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



드디어 600번이로군.. ㅋㅎㅎ



근데 600번째 방문자는 '나'인가 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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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04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602

저 있어요^^ 축하드려요^^


해콩 2004-12-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걸음마 하는 병아리 서재폐인을 위해 이렇게 챙겨주시다니... ㅋㅋ 캄사캄사..
 

12월 21일 모의고사를 치겠단다. 모의고사를 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반도 모의고사 안치냐고 계속 몇몇 아이들이 내게 물어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사설 모의고사는 분명 '현실적'으로 불법이고 그렇다면 누구의 권리가 먼저 배려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원해서 7,000원 내고 그 시험 치겠다는 아이들의 권리인가 아니면 그 하루가 정말 힘들고 무의미해서 못치겠다는 아이들의 권리인가.


치려는 아이들의 요구를 묵살하지는 않겠다. 그냥 치면 된다. 내가 원하는 건 안치려는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우리반은 14명의 아이들이 못치겠다고 한다. 교육청 모의고사 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그 시간에 계속 앉아있을 수 밖에 없단다. 계속 자거나..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 돈까지 내고 그 짓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방관할 수는 없다.


그날 하루 일과가 어떻게 운영될지는 모르겠다고 얘기해두고 일단 부모님과 의논해서 나와 통화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부모님이 분명히 안 치는 것으로 알고 계셔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사실 그날은 수업을 해야한다.  이 아이들의 학습권이, 그리고 나의 수업권이 명백하게 침해받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서 내 생각이 자꾸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부모님의 자꾸 나의 의견을 물으시니까.. 사실 가장 존중받아야 하는 건 아이들의 입장과 판단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의 사고력을 단지 '어리다'는 우리들만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너무 쉽게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리적인 나이의 많고 적음이 그 판단력과 사고력에 그대로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무실... 주위의 시선이 스스로 계속 의식되기도 하고...



그래도 끝까지 우리 아이들의 '안 칠 권리'를 지켜주고 싶다.


나의 수업권과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에 대해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누구에게 양해를 구해야하는지 명백하게 하고 싶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도 인권침해라고 계속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그래야 끝까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늘 말하는 모의 고사의 학습효과.. (솔직히 나는 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거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한 거 아닐까?



이런 내 생각이 잘못일까? '현실'을 무시하고 너무 고집을 피우는 것일까? 마음이 계속 무겁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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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4-12-03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학년 말에는 종일 치르는 모의고사를 치러낼 능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대학수학능력 중의 하나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한 반에 절반 이상은 그런 시험을 치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지요. 2월까지는 나태하던 아이들이 3월만 되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면서 살아있는 걸 보면, 참 신기한 현상으로 생각됩니다. 시험 안 칠 권리. 일반계 고교에서 말하기 어렵긴 하지만, 2학년까지는 안 칠 권리를 지켜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이건 명확히 해 두심이 좋을 듯 하네요. 3월부텀은 너희들도 분명히 열심히 치고 있어야 함이 명백한 사실임을... 마음을 힘들게 하지 마세요. 마음이 힘들면, 몸도 힘들답니다. ^^ 힘내세요, 해콩선생님!!!

심상이최고야 2004-12-0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 님이 옳다고 생각한 방향대로 행동하는 용기가 한편으로는 부럽고 얼마나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힘이 들지 생각하니 '끝까지 추진하세요!!' 그런 말 선뜻 하기 어렵네요. 이런 고민 안 할 날은 언제쯤 찾아올까요!!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모의고사를 치지 않겠다는 학생의 권리' 당연히 배려되어야 합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며.... 해콩님! 힘을 내시와요^^ 지지합니다!!
 

사실... 지난 월요일 야자 감독하면서 틈틈히 너희들에게 줄 편지를 썼거든. 근데 너무 겉도는 이야기로 공간 메우기에 연연해한 것 같아서 말이야, 이 밤에 다시 컴 앞에 앉았단다. 무슨 말을 할까? 결국엔 편지 내용이 비슷해지는건 아닐까? ^^; ㅋㅋ


마지막 시험이로구나. 장난 삼아 너희들을 "어이 3학년~" 이렇게 부르는 내가 얄밉고 가끔 원망스럽지? 공부하라는 말도 요즘은 잦아진 것 같다. 공부를 해도, 또 공부를 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그 스트레스가 어떠할지 아는 나로서는 너희들이 너무 안쓰럽고 이런 교육체제가 또한 안타깝다. 자유롭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누군가가 잡아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 잘 알기에 너희들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땅에 사는 성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 또한 교사로서 죄짓는 마음...  이 다음에 너희가 자라면 알 수 있을까?


