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은 아름답다

                                                      - 김윤배

아우는 큰 몸뚱이를 수술대 위에 버리고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마취되어 있다

집도의가 가리키는 모니터에 아우의 내장이

속속들이 보인다 담낭이 제거된 자리가

검붉을 뿐 내장은 아름답다 연붉은 간덩이

사이로 흐르는 핏물은 불빛에 놀라

기포를 뱉으며 급히 몸을 숨긴다

집도의는 내시경을 움직여

내장 이곳저곳을 헤집는다

간 한 잎 뒤집으면 나타날 것 같던

만년 순경인 아우의 내심은 보이지 않는다

상사의 모멸과 질타의 말들도 피의자를 다루던

온갖 협박과 회유의 말들도 보이지 않고

서늘한 오기도 찾을 수 없다

내장은 아름다울 뿐 더러운 일상에

물들지 않았다 나는 내 가슴과 배를 쓰다듬는다

내장이 나의 손을 거부한다

담낭이 절개되고 돌들이 쏟아져나온다

강렬한 조명을 받아 돌들은 빛난다

그랬구나 내장 속에서 찾을 수 없었던

너의 내심 가슴에 맺혀

욕스러운 나날들 더욱 단단해지고

그렇게 견디어낸 아름다운 굴욕들

빛나는 돌이 되어 네 몸 속 환한

고통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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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2-2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견디어낸 아름다운 굴욕들/ 빛나는 돌이 되어 네 몸 속 환한/ 고통이었구나
 

2005/04/09 22:38
http://blog.naver.com/aerin2/140011792876
출처 : ▶ 야매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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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파란여우 > 유배지의 수선화



 

 

 

 

 



一點冬心朶朶圓 일점동심타타원
品於幽澹冷儁邊 품어유담냉준변

梅高猶未離庭砌 매고유미이정체
淸水眞看解脫仙 청수진간해탈선

한 점의 겨울마음 송이송이 둥글다

성품은 그윽하고 담박하여 차갑고 우뚝 솟았네

매화가 높다지만 뜨락을 못 떠났는데

맑은 물 해탈한 신선을 진실로 보노라

 

남제주군 대정읍 안성리 1661-1번지에 추사 적거지가 있다. 제주시 95번 도로를 타고 마라도 방면으로 가다가 멀리 산방산이 덩어리째 보이면 오른쪽 안내표지를 따라 작은 마을 입구에 추사의 수선화가 피어있다. 금석학자, 서예가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조선 헌종 6년(1840년)에 윤상도의 옥사와 관련하여 제주도에 유배되어 헌종 14년(1848년)에 풀려나기까지 9년간 거주했던 곳이다.


추사적거지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더욱 거칠어졌다. 그 악명 높은 제주도의 바람 속에 유배지의 수선화를 보러 달려 온 길. 집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먼 거리다. 비바람 속에 수선화는 피었을까. 유배지의 수선화.

 



 

 

 

 

 

 

 

 

 

 

 

 

 

 

 

 



수선화는 현무암 돌담아래 일렬로 피었다. 흰꽃 잎 사이에 노란 꽃술이 도톰하게 돋을새김모양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 한점을 일컬어 <겨울마음>이라 표현한 추사의 마음은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는 <세한도>의 뜻과 맞닿아 있다. 전날 롯데호텔 정원의 잘 다듬어진 매화나무 군락지에서 이제 막 꽃잎을 열기 시작하는 그것을 보고 적잖은 실망을 했다. 매화가 꽃의 으뜸이라면 그 나머지는 꽃도 아니라는 매화사상을 품고 있던 나에게 특급호텔의 반듯한 구획지처럼 사람의 손으로 줄 맞추어 피어나는 매화꽃을 보자니 자꾸만 플라스틱 인조꽃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물질이 지닌 본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인가. 타의에 의해 꽃잎을 피우는 매화가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만 거기에는 매화의 고품(高品)은 온데간데 없고 껍데기만 남긴 절체곤충의 조각난 박피같은 뻣뻣한 인위만 남아 있었다.


