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오늘 어느 고등학생에게 받은 질문...

바람구두아저씨

학교 체육대회를 하고 일찍 와서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내일은 스승의 날이라고 친구들 모이기로 하여 오늘 숙제를 다 끝낼려고 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어서 질문을 드립니다.(참고로 이번 숙제가 고민 되었는데 거의 모든것이 망명지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현재의 주요 사안 하나를 정해 파악하여 나름의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5분정도 발제를 하고 친구들의 질문을 받고 질문대처능력도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친구들의 질문이 없으며 감점 요인이 되기도 하여 가상 시나리오 쓰듯 질문자가 없을 때를 대비해 친한 친구에게 가상 질문지를 만들어 주어 작전을 짜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독도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그때는 친구들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의견이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지지난주 어머니께 어떤 내용을 다루면 좋겠느냐고 도움을 구했더니 “평택”이라고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발표이야기가 나와 주제를 이야기했더니 중요한건 지금 평택에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친구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활발한 토론이 형성되지 못하여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또 하나의 사실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후한 점수를 얻을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민중의 소리에 들어가서 몇 개의 동영상을 보여주셨지만(어머니께서는 무엇보다 대추분교가 무너지는 장면을 몇 번 틀어 보셨습니다.) 그 때는 시험기간이라 대충 보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저러시냐며...아버지께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보수적이십니다. 자이툰 파병에 대해서도 어머니와는 약간의 각도를 달리하고 계시던 분이시니 집에서 받아 보는 다른 시각의 조간 신문 읽는 듯한 두분이십니다만 이번 경우에는 아버지께서도 이미 정해진 사안을 어떻게 하겠느냐 하시지만 착잡하신가 봅니다.
어머니께서는 도움되는 스크랩이나 프린트는 해서 제게 주시지만 저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의미이시고 “니가 알아서 먹어라”“공부는 내가 하나 니가 하지.” 주의십니다. 며칠전에는 맥을 잡았느냐며 망명지에 들어가 보면 도움되는 이야기들이 많을 거라 하셨습니다.
글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저씨.
평택 미군 기지를 확장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한반도를 미국의 전쟁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라는데 그러면 왜 우리군은( 군이 제일 먼저 반대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미군 기지화 작업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군병력을 투입하여 국방부가 강제 행정대집행을했던 저의는 무엇입니까? 약자여서 어쩔 수 없이 행해야만 되는 극단의 제스츄어입니까?
미군기지화하면 우려되는 제시안들이 결국 나라가 걱정되어서 그러는 것인데(시위도 그렇고) 그러면 군에서 먼저 반대를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왜 군이 나서서 더 더욱 설쳐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해 주실수 없으십니까?

 

또 하나
미국에서는 자기네 땅이 아닌데 그 많은 땅을 요구하고, 요구한다고 왜 정부에서는 그 땅을 내 놓습니까? 우리나라가 꼭 땅을 내 놓아야 되는 그래야 되는 항복 문서라도 있는 겁니까? 미국이 그 많은 토지를 내어 놓으라한다고 해서 정부에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 땅을 내어 주어야만 되는 오래전에(휴전 협정시에나.) 체결된 문서 같은 게 있습니까? 그런 것에 기인한 것입니까? 국가간에 체결된 그런 게 있습니까?
왜 더 많은 땅을 내어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안 내 놓겠다고 하면 안 되는겁니까?
그것도 궁금합니다.

저도 처음엔 돈 많이 주는데 농사 힘들게 짓는 것보다 좋지 않으냐고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땅을 딛고 사신 분들의 발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셨습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야기를 예로 들어 주셨습니다. 터의 양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습니다. 뼈가 아파도 꼭 내어줘야 되는 일에는 얼마든지 내어 주어야 되는 일이지만 죽쑤서 개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되는 것 아니냐했습니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렇게 의식화 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했더니.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니까 저렇게도 할 수 있는 거라고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열사의 아들은 열사가 되지 못해도 열사의 부모는 다 열사가 되는 것이라고. 학생 운동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을 한번 보라고, 처음에는 무지했겠지만 당하다 보니 깨우치고 발버둥치다보니 억울하게 죽을 수 없으니 생각도 바뀌고 열사가 되는 거라고. 지금 평택의 주민들도 그러한 경우라고 뼈를 묻은, 뼈를 묻을 터를 내 놓고 가라는데 너 같으며 얼씨구 웬 횡재? 하며 좋다 돈 받고 가겠냐?
그리고 야.야. 너는 얼씨구 좋다 하면서 가겠지? 했습니다.(물론 어머니께서 하신 그 의미는 압니다.)

