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목요일만 되어도 일주일이 다 끝난 듯한 기분이다. 어찌나 하루하루, 한주한주가 빨리 오가는지 정신이 없다. 지난주부터 다시 탈이 난,  가엾은 내 '장'들을 불안해하며 먹는 것 가리고 그렇게 조심조심?산다.



지부참실보고대회 첫날이다. 작년보다 참여한 샘들의 숫자가 팍 줄었다. 홍보 부족 탓인지 선거열기 탓인지.. 아니면 어느 샘이 지적하시듯 전교조 대중사업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건지...



김*원샘께서 부탁하신대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생일잔치'로 발표를 했다. 지난 번에 정리해둔 자료가 있었기에 거기에 살을 좀 더하고 문장을 약간 다듬는 수준에서 간단한 발표문을 만들었다. 마침 오늘 1교시에 11월 생일 잔치로 아이들 닭걀을 삶아주었기에(수업하면서 한쪽에서는 계란 삶고.. 설명하고 계란 한번 쳐다보고 쪽지시험 치고  다 익었나 또 쳐다보고.. 너무 많은 알을 한꺼번에 삶아서 그런지 한참을 지나도 끊지 ㅇ않아서 결국 마치는 종 치고 겨우 익혀 한 알씩 나눠주었다. 어제밤 호일로 싸둔 소금과 함께.. 닭들이 서로 사랑해서 낳은 그 알들을...) 아이들 수첩이랑, 돼지를 견본으로 가시고 가서 '시각자료'로 잘 활용했다. 세바닥 짜리로, 별로 긴 자료도 아니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시간을 굉장히 오바해서 40분 정도씩이나 사용해버렸다. 어쨌든 하나 또 해치웠다. (일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이 이래도 되나? 늘 해치우면서 사는 기분?) 오늘은 '거기 자료보시면 다 있습니다. 자료 보시면 되구요..' 이런 말 한번도 하지 않고 나름대로 잘~ 했다.  말 안 막히고, 얼굴 별로 안 붉어지고 술술~  반 아이들 생각하면서 눈물이 예고없이 비집고 나오려는 것을 꾹 눌러 참은 것 외에는 맘에 걸리는 것 없이. 서툴러도 내가 직접 계획하고 진행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중등학급운영을 신청하고 들으러 오신 40여명 가까운 선생님들 중에 '인문계' 고등학교에 계신 선생님이 한 명도 없었던 것. 나중에 장안고등학교 선생님 한분이 오시긴 했지만.. 역시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이런 참실활동을 하는 것은 마음과 시간의 여유면에서 쉬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다른 발표들도 참 좋았다. 내년에는 나도 학급카페 만들어서 아이들 책읽기를 활성화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언제나 진실하고 성실하신 성#익샘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되고 반성되어 좋다.  물론 샘의 학급운영은 늘 그렇듯이 온몸으로, 온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감동백배.. 그리고 마지막 발표 하나도 좋았다. 전반적인 학급운영에 관한 것이었다.




토곡 연수원 갈 때 황@희샘이 차를 태워주어서 아주 수월하게 잘 갔고, 저녁 먹고 돌아올 때도 @희샘과 차를 한 잔 하기로 하고 같이... 중간에 @호샘한테 전화가 와서 메가마트에 주차하고 근처 찻집 '베고니아'에서 셋이서 차를 마시며 수다 떨다가 헤어졌다. 피곤하고 배아프고 가방이 무겁다고 @호샘 졸라서 차 얻어타고 좀 전에 집에 도착!



'컴 안켜고 바로 씻고 자야지'했는데 또 이러고 있다. 몇일동안 잠을 못자서 어지러운데... 내일 중국어 연수,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학교 축제만 지나면 한 숨 돌릴 수 있겠지. 그럼 우리반 아이들도 챙기고 기말고사 문제도 출제하고 수행평가 재시험도 치고 野鼠婚 채점도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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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11-26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발표하신다는 말씀 들었는데...참 대단하시군요. ^^ 평소에 준비된 자료가 있으니, 언제나 발표가 가능하시네요. 존경스럽고...멋집니다.

그러나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은 잘 안 오지 않을까요? ㅋㅋ 그냥 비행기가 속도를 줄이면 가라앉으니까요. 그 속도로 달려가야 할 듯~!

해콩 2004-11-26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하지만... 과찬이세요. ^^ (허덥한 발표..ㅋㅋ)

근데 샘~ 그 비행기는 언제까지 날아다녀야만 하나요? 급유는 어쩌지요? ^^ 그래도 열심히 날아다녀볼께요. 뽈뽈뽈~~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 최영철

 

세상에 나서 수세식변소만 사용해 본 딸아이는 모를 것이다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맍다는 것을

불면의 밤은 길기도 길어

새벽도 오기 전에 앞다투어 산비탈 공중변소 앞에 줄을 서서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세상에 나서 문화적으로만 놀아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누가 쏟아놓은 것인지도 모르는 똥덩어리 위에

또다시 자신의 똥을 내려놓으며

아직도 하나가 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질기고 지독한 똥 위에

더 질기고 지독한 자신의 똥을 쏟아놓을 때

그 쾌감은 난삽한 섹스와도 같이 온몸을 전율시킨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똥장군이 출렁거리며 오르내리는

