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세상 - 스물두 명의 화가와 스물두 개의 추억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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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무작정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은 표지의 그림이 따스하게 느껴졌고 '그림 같은 세상'이라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사서 읽은 후 첫 느낌은 '너무 잘 골랐다!'이다. 표지에 끌려 책을 보고는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 온 미술도서 중에서 가장 편안했다. 화가들에 대한 얘기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작가 자신이 미술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용어 같은 건 없이 자신의 경험과 함께 재밌게 썼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나둘 추억이 생기는데 그런 추억들 중에 어떤 그림이 함께 하는 것이 있다면 그 기억이 참 소중할 것 같다. 아마도 그 그림을 보거나 떠올릴 때마다 그 추억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추억을 하나 이야기하고 싶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저녁을 먹고 나서 동네를 산책하곤 할 때의 추억이다. 그때 우리 동네에는 멋지게 지은 문화예술회관이 있었는데 산책을 하다가 예술관과 체육관 사이의 구름다리 에 자주 들렀었다. 그 구름다리에서 체육관으로 통하는 문을 열면 모네의 <해돋이 인상>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그림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옆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들고 구름다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면서 있다가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고 별이 하나둘 반짝이기 시작하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미술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은 그림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그렇게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니, 나도 저렇게 섬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모네의 다른 그림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 책을 보다가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화가가 몇 명 있다. 전에는 이름도 못 들어본 화가인데 이 책을 보고서 그들의 그림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이 책을 통해서 나처럼 자신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또한 몰랐었던 화가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새로운 관심이 생긴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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