공개게시판을 이용해야 되는지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 어머니께서도 저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하시고) 어머니께서 저 대신 아저씨께 여쭤봐 주셨으면싶기도 했지만 어제는 아저씨 요즘 바쁘시다고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만 둘까 하다가 가장 시원하게 대답해 주실것도 같고 저의 숙제여서...


이것도 조금 궁금합니다. 시위 문화에 대해서 말들을 합니다.
과격시위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데 사실 저는 시위하는 걸 전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자기 방어의 목적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각목과 죽창을 들지 않고 침묵 시위 같은 방법은 어려운 것입니까?
그런 상황에 접하면 그렇게 과격하게 되어질 수 밖에 없는 건지 이것도 조금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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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로 온 것이라 개인 신상이 드러날지 모를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약간 손을 봤습니다.
참말로 기특하고 대견하단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제가 학회 세미나 마치고 들어오니 밤 11시가 다 되었네요.
내일 아침에 생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도 이 어리지만 어리지 않은 친구의 고민을 함께 해주실 분은 친절한 댓글 달아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제가 요새 잡지 마감을 해야 할 때인데, 다른 바쁜 일들로 원고 교정엔 손도 못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내일 밤새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능한한 광화문에 반드시 나갈 생각인데, 어쩌면 매우 늦게나 갈 수 있을 듯 합니다. 혹시 광화문에 나가실 분들 가운데 나중에라도 절 보고 싶은 분은 문자나 이곳에 댓글달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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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행사가 많은데도 학교 측에선 애매한 일정만 알려주었다. 그리곤 교사들을 상대로 의견조사를 하는데 이런 식이다.

스승의 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첫 번째 조사: 1안 소풍/ 2안 체육대회

이 조사는 결국 스승의 날, 학교 행사를 잡아 운영하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학교처럼 휴업을 선택할 수 있는 교사들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한 파쇼적인 것이었다. 직접 확인한 바 없지만 15일도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는 부산시교육청의 공문이 내려왔다는데 사실이라면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웃기시는 행정이고..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소풍과 체육대회 날짜가 확정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담임인 나로서는 솔직히 이건 둘 다 부담스러운 일정이었다. 스승의 날, 아이들과 소풍을 간다? 체육대회를 한다? 비담임샘들에게는 그 날 수업을 하느니 차라리 직접적으로 아이들과 맞닥뜨릴 일 없이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덜 부담스러워서 좋다고 했지만 그건 담임의 희생을 볼모로 하는 것이라 왠지 억울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 대부분은 이 조사가 진행될 때  스승의 날 휴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의 선택'은 최소한 세 가지 밖에 없는 줄 알았다. 정상수업을 하던가/ 소풍을 가던가/체육대회를 하던가. 암뭏든 결과는 체육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제일 많았단다.

그런데 서울 쪽에서는 거의 휴무로 결정하는 분위기가 되고 부산의 많은 학교에서도 '휴무' 발표가 이어지자 샘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다른 학교는 쉰다는데 우리 학교는 왜 교사들의 의견을 조사'도' 안 하는데?  결국 이 불만은 부장회의에서 '학교 일정은 학교장의 결정사항'이라고 생각하는 그 분께 전달되었고 다시 두 번째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스승의 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두 번째 조사: 1안 체육대회/ 2안 휴무

직원회의 시간에 '그 분'께서 보무도 당당하게 일어서시어 '수업하기 싫어하는 것은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이 아니'라며 샘들의 신중한 판단(?)을 역설했지만  보나마나 아이들이나 샘들 모두 당연히 2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 스승의 날은 학부모, 아이들, 그리고 교사들 모두에게 부담, 그 자체인 것이다. 아! '그 분'은 조금 섭섭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세 번째 조사가 있었다. (원래 이 날 학교 일정에 대해서는 학교장에게 결정권이 있으나 특별히 우리 교사들의 의견을 물어주시는 거라고 했다.) 체육대회는 11일로, 소풍은 12일로 결정하기로 하되