이제 수선화는 소박한 것으로부터 고품을 보여주고 있다. 유담(幽澹)이란 요란하고 화려한 것을 멀리하고 은은하고 그윽한 성품을 말한다. 나로부터 외면당한 롯데호텔 정원의 매화꽃은 덧없고 교언영색으로 치장한 무식한 정원 구석에서 졸렬한 자태를 쓸쓸히 보여 줄뿐이다. 꽃으로부터 상처를 입은 마음은 꽃으로 치유한다. 수선화를 보러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먼 거리를 찾아온 마음이란 무엇인가? 추사는 말한다. 그것은 ‘해탈선(解脫仙)’이라고.

 

해탈한 신선이라.... 추사의 굽힐 줄 모르는 콧대높은 자존심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자신의 학문과 총명함을 부정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추사의 자신감은 그를 오만방자함으로 이끌었다. 지나친 자신감의 이면에 있는 당당함의 경계를 넘는 교만이다. 그에게 겸양의 미덕을 요구하는 일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완고하고 거만했던 추사에게 9년간의 유배는 ‘인간으로서 나아가는 길’을 가르쳐준다. 학문적 성취를 지적 능력으로만 삼았던 그에게 수선화는 말한다.


品於幽澹冷儁邊 품어유담냉준변.


홀연히 추위를 견디며 그윽한 성품을 잃지 않는 수선화. 유배지의 수선화가 추사에게 가르쳐 준 것은 홀연히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여행객은 자꾸만 수선화 여린 꽃망울을 손으로 만져본다. 손가락에 묻어나는 수선화 향기는 있을 듯 없을 듯하다.


천재의 안테나에 주파수가 잡힌 수선화는 그에게 <세한도>의 진리를 깨우쳐주는 길로 안내했다. 날이 추워도 잣나무, 소나무처럼 푸르리라. 사실, 세한도처럼 사는 삶은 고단하다. 누군들 안락한 호텔방의 달콤한 꿈을 원하지 않던가. 하지만 인생이란 얄궂어서 종종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춥다. 으스스한 몸을 추스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툰드라기후대가 넓게 분포되어 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고, 어제까지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과 오늘 헤어진다. 삶이란 매양 변덕꾸러기다.

 
그러니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먹지 않으면 누가 나를 지켜줄 것인가.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사랑'이다. 험난하고 궂은 세상. 누가 나만큼 나를 사랑해주겠는가. 나는 스스로 일어나야하고 스스로 꽃을 피워야 한다. 100% 자의에 올인한 삶. 타자적인 것으로부터 자아로 돌아오는 것. 유배지의 수선화는 그러므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한다.

 

<세한도>의 쓸쓸함은 거기에 사람의 자취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었으니 사람을 배제한 것일까. 유배지에서 의문은 비안개처럼 계속 일어선다. 그래서 그 후 추사는 대정읍의 신선이 되었을까. 수선화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한 시대를 뛰어넘어 한 획을 긋고 사라져간 사람들. 그들의 숨결을 비바람 속에 수선화는 담고 있는지 자꾸만 바람결에 몸을 눕히지 않으려 서로 기댄다. 

 

유배지의 수선화를 보러 먼 길을 달려갔다.

제주도를 찾아간 이유가 순전히 추사의 수선화를 보러가기 위함이었다면 추사 선생은 후대의 철없는 여행객을 귀여워해주실까. 우산을 쓰고 쪼그려 앉아 수선화를 만지며 주책맞게 눈물이 흐른다. 애꿎은 바람 탓이라고 돌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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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선생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 마치고 하객으로 모인, 내가 아주 좋아하는 샘들-ㅂㅈㅎ, ㅎㅇㅈ, ㅎㅅㅈ, ㅇㅇㅈ-과 죽성에 가서 대게 먹고 수다떨고.. 자리를 옮겨 태어나서 처음으로 조선비치호텔이라는 데를 가서 차마시고 또 수다떨고.

