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쓸쓸하냐 - 2004년 1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운문산답 1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 샨티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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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난 언니가 재밌게 읽었단다. 자기 속에 있는 마음 둘이서 주고 받은 얘기가 재밌단다. 내가 좋아하는 언니가 재밌다고 하기에, 또 제목에 묘한 끌림이 있어 읽게 되었다. 진짜 재밌다. 코미디라고 할 정도다^^ 코미디라고 비하하는 게 아니고 정말 허를 찌르는 답변에 웃음이 나는 것이다. 요즘 기분이 울적할 때 그래서 쓸쓸한 기분이 들 때 이 책을 펼쳐 읽곤 했다. 거기 적힌 말들을 다 몸으로 안을 수는 없어도, 주고 받는 말을 읽다 보면 덜 쓸쓸한 기분이 든다. 세상살이가 그렇지? 어렵지? 근데 쉽지? 그런 마음이 든다. 지금 당장 다 이해하지 못 해도 곁에 두고 살면서 자주 만나고 싶은 책이다.

"전해 듣기로는 틱낫한의 '자두마을'에서도 수련회비를 거둔다는데요?"

"(중략) 너는 어떻게 할 참이냐? 만약에 네가 어떤 수련 모임을 주관한다면 회비를 거두겠느냐?"

"그런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그러다가 망하면요?"

"망해라!"

^^ 이런 식이다.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좀 더 연습을 하면 어느 순간 그리 되겠죠?

아무것도 미리 걱정할 것도 없고, 아무것도 미리 궁리할 것 없다. / 쓸쓸함도 너에게 온 손님이다. 지극 정성으로 대접하고, 쓸쓸한 만큼 쓸쓸하되, 그것을 떨쳐버리거나 움켜잡으려고 하지 말아라. 너에게 온 손님이니 때가 되면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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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세상 - 스물두 명의 화가와 스물두 개의 추억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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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무작정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은 표지의 그림이 따스하게 느껴졌고 '그림 같은 세상'이라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사서 읽은 후 첫 느낌은 '너무 잘 골랐다!'이다. 표지에 끌려 책을 보고는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 온 미술도서 중에서 가장 편안했다. 화가들에 대한 얘기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작가 자신이 미술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용어 같은 건 없이 자신의 경험과 함께 재밌게 썼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나둘 추억이 생기는데 그런 추억들 중에 어떤 그림이 함께 하는 것이 있다면 그 기억이 참 소중할 것 같다. 아마도 그 그림을 보거나 떠올릴 때마다 그 추억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추억을 하나 이야기하고 싶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저녁을 먹고 나서 동네를 산책하곤 할 때의 추억이다. 그때 우리 동네에는 멋지게 지은 문화예술회관이 있었는데 산책을 하다가 예술관과 체육관 사이의 구름다리 에 자주 들렀었다. 그 구름다리에서 체육관으로 통하는 문을 열면 모네의 <해돋이 인상>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그림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옆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들고 구름다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면서 있다가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고 별이 하나둘 반짝이기 시작하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미술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은 그림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그렇게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니, 나도 저렇게 섬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모네의 다른 그림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 책을 보다가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화가가 몇 명 있다. 전에는 이름도 못 들어본 화가인데 이 책을 보고서 그들의 그림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이 책을 통해서 나처럼 자신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또한 몰랐었던 화가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새로운 관심이 생긴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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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빛
강운구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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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구 님의 사진은 예전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을 삼부작'이라는 작품을 보고 알게 되었다.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또는 도시로 떠나버린 사람들에 의해서 사라져가는 마을을 기록으로 남긴 사진들이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사진집 앞에 쓴 머리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강운구의 사진집을 또 만나고 싶었다.

이번 사진집에는 '빛'을 담은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햇빛을 받은 연두빛 찻잎이나 황금빛 보리 등등, 맛보기로 보여진 사진들에 반해서 덜컥 사진집을 주문해버렸다. 나도 사진을 가끔 찍곤 하는데 어떻게 같은 사물을 두고도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질투심과 부러움이 마구 솟구쳤다^^

