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버스로 통학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87번임에도 불구하고 학원에 다닌 지 얼마 안된 시점이어서 인지 78번을 타고 말았다. 분명히 87번임을 확인했는데도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는가 보다싶었다. 다행히 87번과 78번의 갈림길에서 나의 실수를 알아내고 벨을 눌렀다. 쓴웃음을 지으며 87번의 정류장까지 뚜벅뚜벅 걸어갔었다. 잘못된 길인지를 알면서도 그 버스에 몸을 맡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버스 안에서 졸지 않은 것을 감사할 따름이었다.

난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몹시 지치고, 일주일이 하루처럼 휑하니 가버린다. 생각을 파랗게 할 여유도 없이 집에 오면 어물어물 흘러내려 몸을 누이고 만다.

그렇다. 난 지금 잘못 탄 버스에서 내려 갈림길에 있는 정류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십 년 가까이 꿈꿔오던 나의 꿈을 버리고 나의 꿈은 이상(꿈의 현실화)이 되지 못한 체, 나는 새로운 꿈을 꾼다. 버려진 꿈이 잘못 탄 버스라 생각하고 새로운 꿈이 내가 애당초 타야할 올바른 버스이기를 바란다. 과거의 미련은 쓴웃음과 함께 얼굴에서 지워버리고 살다보면 혼돈하여 잘못된 버스를 타고 가다 올바른 버스로 옮겨 타듯 내 꿈을 옮겨 싣는다.

내가 가야 할 길과 더 멀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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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6-0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파란운동화 2004-06-03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

쁘띠아 2004-06-05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 난 지금 잘못 탄 버스에서 내려 갈림길에 있는 정류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저도 지금 버스 갈아타는중입니다.... 또다시 잘못탄 버스를 탄다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