스승의 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세 번째 조사: 1안 오전수업/ 2안 휴무

이 역시 생각해보나마나 물어보나마나의 결과일텐데 왜 자꾸 의견조사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1안에 찬성한 교사가 19명. 2안에 찬성한 교사가 50명. 결과가 나오자 언제나 正道를 따른다고 자부하시는 '그 분'께서 말씀하시길...  '학교 일정은 교장이나 교사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학운위'를 통과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 교사들은 누구도 학교일정을 잡기위해 학운위를 열었던 기억이 없다.  지난 해 여름/겨울 방학 때 실시했던 직원연수도 그저 우리(사실 누구인지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몇몇 분들...)얼렁뚱당 날을 잡았고 계획을 세웠다. 교사들은 참여할건지 말건지 의사만 밝혔고. 교직원연수도 아이들의 수업결손을 초래하는 것임에도 학운위를 통과해야한다는 말, 그때는 들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스승의 날 휴무를 결정하는 것이 학운위결정사항이었다면 애초에 두 번째, 세 번째 조사는 왜 했단 말이야. 귀찮게시리...

결국 체육대회가 있던 11일, 11시에 학운위를 열었다.(왜 굳이 체육대회가 있는 날로 날짜를 잡았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운영위원 말고도 학부모님들이 대거 왕림하셨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학부모님들의 의견은 똑같았다. 진정한 스승의 날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선생님들과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가 한 자리에서 축하해야한다는 것, 다른 학교가 스승의 날 휴무를 하는 이유는 어떤 의혹을 배제하려는 부정적인 모습이므로 오히려 더 당당하고 깨끗하게 진행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했더니 그건 '교사들의 용기'의 문제라고 했다. 이미 대다수의 학교에서 휴무 결정을 하였고 우리 학교 50명의 교사들도 휴무를 원하며 이건 다른 날도 아닌 '스승의 날'에 관한 것이니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주십사 이야기해도, 수업결손을 막기 위해서는 방학을 하루 줄이고 그날 휴무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해도 학부모들의 생각은 누군가 그 자리에 말뚝을 박고 묶어놓은 듯,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그 분'께서는 계속 '투표로 결정하자'고 보채셨다.

투표 결과는 4:6이었고 결국 우리는 월요일 등교한다.

 궁금하다. 학부모님들은 정말 이 결과를 원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그 분들의 생각을 꽁꽁 묶어둔 걸까? 생각이 묶일 수 밖에 없었다면 그 이유는 뭘까?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결과는 어떻게 이해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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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5-1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그러운 교장과 근무하시는군요.
짐승을 보고 열받지 마세요. 짐승은 그 업보를 스스로 짊어지고 퇴장할 것입니다.

해콩 2006-05-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분'은 뭐 매사에 이런 식이니까 어느 정도 예상한 동선이라해도 제가 궁금한 건 비밀투표에도 학부모님들이 그렇게 결정하셔야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자신의 의견(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을 발화하면서 이미 신념화 되어버리는 걸까요? 이건 누가 봐도 한 사람의 '폼'을 봐주기 위한 들러리일텐데...
 

오늘, 결국 너를 만/났/다.

못난 담임 노릇으로 일 년에 두 번 있는 소풍, 모인 지 두 시간도  못 되어 아이들 몽땅 돌려보내고 예상보다 한 시간이나 빨리 남포동에 도착, 니가 싸우고 있는 USA의 기업 맥도날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일어나 서점으로 가서 '시집'을 구경하다 김남주시인의 시집 두 권을 사들고 너를 만났지.

얼마 전부터 예술영화전용 극장이 된 그 이름도 애매한 국도에서 드뎌 '박치기'를 봤다. 니가 구워준 CD를 안 봤으니 앞으로는 영화 구워주는 일, 없을까? ^^; 암튼 영화는 조금 코믹했고 많이 촉촉했다. 감독이 강조하는 '희망'을 함께 예감하기엔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하긴 했지만... 좋은 영화, 맞다!

