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연습해온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현*, 계*, 정*, 영*, 미*, 은*, 미*, 동*, *집 샘과 강당 무대 위로 한걸음 한걸음 올라갔다. 조금.. 떨렸다. 왼쪽에 쪼그리고 앉은 우리 반 녀석들이 보인다. 언니, 지얌, 은행, 쭈꾸미, 네이티브, 도련님, 써니, 유진, 개미, 연지, 마늘, 남뽕, 빼알, 너구리, 안쑤, 엄아, 락커, 승마이, 만두, 예리링, 이지, 스크림, 순씰, 그목, 민주, 더키, 쏠.. 써클 전시 준비 때문에 빠진 아이들이 많았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특이 언니무리들이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화장실 한번 가지않고 그 자리에 있어주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나를 보더니..일제히 입을 맞춰 " **샘, 사랑해요~" 했다. 경황이 없어 잘 듣질 못했는데 그 말인 것 같다. 아이들이 나를 사랑한단다.. 나도 어설프게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사랑의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먼저 '내가 천사의 말 한다해도' 가스펠이다. 연습이 부족해서 제대로 부르지는 못했지만 목청껏 열심히 불렀다. 강당은 너무 컸고 노래하는 우리는 9명.. 전체 아이들은 최소 팔백명... 게다가 마이크 성능도 좋질 못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틈틈히 우리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다들 조용히 열심히 보고 있었다, 한명한명 눈을 맞추었다. 지나온 시간들이 스치면서 여러가지 감정도 함께 흘렀다. 'my son' 김건모 노래다. 여러 군데 틀렸다. 그래도 아이들의 환호성은 감동적이었다. 인사하고 내려오려는데 희#샘이 장미꽃을 준비해서 한 송이씩 안겨주었다. 또.. 감동.. 샘들이랑 함께 무대에 서길 정말 잘했다. 이 정도 참여에도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부산시립예술단의 목관, 금관 5중주가 있었지만 그런 전문가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주보다도 우리 아이들의 노래와 연주와 연극과 마술이 너무 좋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MP: 1반 상봉이와 5반 종목이가 I belive I can Fly와 Stuck를 불렀다. 종목이는 수업시간에 거의 잔다. 그러나 오늘 그 아이는 깨어있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노래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팬클럽 조직해야겠다. 또 너무 이쁜 5반 다른 아이들.. 종목이를 응원하는 피켓을 만들어가지고 열심히 응원하고.. 열심히 듣고.. 이뻐서 죽을뻔했다.
마술부: 1학년 여자 아이 둘이 각종 소품마술을 했고 11반 예지가 링 마술을 했다. 예지는 수업시간에도 무척 예쁜 아이다. 여러번 실수를 한 것이 맘에 걸리는지 무대를 내려오는 표정이 시무룩했다. 우리는 그 실수까지 예쁜데 본인은 연습때의 실력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안타깝고 속상한가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드디어 웅기.. 허공에서 막대기를 요리조리 맘대로 돌리는 마술-'댄싱캐인'이란다-을 정말 흠 하나 없이 해낸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했단다. 짙은 눈썹, 하얀 피부.. 작년부터 녀석의 팬이었다. 이은결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싸인 받아둬야지.
합창부 : '그날이 오면', '내마음의 보석상자'.. 를 정말 오랜만에 들었다. (샘들 노래연습하느라고 잠시 음악실에 다녀온 사이에 합창부 공연은 끝나 있었다. 그래서 두 곡밖에 못들었다. 아깝다.) 우리반 sunny이랑 효댕이가 합창부이다. sunny는 요즘 나에게 부쩍 다가온다. '담임~' 이렇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따뜻함이 잔뜩 묻어있다. '샘'을 생략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효댕이도 요즘은 나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아니 누가 봐도 예쁘게 생긴 약간 도도한 효댕이 녀석은 내가 저를 맘에 두고 있음을 외면하는 것 같았다. 눈도 잘 안맞추고 가끔 봐도 무뚝뚝한 표정... 그런데 요즘은 가혹 웃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부르는 '그날이 오면'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에게 저 노래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건 해바라기 노랜데.. 1집인가 2집인가에 있었다. 10년도 더 지난 노래같은데... 아이들과 이렇게 문화를 공유한다는 자부심?-해바라기 노래를 같이 부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뿌듯..