나는 너희가 소박한 꿈을 소중히 키울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단다. 오늘 수업시간에 말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돌아가게 될' 그런 존재이고 그렇기에 우리 앞에는 크게 두 가지 삶의 방식이 놓여있는 것같다고... 한 가지는 '언젠가 죽을 목숨, 욕망이나 가득 채우면 살자!' 또 한가지는 '언젠가 죽을 목숨, 다른 사람을 위해 가치있게 살자!' 너무 단순하게 일반화했나? (내가 워낙 단순하잖니?..)솔직히 나는 너희가 '위대한 삶'을 꿈꾸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아니, 작고 소박하지만 가치있는, 그런 '위대한 삶'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붕어빵 장사를 해도 붕어빵을 먹는 인간의 행복?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씀을 가진 그런 위대한 삶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검소하지만 당당하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줄 아는 그런 위대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면 너희 모두가 학교 공부를 다 '잘'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지만 '열심히 하는 성실함'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자긍심과 자신감 역시 아주 소중한 가치란다. 무엇엔가 몰두하고 최선을 다하는 너희들의 모습은 분명 핑계대고 게으름 부리고 투덜거리는 너희들 모습에 비해 스스로도 만족스러울거니까. 걱정스러운 건 최선을 다했음에도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올 경우, 너희들이 스스로에게 줄 상처, 그것이 가장 걱정이란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이미 너희는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자신을 못미더워하고 미워하지 말길...


고등학교때 나는 그랬단다. 머리 나쁜 나 자신을 미워하고 머리 좋은 친구를 질투하고.. 그런 감정들 때문에 친구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아. 너희는 나처럼 그렇게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도 사랑하고 친구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그런 고등학교 생활이었으면 좋겠다.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거라. 그렇지만 공부량에 비해 성적이 못나왔다고 자신을 미워하지는 말거라. 그리고 앞서 실망하지 말거라. 늘 소박하게 자신을 사랑하거라.. 기도할께.


                                                                                                                            2004. 12월 첫날 한밤중에.. 샘이.


* 가끔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샘이 끝까지 너희들 사랑하는 것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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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엊그제 야자감독 하며 쓴 편지...




  신나고 즐거웠던 축제도 끝나고 이제 남은 건 기말고사… 그리고 조금 있으면 설레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연말이 오겠지? 너희들은 보충수업으로, 나는 중국어 부전공 연수로 방학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어느새 2월… 그리고 봄방학…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렇게 손가락 꼽아가면서 글을 쓰려니 벌써 너희가 3학년이 된 것 같아 맘이 조급해지고 아쉽다. 너희들의 스트레스 수치도 알게 모르게 점점 올라가겠지?  



  고 3 때 내 모습을 돌아보면 공부는 안 해도 늘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야했는데, 그래서 그런 생활이 너무 싫었는데 이제 조금 있으면 너희가 그런 고 3이 된다는 것이 너무 안쓰럽다. 하지만 나무에 하나씩 늘어가는 나이테도 춥고 힘든 겨울을 이겨낸 흔적이듯이 너희도 때론 좌절하고 때론 절망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힘든 일들 하나하나 스스로 겪어 나가면서 자라겠지?



  2학년 마지막 시험, 기말고사로구나. 말 안 해도 너희들 스스로 이것이 내신 성적 올리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테고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들 할 테니 담임으로서 따로 할 말이 없네. 그저 밥 잘 챙겨먹고, 잠도 푹~ 잘 자고 깨어있는 순간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공부방법이라는 것을 일러주는 말 외에는 말이야.



