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끝난 전시회지만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고 싶어서 글을 남긴다.
그날.. 조금 우울했다. 날씨도 꾸물꾸물했고 가을 소풍도 맘에 들지 않았다. 늘 내 마음에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욕심이지만 시립미술과 부산 비엔날레.. 입장료 3,000원까지 들여가며 간 곳이었는데 아침부터 무슨 시장처럼 사람이 많았다. 부산 시내 각 학교에서 엄청시리도 나왔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변수.. 그냥 아이들 넣어놓고 *옥샘이랑 수다 떨다가 사진 몇장 찍고 떨어지는 빗방울 속으로 아이들 돌려보냈다. 미안스러운 마음...
2학년 담임샘들이랑 회식.. 역시 좀 그랬다. 이래저래 약간 좋지 못한 '속'을 핑계로 빠졌다. 버스를 타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오늘이 학교 체육대회란다. 피곤하고 컨디션도 별론데 나를 위해 함께 가준 곳이 이 전시회였다. 국화 한 다발 사고..
설치미술.. 뭔가 너무 전위적일 것 같아서 늘 '부담'이 되었는데.. 장화를 신고 전시 공간에 채워진 물을 헤치며 걸었다. 전시장 밖에 그들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그렇게 30분쯤을 혼자 있을 수 있었다. 오늘은 그냥 이유 같은 것, 따지지 않고 울고 싶었는데 어라~ 눈물이 나질 않았다. 물에 빛이 비쳤고 그 빛이 다시 휑한 천정으로 떨어졌다. 텅빈공간에서 내가 휘젖는 물소리가 물위에, 벽위에, 빛속에 일렁이고 나는 마치 '그랑부르'의 주인공처럼 물 위를, 물 속을.. 떠다녔다. 나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반응을 했고 작품은 그렇게 나와 함께 '살아' 있었다. 나도 작품의 한 부분이 되었고 작품 역시 나의 한 부분이 된 듯했다.
이상하게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눈물은 나질 않고 어릴 적 장화를 신고 길에 고인 흙탕물을 휘젖고 다니던 그때처럼 그렇게 잠시 아이가 되어 놀.았.다. 그렇게 혼자 노는 것이 지치고 피폐해진 마음을 잔잔히 쓸어내리는 듯 했다.
전시장을 나왔을 때, 나의 표정은 훨씬 밝아져 있었을 것이다. 철거하기 하루 전에 기회를 잡아서 다행이다. 내일 학교 가서 생활할 수 있는 또 다른 '빛'을 얻은 것 같았으니 그들 부부에게 밥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것 또한 나에게는 남는 장사!!
-------------전시에 관한 작은 메모------------------------
일시 : 10월 9일(토) 5시 ~ 23일(토)
장소 : 아트인오리
전화번호 : 051-727-3114
가는 길 : 일단 정관으로 가세요. 정관 신도시를 다 지나면 왼쪽으로 울산, 오른쪽으로 기장-해운대를 향하는 교차로를 만나게 됩니다.(울산가는 14번 국도임) 좌회전 하세요. 쭈욱 길따라 가다보면 장안사로 빠지는 교차로가 두 군데 나옵니다. 모두 스쳐 지나가세요. 다시 쭈욱 길따라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빠지는 샛길 중 하나에 "효암천"이라는 표지판에 크게 적혀 있습니다. 그곳이 대룡마을입니다. 샛길로 빠지면 오붓한 왕복2차선의 도로가 나옵니다. 조금만 길따라 가다가 길 왼쪽편에 철구조물로 된 작품이 서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작은 길이지요. 동네길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이 길은 동네의 작은 촌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