햇볕 잘 드는 동네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어

벌어진 널빤지 사이로 이쪽을 쏘아보고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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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1-24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세식 변소'만' 사용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 시를 읽으면서 수세식 변소만을 고집하는 일이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임을 알았다. 자신의 것도 더러워하며 못본척 얼른 물로 씻어내리는 문화인들이 정갈할가? 다른 사람의 그것 위에 자신의 것을 내려놓으며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그것들을 무던하게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이 정갈할까? 아울러 여전히 이 사회에는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들이 많고 그들의 '쏘아봄'이 언젠가는 작지않은 연대의 '힘'으로 분출될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미 끝난 전시회지만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고 싶어서 글을 남긴다.

그날..  조금 우울했다. 날씨도 꾸물꾸물했고 가을 소풍도 맘에 들지 않았다. 늘 내 마음에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욕심이지만 시립미술과 부산 비엔날레.. 입장료 3,000원까지 들여가며 간 곳이었는데 아침부터 무슨 시장처럼 사람이 많았다. 부산 시내 각 학교에서 엄청시리도 나왔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변수.. 그냥 아이들 넣어놓고 *옥샘이랑 수다 떨다가 사진 몇장 찍고 떨어지는 빗방울 속으로 아이들 돌려보냈다. 미안스러운 마음...

2학년 담임샘들이랑 회식.. 역시 좀 그랬다. 이래저래 약간 좋지 못한 '속'을 핑계로 빠졌다. 버스를 타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오늘이 학교 체육대회란다. 피곤하고 컨디션도 별론데 나를 위해  함께 가준 곳이 이 전시회였다. 국화 한 다발 사고..

설치미술.. 뭔가 너무 전위적일 것 같아서 늘 '부담'이 되었는데.. 장화를 신고 전시 공간에 채워진 물을 헤치며 걸었다. 전시장 밖에 그들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그렇게 30분쯤을 혼자 있을 수 있었다. 오늘은 그냥 이유 같은 것, 따지지 않고 울고 싶었는데 어라~ 눈물이 나질 않았다. 물에 빛이 비쳤고 그 빛이 다시 휑한 천정으로 떨어졌다. 텅빈공간에서 내가 휘젖는 물소리가 물위에, 벽위에, 빛속에 일렁이고 나는 마치 '그랑부르'의 주인공처럼 물 위를, 물 속을.. 떠다녔다. 나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반응을 했고 작품은 그렇게 나와 함께 '살아' 있었다. 나도 작품의 한 부분이 되었고 작품 역시 나의 한 부분이 된 듯했다.

이상하게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눈물은 나질 않고 어릴 적 장화를 신고 길에 고인 흙탕물을 휘젖고 다니던 그때처럼 그렇게 잠시 아이가 되어 놀.았.다. 그렇게 혼자 노는 것이 지치고 피폐해진 마음을 잔잔히 쓸어내리는 듯 했다.

전시장을 나왔을 때, 나의 표정은 훨씬 밝아져 있었을 것이다. 철거하기 하루 전에 기회를 잡아서 다행이다. 내일 학교 가서 생활할 수 있는 또 다른 '빛'을 얻은 것 같았으니 그들 부부에게 밥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것 또한 나에게는 남는 장사!!

-------------전시에 관한 작은 메모------------------------

일시 : 10월 9일(토) 5시 ~ 23일(토)

장소 : 아트인오리

전화번호 : 051-727-3114

가는 길 :  일단 정관으로 가세요. 정관 신도시를 다 지나면 왼쪽으로 울산, 오른쪽으로 기장-해운대를 향하는 교차로를 만나게 됩니다.(울산가는 14번 국도임) 좌회전 하세요.  쭈욱 길따라 가다보면 장안사로 빠지는 교차로가 두 군데 나옵니다. 모두 스쳐 지나가세요. 다시 쭈욱 길따라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빠지는 샛길 중 하나에 "효암천"이라는 표지판에 크게 적혀 있습니다. 그곳이 대룡마을입니다. 샛길로 빠지면 오붓한 왕복2차선의 도로가 나옵니다.  조금만 길따라 가다가 길 왼쪽편에 철구조물로 된 작품이 서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작은 길이지요. 동네길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이 길은 동네의 작은 촌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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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눔의 실천... 올해는 어떤 식으로든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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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11-2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고맙습니다. 잘 읽을게요. 늘 깨어있는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해콩 2004-11-2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깨어있는...' 과분한... ^^; 오늘도 늦잠잤는데... 실은 늘 -> @.@
 

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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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1-2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농담'인걸 지금 알았다. 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시만 읽었나보다. 제목이 왜 '농담'일까? 짙은 이야기라는 뜻? (이 정도면 직업병 수준이다. ^^;)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 구절을 읽고

이정록 시인의 서시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내 몸이너무 성하다"가 생각났다.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해콩 2004-11-21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무래도 궁금하다.

濃談-짙은 이야기? 弄談-웃자고 하는 이야기? 濃淡-짙고 옅음? 어떤 뜻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