
"우리가 늙으면 뭐가 있겠노, 친구밖에 더 있나? 자주 연락하며 지내자."
나는 전화 거는데 참 인색하다. 그것은 고독을 감내하고 내 속에서 모든 것을 즐겨하며 오직 공부만을 벗으로 삼으려 했었던, 오랜 세월동안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내 몸에 밴 성격(?)이다.
하지만 이제는 직장인이 되었으니 공부한다는 핑계로 연락도 뜸했던 지인들에 적극적으로 버튼을 눌러야겠다.
동혁이 말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