기타부 : 우리 반 뽀가 노래를 했다. 뽀는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며 서울예전을 꿈꾸는 아이이다. 처음으로 뽀의 노래실력을 들었다. 역쉬~ !!! 5반 권민이랑 2반 성일이도 있다. (나머지는 1학년 여자아이들이라 아직 잘 모른다.) 권민이도 성일이도 평소에 무척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all for you'와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들었다. 아이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환호하게 된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좋으니까.. 너무 좋다.
ABLE : 영어연극부다. 작년처럼 엽기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렸는데 솔직히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자막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도 너무 재미있었다. 유림이도, 제현이도, 세흥이도... 그리고 수업시간에 잘 볼 수 없는? 우리의 로미오 준봉이도. 다음 번 수업 들어가면 악수라도 한번 청해야겠다.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 '좌'로미오님께!
이렇게 강당에서의 1부 공연은 끝이 났다. 조금 어설프고 진행상의 차질도 다소 있었지만 발표하는 아이나 그걸 보는 아이나, 아이들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했다. 나도 아이들 덕분에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다. 깨어있는 또다른 모습의 아이들을 보게 되면 녀석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멋진 아이들이다. 모두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이다.
한 가지 더!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강당.. 지저분했다. 청소를 해야하는데 남아있는 아이는 없고 우짤까? 직접 교실로 쫓아가서 청소할 아이들을 데려와야했다. 그러나 누가 그 넒은 강당을 청소해줄까? 그것도 오늘같은 날... 몇번 외면 당하고 2학년 1반으로 달려갔다. 담임샘께서 종례를 하고 마친다고 하신 바람에 아이들이 열댓명이나 남아있었다. 간절하게 강당청소를 함께 하자고 부탁했다. 거절당할 것을 거의 각오하고 있었다. 굳이 저희들이 하지 않아도 되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사실 거절해도 좀 섭섭해할 뿐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아이들에게서 나온 말은 "샘이 우리한테 부탁할 일은 아니지. 당연히 우리가 해야지.. " 하더니 몇몇 녀석이 빗자루를 들고 강당쪽으로 가기 시작한다. 1반 아이들은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녀석들이다. 수업은 좀 힘들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순수하고 착한 면을 다~ 지니고 있다. 월요일 수업들어가서 쏴야지.
네시 반부터 운동장 특설무대에서 2부 공연이 시작되었다.
전시장을 둘러본다고 우리반 은실이가 상쇠인 길잡이 풍물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특설무대를 정비하는 사이 교무실 가서 정리 좀 하고 다시 내려갔더니 미*, 정*, *묘 샘이 스탠드에 앉아있다. 공연보려고 기다리는 중~. 곁에 끼어 앉았다. 이번주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서 씻고 깊은 잠을 좀 자려면 적어도 한 시간 후에는 자리를 떠야지 생각하며.... 그러나...^^;
기타부가 먼서 올라왔다. 우리반 뽀와 3반 성일이가 먼저 노래를 한 후, 기타부 다 같이 또 노래 한곡... 엄청 차려입은 여자아이들과 평상복에 수수하게 잠바 하나 걸친 권민이와 성일이... 옷은 아무래도 좋은데, 그저 그렇게 기타하나 안은 모습만으로도 충분한데.. 겉으로 드러나는 면을 가꾸듯이 안으로 감추어진 면도 아름답고 성숙하도록 소중하게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다시 마술부... 다른 건 오전 무대와 같았는데 2반 형직이-녀석의 별명은 결백선생이다. 왜? 지난 번 수행평가 문제에서 정답 '백결선생'을 '결백선생'이라고 써냈다.- 의 딜라이트(조명을 끄고 하는 마술인데 불빛이 온 몸을 마음대로 옯겨다니는 듯 느껴지는 마술이다. 손의 놀림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단다. 연습량이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멋진 춤에 맞춰..)도 너무 좋았고(결백선생이면 어떠냐.. 살다보면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찌... ^^ㅋㅋ) 웅기의 카드 마술도 현란했다. 마지막 1학년의 관객과 함께하는 마술도 재미있었다.
