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그해,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 개정판
한강 지음 / 열림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눈빛을 느꼈다. 한번 읽고 가만히 두었다가 마음이 쓸쓸한 날 다시 읽고 싶다.

사랑에 관한 책이 읽고 싶어서 퇴근길에 동네서점에 들렀다. 원래 보려고 했던 책은 없었다. 대개 동네서점에 가면 사려고 했던 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우연히 책을 사게 된다. 가끔 후회하기도 하고 가끔 횡재 맞기도 한다―내가 이 책을 ‘직접’ 골랐다는 것에 뿌듯함도 느끼며^^

이 날은 꽃분홍색 표지, 사랑에 관한 제목, 그리고 소설을 공감할 수 없어 늘 아쉬웠던 작가의 에세이...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이 책을 샀다. 물론 처음 책을 봤을 땐 너무나 큰 본문 글씨가 당황스럽긴 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아침저녁으로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즐거웠다. 지금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보기도 하고, 내 주위엔 이런 사람들이 없나 부러워도 하며 잘 읽었고 다른 이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딸멋져 - 어머니와 딸이 함께 읽는 멋진 여자 이야기
티나 슈와거·미셀 쉬거 지음, 언니경제연구회 옮김 / 이유책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힘들 때 멋진 언니한테 전화를 했었는데, 그 언니가 얼마전 이런 책을 읽었다며 제목을 불러줬다. 신문에서 이 책을 번역한 ‘언니경제연구회’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 ‘이런 단체가 있나보다, 이름이 참 재밌네.’ 하고 넘겼었는데 그 언니가 이 책을 소개하자 갑자기 이 책이 무척 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척 재밌게 읽었다.

일단 대화체가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읽는 맛이 좋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녀들이 내 인생의 선배처럼 느껴졌다. 내가 제일 먼저 읽은 것은 출판기획자와 저널리스트였다. 하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계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에 대한 글-기자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무얼 느끼는지-을 읽으며 바로 내가 원하는 삶이구나! 느낌표가 팍팍 들었다.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사건을 추적하고,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니!

아~ 정말 기자가 되고 싶다! 어찌 해야 되나......? 연습을 하자. 대상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자신만의 고유성을 찾아보자. 닥치는 대로 읽고, 열정을 쏟을 만한 분야의 일을 찾아보자.

돌고래조련사, 이매지니어, 야영기획자 등등 자신의 일을 창의적으로 열정적으로 하는 17명의 여자들의 삶을 대리체험하면서 나는 참 신나고 좋았다. 물론 그 뒤에 지금 내 삶이 무지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나도 그녀들처럼 내 꿈을 '어느새 현실'로 만들 거다. 내 서재에 그 모습들이 보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오동명 글.사진 / 학고재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대화체로 쓴 책을 좋아한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하는 삐딱함과 당당함도 좋고. 요령만 달랑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원리를 잘 설명해주는 것도 좋다, 그래야 이해가 잘 되고 외우기도 쉽지. 사진과 사진기에 대한 감을 익히기에 좋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아래는 책 내용과 관련하여 제가 겪었던 몇 가지 일들입니다.

#1. 몇 달을 벼르던 사진기를 장만하였으나 맘먹은 대로 사진이 잘 찍어지지 않았다. 사진을 인화한 날 서점을 찾아 예전에 찍어둔 이 책을 읽어봤다. 부디 날 구제해주길. 전자동 소형 카메라도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에 꽈당. 난 이미 32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를 샀는데, 요즘은 최소 이 정도는 사야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진작 읽어볼 걸ㅠㅠ ‘자신이 다룰 수 있는 기술 내의’ 사진기가 최고의 사진기라는 말, 동의합니다. 디카를 살 때도 그랬지만, 무엇을 선택할 때 최고의 선택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오랫동안 망설이게 되는데 이게 정답이군!

#2. 배경을 꼭 뒤에서만 찾나? 앞에 배경을 만들어보자.
이 문장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어 십자수 작품(사실 아주 조그만 것)을 하나 완성하고 좋아서 셀프사진을 찍었다, 작품을 앞으로 쭉 내밀고 한 컷! 앞에 작품이 크게 잘 보이고 그 뒤에 흐뭇한 내 얼굴이 보여 재밌는 사진이 나왔다. 매번 똑같은 길로만 가다가 한번 다른 길로 갈 때 같은 묘한 재미^^

#3. 사진 찍는 일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특히 노인들에게 좋다.
얼마 전 놀러갔다가 손녀딸들을 찍어주시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평소 같으면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텐데, 이 글을 읽고 보니 ‘저 할아버지 참 멋지구나!’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더구나 디카로 찍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고 여자일수록 기계를 두려워하는데 우리 엄마한테도 어서 가르쳐드리고 싶다.

#4. 어떤 사물이든, 어떤 상황이든 눈으로 먼저 판단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라. 카메라 작동법 익히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눈으로 세상을 꿰뚫도록 해라.
카메라를 손에 들고 나가면 멋진 작품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 이리 저리 구도 잡고 이것저것 작동해 보느라 바쁘다. 뭔가가 뒤바뀐 느낌...... 편안한 마음으로 먼저 충분히 보고 느낌이 전해올 때 그 느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카메라를 든다.