  공부 방법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기말고사 기간이라 어떤 선생님은 자습을 주실 거고 또 어떤 시간엔 시험범위를 정리해주시는 샘도 계시지? 1학기 때부터 샘이 계속 하는 말이지만 그때 그때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수업내용에 팍~ 집중하는 것이지.



  우리에게 정말 공평하게 주어진 것 중의 하나가 ‘시간’인 것 같아. 그저 딩굴딩굴 보내도 시간은 흐르고 또 뭔가에 열중해도 시간은 흐르지. 딱히 공부가 아니더라도 말이야. 내 경험으로는 딩굴딩굴 보낸 시간은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되더라!! 인간이 후회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겠지만 후회할 일을 조금 덜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 내년에 너희들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후회하기를 바란다.



  마지막 시험, 우리 모두 힘내서 열심히 공부하자.



2004. 12. 2. 2학년 9반 담임


 


* 솔직히 가끔 투덜거리긴 하지만 "내 안에 느그 있다는 사실,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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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2-0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보니.. 먼저 쓴 편지가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엊저녁 쓴 편지는 너무 감상적? 공부를 하라는 말인지, 하지말라는 말인지 아이들이 헷갈릴 것도 같고..솔직히 어렵다. 밑에 편지로 복사해서 주었다. 아이들이 내 편지보다는 시험시간표를 먼저 읽길래 "아~ 진짜.. 샘 편지를 먼저 읽어줘야징~" 했다. 아이들은 '샘 안에 느그? 우리, 있단다' 하며 비웃었다. 연지는 "어~~ 뭐예요, 샘! 저는 빼주세요.^^" 하길래.. "그래? 그럼 교실에서 나가! --;" 하고 웃으며 "열심히 공부하세요~"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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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2-0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4년도 한 달 남았습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이렇게 해를 세어가면서 사는 동물도 인간뿐이지 싶네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되나 싶다가도 그리하면 지향을 잃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뭏든 남은 30일, 다들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글샘 2004-12-0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을 내라는 명령은 힘들다는 반증이겠지요. 힘든 한해였습니다. 특히 수능부정으로 얼룩진 교육부에게는... 교육부는 전혀 책임이 없는 모양입니다만... 마음이 무겁기만 하네요...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길...

해콩 2004-12-0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샘~ 오래간만이네요. 너무 반갑습니다. 건강하시지요? 힘은... 사실.. 힘은 늘 들어요. 올해 목표가 힘을 빼는 것이었는데.. ^^; 너무 힘주면 지치기 쉬운데.. 그쵸? 아무래도 내년 목표로 다시 넘겨야할 것 같네요. 저는 감기 한 번 안하고 건강하게(소화기관이 가끔 말썽이지만^^;)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 동안 연습해온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현*, 계*, 정*, 영*, 미*, 은*, 미*, 동*, *집 샘과 강당 무대 위로 한걸음 한걸음 올라갔다. 조금.. 떨렸다. 왼쪽에 쪼그리고 앉은 우리 반 녀석들이 보인다. 언니, 지얌, 은행, 쭈꾸미, 네이티브, 도련님, 써니, 유진, 개미, 연지, 마늘, 남뽕, 빼알, 너구리, 안쑤, 엄아, 락커, 승마이, 만두, 예리링, 이지, 스크림, 순씰, 그목, 민주, 더키, 쏠.. 써클 전시 준비 때문에 빠진 아이들이 많았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특이 언니무리들이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화장실 한번 가지않고 그 자리에 있어주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나를 보더니..일제히 입을 맞춰 " **샘, 사랑해요~" 했다. 경황이 없어 잘 듣질 못했는데 그 말인 것 같다. 아이들이 나를 사랑한단다..  나도 어설프게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사랑의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먼저 '내가 천사의 말 한다해도' 가스펠이다. 연습이 부족해서 제대로 부르지는 못했지만 목청껏 열심히 불렀다. 강당은 너무 컸고 노래하는 우리는 9명.. 전체 아이들은 최소 팔백명... 게다가 마이크 성능도 좋질 못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틈틈히 우리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다들 조용히 열심히 보고 있었다, 한명한명 눈을 맞추었다. 지나온 시간들이 스치면서 여러가지 감정도 함께 흘렀다. 'my son' 김건모 노래다. 여러 군데 틀렸다. 그래도 아이들의 환호성은 감동적이었다. 인사하고 내려오려는데 희#샘이 장미꽃을 준비해서 한 송이씩 안겨주었다. 또.. 감동.. 샘들이랑 함께 무대에 서길 정말 잘했다. 이 정도 참여에도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부산시립예술단의 목관, 금관 5중주가 있었지만 그런 전문가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주보다도 우리 아이들의 노래와 연주와 연극과 마술이 너무 좋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MP: 1반 상봉이와 5반 종목이가 I belive I can Fly와 Stuck를 불렀다. 종목이는 수업시간에 거의 잔다. 그러나 오늘 그 아이는 깨어있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노래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팬클럽 조직해야겠다. 또 너무 이쁜 5반 다른 아이들.. 종목이를 응원하는 피켓을 만들어가지고 열심히 응원하고.. 열심히 듣고.. 이뻐서 죽을뻔했다.



