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아난이예요,,
먼저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겠습니다, 어제의 일은,, 정말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의 신분으로서는 있어서도 안되고,, 생각조차도 하면 안됬는데,, 제 짧은 생각 때문에 그런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주신 편지를 읽으니깐,,,,, 눈물이 나더라구요,,,
오늘, 학교에서 화장실을 1층부터 5층까지 청소를 하고,, 그리고 교무실, 복도 등 청소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고,, 힘도 들었습니다,, 그래도,,제가 벌인 일이니, 그 일에 대한 벌은 마땅히 받아야했으니까,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오늘 쫌 많이 피곤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 수업 시간에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요;; 죄송해요;;
어제는 학교에 엄마도 오셔서 엄마 마음을 속상하게 했습니다, 물론 선생님께도,,그리고 저 자신도 많이 놀랐어요,,, 그렇게 까지 될줄은 몰랐는데,, 아직 제가 나이만 그렇다 뿐이지,,,제대로 하는건 하나 없고,,,,, 엄마가 학교에 오셔서,,, 학생부장 선생님께 이런저런 말을 들으시고는,,, 아주 당황하시고,,힘들어 하시는거 같았습니다,, 저도 많이 울긴 했지만요,, 솔직히,, 어제 수진이 어머님도 오셨었는데,, 수진이를 보자마자,, 눈물을 닦아주시고,타이르는 그 모습이 ,, 부러웠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오셔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시고 바로,, 교무실로 들어가셨거든요,, 그래서,, 엄마에게 울면서 한다는 소리가, 왜 엄마는 수진이 엄마랑 틀리냐고는,,, 그런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엄마에게 죄송하다는 말 대신에 그런말을 했으니,, 제가 제정신이 아니였나봅니다,, 엄마께,,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했어야 하는데, 그 말을 못전하고선 ,, 엄마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셨어요,,
방과 후에 집에 왔는데, 엄마가 안계시드라고요,,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밖이라고,,집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잠시후에 엄마가 오셔서,,, 얘기를 하자고 하시면서 저를 앉혔습니다, 몇분 동안 얘기를 하는데,,자꾸만 눈물이 났었습니다, 근데 저만 우는것이 아니고,,,,,,, 엄마 얼굴은 보진 못했지만,, 엄마도 울고 계셨거든요,,, 그때, 왜 나는 이거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릴적 부터,, 잘한다는 말만 하고선,, 지켜진것도 없이, 엄마 속을 까맣게 태우곤 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으니,, 제 자신이 한심하고,,너무나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언니 언니 소리는 들으면서,,정작 언니다운 행동을 못한것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고요,,, 앞으로 정말 다시는 그런일이 있어선 안되고, 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하루됬지만, 수업하고 있는 애들도 부러웠고,, 그래서 더 교실에 가고 싶기도 했어요,, 어제 엄마가 저에게 화를 좀 내셨는데, 오늘 아침 까지 말을 하지 않으시다가, 집에 돌아와서 책상에 보니까, 일기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걸 보니깐,, 엄마가 제게 여러가지 말을 해놓으셨는데,, 또 눈물이 나네요,,,,, 왜 자꾸,,속상하게만,, 해야하는지,,,,휴,,,,,,
선생님,,, 저 다시는 절대로 이런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절 믿어주시고,, 아껴주신 선생님과,,그리고 저희 부모님에게도, 못난 모습으로가 아닌,,, 착하고 성실하고,, 좀더 발전된 제가 되겠다고 약속 드릴께요,, 앞으로는,,, 정말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제가 되겠습니다,,
비록 최고는 못되더라도,,최고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께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합니다, 나쁜짓한것에 대한 생각을 가슴깊이 새겨서,, 다시는 어리석은 짓하지 않는,, 두번 실수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는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께요,, 훗날 선생님을 뵜을때,, 말썽부리고,, 미운 제자가 아닌,, 착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수 있는 그런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좀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선생님,,정말 죄송합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아난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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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난이 편지.. 잘 보았어.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라는 말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아프더라.
무엇보다 마음이 쓰이는 건, 니가 몸이, 특히 뼈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많이 약하다는 거야. 뼈주사도 맞는다며? 지난번, 그리고 어제 엄마가 학교에 오셔서 내 앞에서 니 걱정 얼마나 많이 하셨는데.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건강이 더 문제라고.. 그래서 야자나 학원이 걱정이 아니고 얼른 건강해지도록 보살펴줘야한다고, 얼마나 걱정하셨는데.. 바보같은 투정쟁이 딸..