속이 편하다는 이유로 내가 권하는, 네겐 익숙하지 않을 저녁을 먹고 다시 서점으로 가서 책구경! 세 번째는 영화 본 후 물어달라던 "경비, 내가 줄까?"를 그때까지 입에 올리지 않은 건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해서였는데... 아주 부끄럽고 미안한 듯 니가 먼저 "샘, 2만원만 주세요"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건넸어야했는데 미안하구나. 사람들은 알까? 이 땅의 행동하는 대학생들이 자기 돈, 시간까지 이렇게 꼻아가며 대추리로 또 어디로 싸우러 다닌다는 사실을? 나도 몰/랐/다. 막연하게 후원하는 단체나 사람들이 있겠지 생각했거든. 전쟁 중인 대추리의 상황을 막연하게 짐작하듯이.

우습지만 앞으로는 내가 네 후원인이 되어줄께.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부끄러워서 우찌살꼬. 미안해서 우찌살꼬. 물론 지금 네 행동은 누구의 영향을 받아서라기 보다는 니 스스로의 주체적인 결정에 의한 것임을 잘 알지만.

"샘은 대추리 오시면 안 되요. 거긴 전쟁이거든요. 아주 위험해요." '나는 못간다'는 뻔뻔스러운 내 말에 돌아온 니 말이 정말 나를 부끄럽게 했다.

이번에는 맞지 말고, 잡히지 말고, 갇히지도 말고 정말 무사히 다녀오너라.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대추리 들판에 새까맣게 몰려온다던 그 전경들, 군인들 속에 또 다른 '니'가 있다면 이를 어쩔꼬? 너희에게 저지르는 '국가'의 이 죄를 어찌 감당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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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2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5-13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한 '총리'의 발표를 듣고 울컥했어요. 내가 아는 한 선생님은 폭력을 반대할 망정 피흘려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폭력은 안 된다고 굳이 말하실 분은 아니거든요. ㅠ.ㅠ

해콩 2006-05-13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조마조마한 하루가 되겠지요?
지난 번 올라갈 때 계속 전경들이 막아서 부산 시내를 뺑뺑 돌다가 결국 [에버랜드]라고 버스에 써붙이고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던데 오늘은 무사히 출발했는지 모르겠네요. 아~ 벌써 조금씩 두근거려요.
 

오늘, 소풍! 욕먹어 마땅하다.

그러니까 지난 주 토요일, '12일, 소풍계획이 잡혔으니 월요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결재가 가능하다'는 임무가 긴급하게 각 반 담임들에게 '하달'되었다. 여러 가지 학교 행사로 시간이 없어 화요일 일괄 결재를 받아야 한다니 아이들과 의논할 시간은 토욜 4교시 학급회의 시간밖에는 없을 듯했다. 그런데 11일 목요일은 또 체육대회가 잡혀있어서 그 시간에 아이들은 출전 선수 뽑고, 반티 디자인을 의논해야한다고 시간을 달란다.

체육대회에 관한 의논을 그럭저럭 마치니 2분 정도 남았다. '앗! 어쩌지?' 사실 이번만큼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자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동안 담임하면서 내 고집대로 하느라 늘 무리수를 두었고 따라서 불만있고 싫으면서도 억지로 끌려오는 녀석들도 많았기 때문에... 게다가 진지하게 의논할 시간도 없어서 그냥 바로 아이들 의사를 물었다. "소풍, 어디 가고 싶노?" 광안리 미월드(뭔 뜻인지도 모르겠는 놀이공원 이름이다.), 해운대, 화명동 DMC극장 등등.. 내 의견을 내 놓지도 않았다.  표결에 붙였더니.. 광안리 미월드 23표. 과반수 넘었다. "좋아! 광안리 가자"

그리고 어제 종례하면서 10시 30분에 모일 것과, 도시락 꼭 싸올 것, 그리고 쓰레기 줏을 비닐봉지 하나씩 들고 올 것 등을 강/조/했/다. 학생부에선 교복을 입어야한다고 공고?했지만 담임재량으로 선심 쓰 듯 '느그가 알아서 하라'하고. (사실 몇일 전부터 우리 반 아이들이 소풍 때 입을 옷 산다고 야자 빼달라는 것도 다 빼주었다. 새 옷 사줄 뻔히 아는데 교복 입으라곤 못하지..아무렴...)