마술부: 1학년 여자 아이 둘이 각종 소품마술을 했고 11반 예지가 링 마술을 했다. 예지는 수업시간에도 무척 예쁜 아이다.  여러번 실수를 한 것이 맘에 걸리는지 무대를 내려오는 표정이 시무룩했다. 우리는 그 실수까지 예쁜데 본인은 연습때의 실력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안타깝고 속상한가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드디어 웅기.. 허공에서 막대기를 요리조리 맘대로 돌리는 마술-'댄싱캐인'이란다-을 정말 흠 하나 없이 해낸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했단다. 짙은 눈썹, 하얀 피부.. 작년부터 녀석의 팬이었다. 이은결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싸인 받아둬야지.



합창부 : '그날이 오면', '내마음의 보석상자'.. 를 정말 오랜만에 들었다. (샘들 노래연습하느라고 잠시 음악실에 다녀온 사이에 합창부 공연은 끝나 있었다. 그래서 두 곡밖에 못들었다. 아깝다.) 우리반 sunny이랑 효댕이가 합창부이다. sunny는 요즘 나에게 부쩍 다가온다. '담임~' 이렇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따뜻함이 잔뜩 묻어있다. '샘'을 생략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효댕이도 요즘은 나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아니 누가 봐도 예쁘게 생긴 약간 도도한 효댕이 녀석은 내가 저를 맘에 두고 있음을 외면하는 것 같았다. 눈도 잘 안맞추고 가끔 봐도 무뚝뚝한 표정... 그런데 요즘은 가혹 웃을 때도 있다. 아이들이 부르는 '그날이 오면'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에게 저 노래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건 해바라기 노랜데.. 1집인가 2집인가에 있었다. 10년도 더 지난 노래같은데...  아이들과 이렇게 문화를 공유한다는 자부심?-해바라기 노래를 같이 부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뿌듯..


기타부 : 우리 반 뽀가 노래를 했다. 뽀는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며 서울예전을 꿈꾸는 아이이다. 처음으로 뽀의 노래실력을 들었다. 역쉬~ !!! 5반 권민이랑 2반 성일이도 있다. (나머지는 1학년 여자아이들이라 아직 잘 모른다.) 권민이도 성일이도 평소에 무척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all for you'와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들었다. 아이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환호하게 된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좋으니까.. 너무 좋다.


ABLE :  영어연극부다. 작년처럼 엽기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렸는데 솔직히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자막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도 너무 재미있었다. 유림이도, 제현이도, 세흥이도... 그리고 수업시간에 잘 볼 수 없는? 우리의 로미오 준봉이도. 다음 번 수업 들어가면 악수라도 한번 청해야겠다.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 '좌'로미오님께!



이렇게 강당에서의 1부 공연은 끝이 났다. 조금 어설프고 진행상의 차질도 다소 있었지만 발표하는 아이나 그걸 보는 아이나, 아이들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했다. 나도 아이들 덕분에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다. 깨어있는 또다른 모습의 아이들을 보게 되면 녀석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멋진 아이들이다. 모두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이다.