담배도 그런 차원에서 더 많이 걱정하셨어. 나도 그렇고. 특히 그게 뼈에 안좋잖아. 엄마가 애태우며 치료중인데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학교 교칙을 어기고 벌받고 나한테 약간의 실망 주고 그런 것이 잘못이 아니고 건강이 안좋을 때, 니 스스로 너를 보살피지 못한 것, 그것이 수진이보다 니가 더 잘못한 점이야. 그러니 솔직히 수진이 어머님 보다는 아난이 어머님이 더 많이 속 상하시고 실망하시고 그런거지.. 너는 안다고 하면서도 엄마 마음 다 모르지? 내 속상함쯤이야 엄마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처음 교사가 되고 나서 아이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진짜 민망하고 부끄럽고..그랬단다. (실은 지금도 버스나 지하철에서 아이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면 부끄러워.. 내가 선생님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나 돌아봐지거든..아무나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거 아니잖아. 그런데 교사가 되는 순간 그 많이 아이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는 거야. 단지 내가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
아난이도 아이들이 '언니'라고 부르지? 젤 처음 우리 둘이 만났던 날 기억나니? 개학식이었나, 어쨌든 운동장 조례가 있던 날이었는데 니가 교실에 혼자 남아있었지. 아프다고. 그때 내가 네게 부탁한 말이 '언니'로서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라는 것이었는데.. (넌 분명 그 말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 ) 사실 나이 한 두살 차이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 그렇지만 호칭이 그 사람의 위치와 행동을 만들어가기도 하거든. 너희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어서 내가 너희에게 부끄럽지 않은 진짜 '선생님' 되고 싶어지는 것처럼.
편지에서 말했듯이 아난이가 우리반 아이들에게 '언니'로서의 따뜻한 모습 보여주면 좋겠어. 사실 지금 니모습에도 샘은 별 불만은 없단다. 힘든 학교 생활에 지친 우리반 아이들 웃겨주고 재미있게 해주고.. 그것만으로도 네게 고마와하고 있어. 아마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걸... ^^ 그런데 아난아 앞으로는 '재미있는 언니+따뜻한 언니'의 모습까지 보여주지 않을래? 아이들이 기댈 수 있게...
그리고 실업계(어느학교였니?)에서 보낸 너의 그 흔치 않은 경험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어도 좋을 것 같아. 나도 정보여고 있어 봐서 알거든. 그 아이들 가정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그래서 가끔 뛰쳐나가기도 하고 삐뚜루 가기도 하지만 하나같이 이유없는 잘못이 없더라. 겉으로 보기에는 아닌 것 같아도 다들 말 못할 아픔을 가지고 있더라. 니가 경험한 그 시절 친구들도 혹 그렇지는 않았니? 우리 반 아이들이 실업계 아이들에게 가지고 있을 편견, 부정적인 생각.. 없애는 데 니 도움을 받고 싶어. 나중에 우리 반 아이들이 어디서 무얼하며 살아가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사회에서 고통스럽게 사는 힘든 사람들 다독이며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런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새었네. 내가 원래 잘 이래.. 말도 많고. 청소 정말 힘들지? 그래도 교실에 있었던 시간이 좋지? 나도 그래. 오늘 수업 시작하는데 느그 둘이 업는데 한 10명은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 뭐니? 계속 '아이들 다 들어왔나?'이렇게 물어봤다니깐... ^^; 너희들 빨리 교실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사실 오늘 수업시간에 내가 살아온 얘기 한 거.. 너희들 살짝 쉬라고... ^^ 몰랐지? 곤히 자는 것 깨우기 싫어서... 어휴~ 몸도 아픈데 그 긴 일주일을 우찌 채우노? 그래도 시간은 금방 갈거야. 내일 점심시간에 살 짝 내려오렴. 맛난 거 줄께. 교무실로는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살짝 불러. 왜냐하면 말이야, 벌 받는 아이들 뭐 주면 샘들이 좀 그렇게 생각하실것 같아서.. 아! 내일 한 시 30분에 4반 셤 보기로 했으니까 어디선가 만나면 되겠다. 근데 이 멜을 그때까지 확인할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네.
푹쉬고, 치료 잘 받고. 이제 니 말대로 엄마 속 그만 썩히도록 노력하고.. 하루 아침에 변하는 건 힘든 일일테니까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자. 기다릴께. ^^
2004. 9. 9. 목요일 첫새벽에 강난희 보냄.
처음부터 너희들 40명 착한 본성은 늘 믿고 있었단다.
누가 그러는데 교사는 포기할 권리가 없데.. 사랑할 의무와 권리만 있는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