그리곤 집에 돌아와서 밤에 잠을 설쳤다. 살짝 악몽도 꾼 듯하다. 왜? 도대체 내일 아이들과 무얼하며 시간을 보낼까? 에잇 몰라 될대로 되라지.

아침! 날씨? 좋다! 꾸물거리다 살짝 늦을 듯 했지만 가는 길에 김밥 3인분을 샀다. 담임샘, 그리고 같이 광안리로 소풍 오는 12반 담임샘 점심까지.

겨우겨우 시간 맞춰 약속 장소 도착.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출석점검을 반장에게 부탁한 뒤 생각해둔대로 관할 '경찰서'를 찾았다. 소풍 다녀온 뒤엔 의례적으로 봉사시간을 2시간씩 인정해주는데 사실 봉사도 전혀 하지 않고 시간만 인정해주는 것이 늘 찜찜했던 터라 오늘은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해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 경찰서장님은 이제껏 단체로 봉사활동을 신청받은 일도, 시간을 인정해준 적도 없기 때문에 곤란하단다. 에잉... 어쩌지?

돌아와서 둘러봤더니 부담임샘도 오셨고 아이들도 그럭저럭 다 모인 것 같은데 반장인 ㄷ원이 녀석이 안 보인다.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저기요"하며 길 건너편 31아이스크림가게를 가리킨다. 아, 열 받는다!  전화를 걸어 냉큼 나오라 하고 능글한 그 놈 얼굴에 대고 틀에 박힌 잔소리 한 판 늘어놓고.

아이들을 모아놓고 봉사시간 인정 운운하며 "모래사장에서 쓰레기 10개씩 줏어오면 봉사시간 두시간씩 인정해주겠다"며 내가 인정해주는 것 마냥 생색냈다. 그런데.. 어라? 귀찮아 할 줄 알았는데 좋아하며 고분고분 백사장으로 내려가는 아이들... 20개씩 줏어오라할껄... --; 

녀석들을 기다릴 곳이 마땅찮다. 부담임샘왈 "샘, 바람도 많이 부는데 우리 저기 가게라도 들어가서 기다리죠"  다른 부담임들은 소풍날을 휴일로 생각하는데 여기까지 와주신 예쁜 우리 부담임샘께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들어 아까 반장이 갔던 그 31가게로 들어섰는데... 아~ 실수다. 밖에서 쓰레기를 들고 녀석들이 우리를 보고있다. 마 같이 백사장 내려가서 같이 쓰레기나 줏을껄... 자꾸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해서 죽을 지경이다. 아이들은 쓰레기를 들고 우왕좌왕하다가 즈들끼리 알아서 사진 찍고 뛰어다니고 잘 논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하나??

녀석들이 줏어온 쓰레기가 화단 가에 소복히 쌓여있다. 그러면 그렇지.. 도시락도 한 놈도 안 싸왔는데 쓰레기 봉지를 챙겨왔을 리가 없지. --+ "이젠 뭐 할래? 광안리 오자며? 뭔 계획이 있을 거 아니가?" "집에 언제 가요? 12반은 벌써 갔는데요.." "미월드 갈래?" "거기 다 같이 가야되요?" "돈 없어요." "지금 마치고 가고싶은 사람만 가지요" "밥 먹으러 가지요" 으이그 내가 못살아.. 이럴 줄 알았으면서 왜 광안리로 왔을꼬.. 내 잘못이다 내 잘못!!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다. 사실 엊저녁부터 쥐어박았다.

