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오동명 글.사진 / 학고재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대화체로 쓴 책을 좋아한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하는 삐딱함과 당당함도 좋고. 요령만 달랑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원리를 잘 설명해주는 것도 좋다, 그래야 이해가 잘 되고 외우기도 쉽지. 사진과 사진기에 대한 감을 익히기에 좋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아래는 책 내용과 관련하여 제가 겪었던 몇 가지 일들입니다.

#1. 몇 달을 벼르던 사진기를 장만하였으나 맘먹은 대로 사진이 잘 찍어지지 않았다. 사진을 인화한 날 서점을 찾아 예전에 찍어둔 이 책을 읽어봤다. 부디 날 구제해주길. 전자동 소형 카메라도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에 꽈당. 난 이미 32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를 샀는데, 요즘은 최소 이 정도는 사야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진작 읽어볼 걸ㅠㅠ ‘자신이 다룰 수 있는 기술 내의’ 사진기가 최고의 사진기라는 말, 동의합니다. 디카를 살 때도 그랬지만, 무엇을 선택할 때 최고의 선택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오랫동안 망설이게 되는데 이게 정답이군!

#2. 배경을 꼭 뒤에서만 찾나? 앞에 배경을 만들어보자.
이 문장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어 십자수 작품(사실 아주 조그만 것)을 하나 완성하고 좋아서 셀프사진을 찍었다, 작품을 앞으로 쭉 내밀고 한 컷! 앞에 작품이 크게 잘 보이고 그 뒤에 흐뭇한 내 얼굴이 보여 재밌는 사진이 나왔다. 매번 똑같은 길로만 가다가 한번 다른 길로 갈 때 같은 묘한 재미^^

#3. 사진 찍는 일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특히 노인들에게 좋다.
얼마 전 놀러갔다가 손녀딸들을 찍어주시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평소 같으면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텐데, 이 글을 읽고 보니 ‘저 할아버지 참 멋지구나!’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더구나 디카로 찍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고 여자일수록 기계를 두려워하는데 우리 엄마한테도 어서 가르쳐드리고 싶다.

#4. 어떤 사물이든, 어떤 상황이든 눈으로 먼저 판단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라. 카메라 작동법 익히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눈으로 세상을 꿰뚫도록 해라.
카메라를 손에 들고 나가면 멋진 작품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 이리 저리 구도 잡고 이것저것 작동해 보느라 바쁘다. 뭔가가 뒤바뀐 느낌...... 편안한 마음으로 먼저 충분히 보고 느낌이 전해올 때 그 느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카메라를 든다.

독자서평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책에 대해 충분히 느낌이 들 때 써야 술술 잘 써진다. 지금은?^^어렵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과 느낌들이 잘 잡히지가 않는다. 언제나 문제는 ‘무엇을, 왜, 어떻게 하느냐’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경쾌함 또는 즐길 줄 아는 것. 이 책은 분명하고 즐겁다. 이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