한 가지 더!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강당.. 지저분했다. 청소를 해야하는데 남아있는 아이는 없고 우짤까? 직접 교실로 쫓아가서 청소할 아이들을 데려와야했다. 그러나 누가 그 넒은 강당을 청소해줄까? 그것도 오늘같은 날... 몇번 외면 당하고 2학년 1반으로 달려갔다. 담임샘께서 종례를 하고 마친다고 하신 바람에 아이들이 열댓명이나 남아있었다. 간절하게 강당청소를 함께 하자고 부탁했다. 거절당할 것을 거의 각오하고 있었다. 굳이 저희들이 하지 않아도 되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사실 거절해도 좀 섭섭해할 뿐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아이들에게서 나온 말은 "샘이 우리한테 부탁할 일은 아니지. 당연히 우리가 해야지.. " 하더니 몇몇 녀석이 빗자루를 들고 강당쪽으로 가기 시작한다. 1반 아이들은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녀석들이다. 수업은 좀 힘들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순수하고 착한 면을 다~ 지니고 있다. 월요일 수업들어가서 쏴야지.


네시 반부터 운동장 특설무대에서 2부 공연이 시작되었다.


전시장을 둘러본다고 우리반 은실이가 상쇠인 길잡이 풍물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특설무대를 정비하는 사이 교무실 가서 정리 좀 하고 다시 내려갔더니 미*, 정*, *묘 샘이 스탠드에 앉아있다. 공연보려고 기다리는 중~. 곁에 끼어 앉았다. 이번주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서 씻고 깊은 잠을 좀 자려면 적어도 한 시간 후에는 자리를 떠야지 생각하며.... 그러나...^^;


기타부가 먼서 올라왔다. 우리반 뽀와 3반 성일이가 먼저 노래를 한 후, 기타부 다 같이 또 노래 한곡... 엄청 차려입은 여자아이들과 평상복에 수수하게 잠바 하나 걸친 권민이와 성일이... 옷은 아무래도 좋은데, 그저 그렇게 기타하나 안은 모습만으로도 충분한데.. 겉으로 드러나는 면을 가꾸듯이 안으로 감추어진 면도 아름답고 성숙하도록 소중하게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다시 마술부... 다른 건 오전 무대와 같았는데 2반 형직이-녀석의 별명은 결백선생이다. 왜? 지난 번 수행평가 문제에서 정답 '백결선생'을 '결백선생'이라고 써냈다.- 의 딜라이트(조명을 끄고 하는 마술인데 불빛이 온 몸을 마음대로 옯겨다니는 듯 느껴지는 마술이다. 손의 놀림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단다. 연습량이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멋진 춤에 맞춰..)도 너무 좋았고(결백선생이면 어떠냐.. 살다보면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찌... ^^ㅋㅋ) 웅기의 카드 마술도 현란했다. 마지막 1학년의 관객과 함께하는 마술도 재미있었다.


1학년 한 여학생이 피아노를 치며 아버지와 함께 '사랑으로'를 불렀다.


합창부! 어느새 어두워진 무대위를 자세히 보니 우리반 sunny와 효댕이도 있다.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을 함께 부른 후,  여학생들은 내려가고 남학생-김승현, 정기원, 천승우, 배상현, 현동, 채정식, -이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렀다. 귀여운 율동, 마지막엔 가슴에서 장미꽃 한 송이씩을 꺼내더니 관중에게 던졌다. 폭발적인 무대매너..


발레... 이 추운 늦가을 저녁에 스타킹 하나에 몸을 의지한 저 여학생은 얼마나 추울까.. 사뿐사뿐 무대위를 날아다니다 내려갔다.


My Pop7반 근희와 11반 미성이가 함께 이집트 왕자 주제가를 불렀다. 가수다!


저녁을 급히 먹고 다시 스탠드로 돌아왔을 때, 사랑스러운 2반 개구장이 들이 부탁한 대로 우리 자리를 맡아놓고 있었다. 부산대 합창부 '썰물'의 공연... 소리가 벌써 다르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진정 난 몰랐었네' 전문 합창단은 음색도 다른 것 같다. 감탄사 연발..