"그럼, 우리 일단 단체사진이나 찍자! 이걸로 출석 체크할 거다. 사진에 얼굴 안 나온 녀석은 결과 처리할끼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하자마자... 우루루~ 녀석들이스탠드에 앉는다. 그 와중에도 무능한 담임은 사진 찍는 것 싫다는 녀석 없는 것이 살짝 흐뭇하다. ㅋㅋ "자 양껏 이쁜 척 함 해봐라" 어라, 몇 녀석이 안 보이네. 가보니 화단에서 열심히 아이들이 줏어온 쓰레기를 봉투에 담고 있다. 이쁜 놈들... ㅠㅠ 같이 쓸어 담고 같이 사진 찍었다. "자, 이번엔 바다를 배경으로 해서!" 다시 바닷가로 우루루...  그리곤 '결정'을 해야할 시점. "우짜꼬? 오늘 점심 쏘까? 아니면 학교 가서 아이스크림 사주까?" "학교 가서 사주지요오~" 다행이다. 이까지 와서 아이들 김밥 한줄씩만 우째 먹이노 싶었는데... ^^; "야~ 느그가 광안리 오자고 해서 왔더니.. 봐라, 재미 한 개도 없다 아이가. 2학기 때 소풍은 샘이 결정한다. 알긋제? 그럼, 각자 가고 싶은 길로 가라!! " 12시도 안 된 시간에 그렇게 우리는 째/졌/다. 남아서 우왕좌왕하는 몇 녀석과 사진 몇 장 더 찍은 게 다다.

뭐야 이거, 누가 알까 무섭고 쪽팔린다 쪽팔려. 그동안 내가 '욕'해오던, '좋은 게 좋은 것'인, '자본에 아이들의 영혼을 빼앗기'는, 전형적인 '그런' 소풍이잖아. 다음부터는 아이들의 불만을 감수하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고집부려야겠다.

* 사실 이번 봄 소풍,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ㅇ주네 할머니가 딸기 농사를 지으시는데 부모님께 양해를 얻도 "딸기 따기"를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몇 주 전에 ㅇ주랑 싸운 것이 사단이었다. 녀석이 교무실에서 너무 조심성 없게 막말하는 버릇을 정색하고 야단쳤더니 녀석이 완전히 내게 삐져있었다. 3주나 그렇게 대치하고 있던 터라 말도 못 꺼내봤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소풍지를 결정하고 결재를 받던 바로 그날, 녀석이 내 말에 대꾸를 해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늘은 사진까지 여러 장 같이 박았다. 에잉... 일이 꼬일려니... 다음부터는 아이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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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5-1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애들 원하는 대로 하자하고, 학급회의 결과 과반수라기 보다는 목소리 큰 애들이 내놓았을 거 같은 '롯데월드'안을 받아들였다가 엄청 후회했습니다. 근처 시골에서 사슴농장하는 *원이네 집에 가자는 안이 있었는데, 그걸 그냥 밀어붙일걸하구요. 올해는 농사짓는 집 아이도 없지만, 절대 작년처럼 안할겁니다.

해콩 2006-05-1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아~" 위로가 됩니다. ㅋㅋ
우리 다음부터는 확실히 독단적인 담임이 되어보아요~ ㅋㅋ
목소리 큰 놈들... 참~ 해마다, 반마다 늘 있는 모양입니다. ^^;
 
 전출처 : 달팽이 > [퍼온글] 정태춘, 박은옥-저 들에 불을 놓아


정태춘, 박은옥 - 저 들에 불을 놓아

저 들에 불을 놓아 그 연기 들판 가득히
낮은 논둑길 따라 번져가누나

노을도 없이 해는 서편 먼산 너머로 기울고
흩어진 지푸라기 작은 불꽃들이
매운 연기 속에 가물가물

눈물 자꾸 흘러 내리는 저 늙은 농부의 얼굴에
떨며 흔들리는 불꽃들이 춤을 추누나

초겨울 가랑비에 젖은 볏짚 낫으로 그러모아
마른 짚단에 성냥 그어 여기 저기 불 붙인다

연기만큼이나 안개가 들판 가득히 피어오르고
그 중 낮은 논배미 불꽃 당긴 짚더미
낫으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뜨거운 짚단 불로 마지막 담배 붙여 물고
젖은 논바닥 깊이 그 뜨거운 낫을 꽂는다

어두워가는 안개 들판 너머
자욱한 연기 깔리는 그 너머

열나흘 둥근 달이 불끈 떠오르고
그 달빛이 고향 마을 비출 때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농부의 소작 논배미엔
짚 더미마다 훨 훨 불꽃 높이 솟아오른다
희뿌연 달빛 들판에 불기둥이 되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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