독자서평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책에 대해 충분히 느낌이 들 때 써야 술술 잘 써진다. 지금은?^^어렵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과 느낌들이 잘 잡히지가 않는다. 언제나 문제는 ‘무엇을, 왜, 어떻게 하느냐’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경쾌함 또는 즐길 줄 아는 것. 이 책은 분명하고 즐겁다. 이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의 바다 - 향기로운 포토 에세이 1
김연용 사진과 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서 책을 봤을 때 바다에서 노는 개가 참 예쁘고, 아버지와 ‘바다’가 나란히 앉아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 너무 맘에 들어서 충동구매 했다. 그리고 지금 후회가 없느냐. . . 있나, 없나? ^^ 햇빛 받아 하얗게 반짝이는 바다, 바다에서 일하시는 아버지, 바다에서 뛰어노는 ‘바다’라는 이름의 개. .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담긴 사진들이라 좋~다. 나도 이런 사진 찍고 싶다는 욕심에 책이 곱게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 같다. 이따금씩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문학이나 예술이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사진집을 읽다가 ‘관계’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와의 관계, ‘너’와의 관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표현하는 수단으로 예술이 있다는 생각.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 아버지가 일하시는 바다를 보는 시선, ‘바다’ 개를 보는 시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선 속에서 ‘관계들’을 본다.

막막한 갯벌 위에서 길잡이 줄이 끊겨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이제는 바람과 햇볕으로 방향을 가늠하시며 나름대로 사는 법을 체득한 눈 먼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아리면서도 생명의 힘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에서 겪게 되는 갈등들을 모두 담은 놓은 듯 전형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사랑, 질투, 성장, 열정 등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관계의 밀고 당김에 따라 역동적으로 표현하였고, 사물들의 빛과 색을 보는 것으로써의 그림, 정돈된 배경 속에 흐트러짐 하나를 만들어주는 균형과 일탈의 미가 담긴 그림을 알게 해주었다. 이야기하는 힘 역시 대단하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열심히 이야기를 좇다보면 그림이 한번씩 척~하니 나타나 그림이 만들어진 순간에 함께 있는 듯 현장감을 더해 준다, 그 절정은 단연 ‘진주 귀고리 소녀’ 그림이다. 그 그림이 완성되기까지의 팽팽한 긴장과 애증이 절정에 이르고 책장을 넘겨 그림을 마주했을 땐 숨이 멎는 듯 했다.

소녀에게 화가는 운명적 사랑이었다, 손만 닿아도 불에 닿은 듯 뜨거운 첫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신분이 맞지 않는 위험한 사랑. 반면 푸줏간 집 아들은 현실적인 사랑이었다, 가난한 그녀의 집 식탁에 고기를 놓아줄 수 있는, 그래서 엄마를 기쁘게 해 줄 남자. 그 두 사랑 사이를 오가는 소녀의 마음은 드라마 소재로 곧잘 쓰이는 뻔한 갈등 구도이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은 뻔하게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던가.

돈을 벌기 위해 하녀로 일하게 된 열일곱 소녀는 자신이 살던 세계와 전혀 다른 곳에 와서 일과 사람, ‘모든 것들과의 낯설음’을 겪는다. 가족들과 인사하고 집을 떠나는 모습, 주인집에서의 첫 날 그 모습에 나는 대학 진학과 함께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첫 출근하던 날이 생각났다. 그 때 얼마나 낯설어했던가! 앞으로도 몇 번이나 낯설어할까. 소녀를 하녀로 데려가려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주인은 소녀를 사랑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질투는 무섭다. 주인의 딸은 호시탐탐 그녀를 괴롭히고, 동료 하녀는 냉담해졌고, 화가의 아내는 분노한다. 사랑받기를 원하고 그 사랑이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향할 때 질투를 느끼는 마음, 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랴.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갈등으로 서로 다른 두 세계 사이에서의 혼란을 짚고 넘어간다. “그림 역시 우리와 하느님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거다. 개신교의 촛불이건 가톨릭의 촛불이건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그림은 단지 촛불일 뿐이니까.” 본질을 꿰뚫는 이 말! 그림에 대해서는 한 수 배웠다고 표현하는 게 적당하겠다. 초고속 디지털 시대에 불쑥 마주친, 몇 달 동안 한 작품에 정성을 들이는 그리는 화가의 자세는 낯설면서 존경스러웠다.

화가와의 만남으로 그림에 대해 알아가는 소녀를 통해 우리도 흰구름에 흰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초록색도 있고 잿빛도 들어있다는 것을 배운다.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며 화가는 실제 그 사물과 상관없는 듯한 바탕색들을 칠한 뒤 색을 덧칠해 사물이 받고 있는 ‘빛’을 색으로 표현한다. 아~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구나. 나는 이제야 그림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사물의 빛은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볼 때 더욱 잘 드러난다. 그 시대에는 신기한 큰 상자였던 그 물건, 지금은 바로 카메라다. 얼마 전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렌즈를 통해 보면 눈으로 볼 때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진이 실제를 왜곡한다고 생각했다, 사진발이라고 하는 것. 그러나 렌즈가 빛을 더 잘 보게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신기하다.

인상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화가가 무언가를 찾지 못한 그림을 지켜보던 소녀는 참을 수 없는 욕구에 ‘감히’ 대상이 되는 정물에 손을 대는 장면을 들겠다. 정돈된 풍경 속에 눈을 간질이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 아하~ 그리고 소녀를 그린 그림에서 허전한 그 무엇을 마침내 찾아내는 장면. 바로 진주 귀고리로 화폭 전체의 균형을 잡아준 것. 오~

끝으로 이 책에 얽힌 내 사연은 이렇다. 직장 상사가 대단한 작품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빌려달라고 했더니 사서 보란다. 왠지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결국 사서 읽었다, 소설책을 말이다! 지금은 회사에 책 들고 와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침 튀기며 책 선전을 하고 있다. 내가 이리 될 줄 정말 몰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