1학년 한 여학생이 피아노를 치며 아버지와 함께 '사랑으로'를 불렀다.
합창부! 어느새 어두워진 무대위를 자세히 보니 우리반 sunny와 효댕이도 있다.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을 함께 부른 후, 여학생들은 내려가고 남학생-김승현, 정기원, 천승우, 배상현, 현동, 채정식, -이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렀다. 귀여운 율동, 마지막엔 가슴에서 장미꽃 한 송이씩을 꺼내더니 관중에게 던졌다. 폭발적인 무대매너..
발레... 이 추운 늦가을 저녁에 스타킹 하나에 몸을 의지한 저 여학생은 얼마나 추울까.. 사뿐사뿐 무대위를 날아다니다 내려갔다.
My Pop7반 근희와 11반 미성이가 함께 이집트 왕자 주제가를 불렀다. 가수다!
저녁을 급히 먹고 다시 스탠드로 돌아왔을 때, 사랑스러운 2반 개구장이 들이 부탁한 대로 우리 자리를 맡아놓고 있었다. 부산대 합창부 '썰물'의 공연... 소리가 벌써 다르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진정 난 몰랐었네' 전문 합창단은 음색도 다른 것 같다. 감탄사 연발..
기다리고 기다리던 락 밴드 공연이다. 낙동고 밴드 Rock go!와 부산지역 연합밴드 '오징스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락고에서는 우리반 강지가 건반을 맡았다.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녀석의 무대를 처음 본다. 구석에 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들려오는 이 음악소리가 녀석의 실력을 말해준다. 강지의 꿈이 꼭~ 이뤄지길 빌었다. 오징스 밴드.. 거의 프로 수준이다. 쪼나는 일어서서 스탠딩으로 음악을 즐기자고 권했고 아이들이 우르르 무대앞으로 달려나갔다. 처음엔 스탠드에서 스탠딩을 유지하던 우리-나, 이*경샘, 이*희샘-도 흥을 참지 못하고 그 인파를 뚫고 무대 제일 앞까지 진출... 카수와 악수하는 영광을 맛봤다. 팔딱팔딱 뛰면서 '오리날다'를 함께 불렀다. 힘에 부쳤지만 끝까지.. 열광적인 무대였다.
1부 강당 공연과 2부 운동장 특설무대에서의 공연이 그렇게 끝났다. 하늘엔 보름달이 휘영청~ 공연하는 아이들과 같이 구경하는 아이들, 그리고 내 옆의 선생님들... 매일 학교 생활이 오늘처럼 아이들이 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하고 또 교사들은 그걸 지켜보며 행복하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그렇듯이 공연 후엔 역시 청소와 정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실에서 꺼내온 의자 200개를 다시 교실에 가져다 넣어야했다. 공연을 했던 아이들이 책임지고 넣기로 했단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진했던지 투덜거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청소와 정리를 위해 남아 있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기타부 짱 우리 성일이가 보였다. '으아~ 샘 손이 너무 시리다'고 했더니 눈이 순한 그 녀석이 큼직한 손으로 내 두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이런이런.. 총각에게 손을 잡히다니..^^ 옆의 샘들이 '야~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했다 성일이는 "샘이 손 시리다고 하시잖아요~" ^^; 아이들이랑 의자를 같이 교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의자가 너무 많아 보여서 저거 언제 다 치우나 했는데 힘센 남학생들이랑 부지런한 여학생들이 같이 덤벼서 치우니까 금방 정리가 되었다. 역시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제! 다른 말이 필요없다. 끼의 발산.. 그리고 함께 즐기는 것!! 아이들의 변신은 무죄다. 아니 감동이다. 한동안 수업시간도 즐거울 것 같다. 애인과의 데이트처럼!! 그나저나 사진을 많이 찍어두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