기다리고 기다리던 락 밴드 공연이다. 낙동고 밴드 Rock go!와 부산지역 연합밴드 '오징스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락고에서는 우리반 강지가 건반을 맡았다.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녀석의 무대를 처음 본다. 구석에 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들려오는 이 음악소리가 녀석의 실력을 말해준다. 강지의 꿈이 꼭~ 이뤄지길 빌었다. 오징스 밴드.. 거의 프로 수준이다. 쪼나는 일어서서 스탠딩으로 음악을 즐기자고 권했고 아이들이 우르르 무대앞으로 달려나갔다. 처음엔 스탠드에서 스탠딩을 유지하던 우리-나, 이*경샘, 이*희샘-도 흥을 참지 못하고 그 인파를 뚫고 무대 제일 앞까지 진출... 카수와 악수하는 영광을 맛봤다. 팔딱팔딱 뛰면서 '오리날다'를 함께 불렀다. 힘에 부쳤지만 끝까지.. 열광적인 무대였다.


1부 강당 공연과 2부 운동장 특설무대에서의 공연이 그렇게 끝났다. 하늘엔 보름달이 휘영청~ 공연하는 아이들과 같이 구경하는 아이들, 그리고 내 옆의 선생님들... 매일 학교 생활이 오늘처럼 아이들이 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하고 또 교사들은 그걸 지켜보며 행복하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그렇듯이 공연 후엔 역시 청소와 정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실에서 꺼내온 의자 200개를 다시 교실에 가져다 넣어야했다. 공연을 했던 아이들이 책임지고 넣기로 했단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진했던지 투덜거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청소와 정리를 위해 남아 있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기타부 짱 우리 성일이가 보였다. '으아~ 샘 손이 너무 시리다'고 했더니 눈이 순한 그 녀석이 큼직한 손으로 내 두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이런이런.. 총각에게 손을 잡히다니..^^ 옆의 샘들이 '야~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했다 성일이는 "샘이 손 시리다고 하시잖아요~" ^^; 아이들이랑 의자를 같이 교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의자가 너무 많아 보여서 저거 언제 다 치우나 했는데 힘센 남학생들이랑 부지런한 여학생들이 같이 덤벼서 치우니까 금방 정리가 되었다. 역시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제! 다른 말이 필요없다. 끼의 발산.. 그리고 함께 즐기는 것!! 아이들의 변신은 무죄다. 아니 감동이다. 한동안 수업시간도 즐거울 것 같다. 애인과의 데이트처럼!! 그나저나 사진을 많이 찍어두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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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11-2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이 많아서 좋고, 그 애인들 때문에 행복해서 좋겠습니다. 행복한 마음, 따뜻한 마음이 잔잔하게 이곳으로 건너옵니다. 지금쯤 다시, 축제를 되짚어 보고 계시겠네요...

해콩 2004-11-2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뜨린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생각나서 자꾸 글을 고치고 더하게 되네요. (거의 네 시간동안 운동장에서 공연 본다고 차가워진 제 두 손을 꼭~ 잡아주던 한 애인의 얼굴이 이 순간 퍼뜩 지나갑니다. 가슴도 설레는게... 진짜~ 사랑하나 봐요..어쩌죠? ㅋㅋ) 어젯밤은 휘영청 보름달처럼 마음이 가득 찼더랬지요. 이 맛에 이 애인들를 '포기'하거나 '외면'할 수가 없네요. 그런데.. 축제에도 마음 두지 못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요. 언제나 조용한 **같은 아이들이... 또한 너무 많은 애인들인데... 어쩌죠?

글샘 2004-12-03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이들은 의사가 환자를 대하듯, 거리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합니다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론, 사람에 따라 애인이 될 수도 있고, 부모가 될 수도 있고, 그냥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애요. 애인들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직업의 천형이 아닐까요?

해콩 2004-12-0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제가 제일 안되는 부분이 '미적 거리'유지하는 것이예요. 얼마만큼이 아름다울 만큼 적당한 거리인지, 어떻게 해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아마도 아이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할 수 있을 만큼, 그 개인적 세계를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저는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아직 너무 멀리 있는 듯한 느낌인걸요. 사실 부끄럽게도 아이들의 내면을 잘 몰라요. 집안분위기도요.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만하면 헤어지는 것이 '1년'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