책을 받아 더 많은 사진들을 보니, 어쩜 이리도 빛을 요리조리 잘 다뤄서 마치 그림 그리듯 사물을 담아낼까 신기했다. 사진으로는 감정을 표현하기 힘들다고 하나, 강운구의 사진에는 자신이 느낀 감정이 잘 담겨 있는 듯 하다. 나는 사진을 찍고 나서 찍을 때의 감정은 사라져버리고 구도에만 신경쓴 빤한 사진이 된 듯하여 실망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구도를 잘 맞춘 풍경사진, 그 이전에 멋진 풍경, 유명한 풍경이 사실 나에게 별다른 감상을 주지 못할 때가 많다. 어느 순간 우연히 마주친 어떤 풍경에 마음을 뺏길 때가 있는데, 바로 내 심정을 나타내 주는 풍경일 때 그렇다. 그런 심정이 잘 나타나 있는 사진들이다. 이번 책에서는 그림자를 과감히 이용하여 화사함을 더욱 강조한 사진이 특별했다. 시커먼 나무 가지 사이사이로 봄날 화사한 매화꽃 무더기를 찍은 사진이 참 새로웠다. 사진 찍을 때 그림자가 안 지게 하려고 애를 쓰는데 그림자를 이용하여 밝은 것을 더욱 밝게 강조하는 사진이라니!!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각 하나를 얻었다.  

봄 햇살 아래 몽롱한 매화꽃길, 여름 소나기 사이의 햇빛, 비 온 뒤의 안개 속 숲, 가을걷이을 한 들판, 또롱한 감과 감잎 하나, 사나흘 눈 내리는 설경, 솜털 보송보송한 버들 강아지 등등 우리 산천을 바라본 사진가의 시선을 오롯이 담아낸 사진들과 함께 조금은 냉소적이면서도 특유의 맛이 있는 글을 읽으며 재밌게 책을 읽었다.

그런데 두 페이지에 걸친 전면 사진들 때문에 글이 끊기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게 좀 거슬렸다. 글을 읽어 가다가 뒷장을 넘겨 전면 사진이 나오면 그걸 감상하다 보면 무슨 글을 읽던 중이었는지 앞쪽을 다시 돌아가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 작은 불편 외에는 다시 봐도 훌륭한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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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집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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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에 내가 바람이 난다면 다 이 시집 때문이다^^ 제목부터 시작하여 그 시집 참... 오랫만에 참 괜찮은 시집 만나 기분이 좋다.

제목에 살짝 맘이 설레어 책장을 넘기면, 분홍색 면지가 나온다, 그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방실 뜬다. 책도 자그맣하니 이쁘고 표지그림도 방방 뜨는 '연애시집'이라는 제목에 수묵화 그림이 무게를 잡아준다 싶었더니 알고보니 표지그림 제목이 '바람'이네 그려. 어쨌든 겉모습 속모습 다 예쁜 시집이다. 시들도 좋다. 김용택 시인은 세월이 갈수록 매력 있다. 하나씩 꺼내놓는 모습들이 처음엔 생소하면서도 들여다보면 그렇게 심금을 울릴 수가 없다. 너무 진솔해서 말이다. 이 시집도 그렇다. 머리말로 쓴 글도 참 좋았다. 가슴 속에 고이 담아두었던 시들을 어느날 꺼내고 싶었다고, 그 시들에 조그만 집을 하나 지어주고 나니 마음이 좋다니... 어쩜 이리 이쁘게 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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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는 짝짝이 웅진 세계그림책 11
히도반헤네흐텐 지음,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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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책은 정말... 문제의 시작은 진지한데 결말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이게 해결방법이야?' 싶은데 이야기 속의 토끼들은 다 만족하며 하하하 행복하게 웃으니... 이것 참... 그런데 바꿔 생각해보면, 세상일을 그리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할 거 있나 싶다. 진지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살다보면 실제로, 골치아픈 문제의 해결이 의외로 싱거울 때도 있지 않은가.

책에 대해 얘기하자면, 그림이 참 귀엽고 이쁘다. 토끼가 아주 많이 등장하므로 토끼 좋아하는 아이가 아주 좋아할 만하다. 사실 나도 그래서 샀다^^ 내가 본 동화책 중에서 토끼가 가장 많이 나온다. 단체로 등장하니까^^ 음..스토리도 이만하면 괜찮다. 귀가 짝짝이라고 놀림을 받아 고민하던 리키가 별의별 방법을 다 쓰다고 풀이 죽어 있는 사이 토끼 친구들이 다 같이 귀에다 당근을 하나씩 달고 나타나 '우리 귀도 짝짝이야, 재밌다 하하하' 그러면서 리키랑 행복하게 웃는다는 얘기다. 키가 작다고, 얼굴이 크다고-요즘 같이 얼짱, 몸짱으로 외모 콤플렉스를 팍팍 자극하는 세상에-괴로워하는 아이들-그리고 어른들도 읽어보면 좋겠다. 예전에 누가 나더러 '못난이 인형'처럼 생겼다 해서 뭐? 흥! 했었는데, 다음번엔 '내 별명은 못난이 인형이야'하고 하하하 웃어야겠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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