좋았다.  학교 비판이나 다른 교사들 평가(? 쉽게 말해서 욕!)을 넘어서서 하는 대화는 언제나 참 좋다. 내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과유불급! 지나친 건 미치치 못한 것과 같다. 늘 오버하는 나의 버릇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들 스스로 결핍과 불편을 느껴야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느끼도록 해야한다. 불편함을 느끼기도 전에 챙겨주고 신경쓰고 하는 것은 자칫 자립심을 잃게하거나 부담을 느끼게 하거나 잘못을 남탓하기 쉽게 만드는 것 같다. 담임 자신의 성취감을 채우는데 아이들을 내모는 것도 경계해야하고. 최소한의 것만 챙겨주고 필요한 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한다.

그럴려면 '필요'와 '욕망'과 '의지'를 느낄 때까지 꾹 참고, 팍 믿고 아이들을 기다려주는 뒷심이 필요한 것 같다. 기준을 세우고 중심을 잡고! 가장 좋은 교사는 아이들로 하여금 '아 우리가 해냈어'라고 생각하게 하는, 있는 둥 마는 둥한 교사!!!

아이들을 상대로 섭섭해하거나 배신감을 느껴서는 안된다. 그 나이 즈음의 나를 돌아보면 나 역시 아이들보다 더 세심하게 샘들을 대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무뚝뚝한 학생이었다. 교사라는 존재는 당시 내 머리 속에는 없었다. 내가 어떠하건 간에 아이들 역시 그럴 것이다. 섭섭함을 느끼는 것보다 차라리 미안함을 느끼는 것이 낫지 않을까? 교사란 어차피 짝사랑의 숙명을 타고난 간이역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가끔은 내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교사도 인간임을 아이들도 알아야하지 않을까.

* 모둠활동은 접을까 생각했는데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배달부, 편집부, 촬영부, 놀이부.. 또 필요한 부서가 뭐가 있을까? 총무부, 봉사부(또는 환경부), 선도부?,

* 사물함 이름표는 안 만들기로 했다. 담임이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이름표는 너무 획일적이다. 아이들이 필요에 의해 나름대로 만든 이름표가 각자의 개성도 묻어나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더 좋은 것 같다.

* '학부모에게 다가가는 법' 참 안되는 부분이다. 허심탄회하고 편하게 다가가는 법, 없을까?

* 디카를 장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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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2-2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부모 간담회 때,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게 읽어야할 시]-을 한 권씩 선물할까 행각했는데.. 이것도 오버겠지? 자녀에게 해주면 좋을 말, 또는 하지말아야 할 말.. 준비해서 나눠드리면 어떨까?

글샘 2006-02-2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임 하실 생각으로 마음이 바쁘시죠? 교사가 간이역같은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간혹 간이역에서 평생 잊지못할 사건도 일어나잖아요. 마음 편하게 준비하세요. 특히 학부모 같은 부분은 미혼 선생님으로서 다가가기 어려운 면도 있지요. 학부모의 이기주의도 있고. 제 생각엔 시집을 선물하는 것 보다는, 학기 초에 학부모님 대상으로 선생님의 교육관을 편지로 보내 드리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간담회날 오는 학부모는 아무래도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간담회날은 청소년 자녀 상담 방법 같은 것 간단하게 복사해서 드리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 올핸 즐건 일만 일어나는 담임 쌤이 되시길...

해콩 2006-02-2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늘 감사드려요~ 학부모님께 솔직한 편지를 쓰도록 할게요. 그리고 자녀 상담법도 좋을 것 같구요. 자료 찾아보고.. 이곳에도 올리고..
많이 많이 도와주세요~글샘샘~ ^^
 

144445

4444를 잡으려고 했는데 한 발, 딱 한 발 늦었다. 4444는 누구였을까? ㅋㅋ

자수하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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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2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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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02-2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4455

뭐- 이것도 괜찮지 않나요? ㅋ


해콩 2006-02-2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숫자들마다 이런 저런 재미가 있군요. 다~~ 괜찮아요. 이렇게 찾아주셔셔 늘 감사함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