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원하는 여자 그 여자가 원하는 남자
김성묵 지음 / 김영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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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남자, 금성여자는 좀 철학책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간단명료해서 좋다.

자매님과 형제님^^을 실제로 상담하는 목사님이

상담한 예를 들어가며 쓰셨는데,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쉽고 재밌게 하니까 공감이 잘 가는 것 같다.

상담 사례도 많고 다양해서 실제적이다.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선물로 줬는데, 이렇게 선물로 하기에도 좋은 것 같다.

(가격도 만 원이 안 되니. 김영사의 9900원 가격 정책이 이럴 때 참 좋네^^)

태도에 있어 남녀의 큰 차이로, 화성남자에서 '동굴'로 표현했던 게 여기서도 중요하게 여러 번 나온다.

즉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여자는 말을 하면서 풀고 싶어하는 반면

남자는 혼자 정리를 한 다음 즉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다음에 말을 꺼내고 싶어한다는 것.

이게 이해는 가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남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을 때 무척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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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 - 2010년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최은숙 지음 / 샨티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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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는 잊어버리는 것이 많다. 하루는 교실에 들어가 교탁 앞에 딱 서는 순간 교무실에서부터 가지고 올라온 잡다한 전달 사항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선생님, 다 잊어버리셨죠?”

눈치 빠른 어느 녀석이 그러는 바람에 미안하게 웃고 말았다. 아이들도 웃어댔다. 그러면서 어른스럽게 위로하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얼른 옆 반 선생님께 물어보고 오세요.”

나같이 허술한 담임을 만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하여 진화한다. 분명히 담임이 빠뜨린 말이 있을 것을 생각하여 옆 반 친구들에게 확인을 하고 교무실 칠판에 적힌 이런저런 소식을 접수하여 거꾸로 내게 일러준다. 자신의 생일을 담임이 기념해 주길 바라는 녀석들은 일주일 전부터 교실 한 귀퉁이에 D-day 6일 전, 5일 전…… 해가면서 제 생일을 써놓는다. 그럴 경우에 나는 학교 앞 문구사에 가서 엽서를 쓰고 앙고라 털장갑 아니면 예쁜 필통이나 진노랑빛 파일이나 벽걸이, 비눗방울 같은 작은 선물을 고르는 것이다.

“생일 축하해. 네가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오래오래 친구하자. 그런데 이놈아, 까불지만 말고 공부 좀 해라.”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은 사실 가벼운 것이다. 아이들이 내게 주는 애틋한 것들에 비하면. (책 56~57쪽에서)


*배고플 때 따뜻한 밥 한 그릇에 힘이 나듯,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 읽으면 힘이 나는 책이다. 아이들이 준 애틋한 것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준 애틋한 것들. 그건 아마도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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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따라 여백 찾아가는 길
곽의진 지음, 허용무 사진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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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래 리뷰 쓰신 분이 제목과 책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 데에 공감한다. 아주 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좀 포괄적인, 철학적인 제목 같다. 하지만 책은 잘 읽었다.

책을 빌린 건, KBS 인간극장에 저자가 나왔던 참에 내가 보고 있던 책에 이 책이 광고로 나와 있어서 도서관에서 찾아 봤다. 찾고 보니 예전에 본 듯한 표지다. 예전에 조금 보고 재미 없다고 안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이 책을 만나니 참 재미 있다. 그 사이 나는 의재 허백련 책을 읽었고, 다산 초당과 백련사를 여행 갔었고, 옛그림에 관심이 많아졌고, 진도의 씻김굿에 더 관심이 생겼고, 인간극장에서 '곽의진'이라는 여자를 봤기 때문이다.  

아래 리뷰에 나온 것처럼 이 책엔 여러 가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을 밤마다 조금씩 읽으며 나는, 글쓰는 사람의 습성을 보고-답답한 마음에 독한 술을 마시고 차를 몰고 나가 쏘다녀야 풀리고 그러다 면허 정지를 당하기도 하고 골이 쪼개질 듯한 직관에 맞닦뜨려 심지어 혼이 씌여 글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진도도 여행하고, 진도에서 벌어지는 씻김굿 한 판을 다 보기도 하고,  남종 산수화를 이은 화가들도 만나고, 삼별초 항쟁, 다산 정약용, 초의 선사를 만나기도 했다. 남도 출신의 곽의진이 찾아 다니고 마음에 품은 남도를, 유산으로 문화로 살아 있는 남도를 만날 수 있다.

우리 아버지의 고향을 갈 때면 진도를 관통해 그 끄트머리에서 배를 타고 가곤 했다. 그렇게 지나쳐 가며 언젠가 이 섬을 여행해 보리라 생각했다. 들과 산이 야트막하게 선을 이어 포근한 그 섬의 풍경 말고도, 이 섬에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이 책을 읽고 이제 그 느낌의 실체를 좀 알 거 같다. 진도에 더듬이를 향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여행해 보고 싶다.

 그리고 문화지방자치. 삼별초 항쟁으로 <진도에 또 하나 고려가 있었네>라는 연극을 쓰며 첫머리에 쓴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

"진도는 6개의 민속음악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민속의 본향이다. 이 창극에서 진도인이 온몸으로 불렀던 노래와 춤, 진도인의 문화와 진도인의 품성, 진도의 정서를 담아 진정한 진도의 예술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중략) 덧붙여 욕심을 내자면 중앙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기성인을 투입시켜 극을 만들지 않고 순 진도에서 흙을 파고 논을 갈고 바다 밭을 일구면서도 진도 것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진도인의 숨겨진 예술에의 끼를 발굴하고자 한다. 또한 진도인의 정서와 토양에 배합되는 진도인끼리 만들어 역으로 중앙에 알리고자 한다. ... 이런 일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지방자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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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2-1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극장 보면서 저 여자 이름으로 나온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했어요. 그래놓고 깜빡.
보관함에 담습니다.^^

낯선바람 2006-02-1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도 인간극장 보셨군요^^
 
내 고운 벗님 - 2004년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성석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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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좋잖아? 그 김에 얼굴도 보고."

(...)

"그럴까? 너, H가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어땠는지 기억나니?

H에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시스루 블라우스를 펼칠 때 왁자하게 터져나오던 웃음소리. 그리고 너나 없는 충고들. 어쩌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무언가를 가르쳐준다는 기쁨을 누렸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H에게 소중한 것을 뭉갰다는 생각 들지 않니? 그게 축하였을까. 별자리목걸이는 어떻고."

(...)

"그런 일들이 여러 번이었어.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휩쓸리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일들. 어떤 땐 별자리목걸이였고, 어떤 땐 <꿈풀이사전>을 갖추는 거였고, 어떤 땐 누구 한 사람의 사생활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거였고. 왜 우리는 O의 목이 비어 있는 것을 그냥 바라볼 하지 않았을까. O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굳이 목걸이를 걸어주려들었을까."

---------------이혜경 '문 밖에서' 중에서

콕콕,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감정을 콕 집어 놓은 구절을 만났다. 이래서 글 쓰는 사람들이 예리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끔씩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서로의 일들을 축하하고 걱정해주는 모임을 동경했었다. 그런데 그런 술자리가 끝나고 돌아오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아닌 듯한 느낌. 그게 이거였다. 사람들은 여럿이 모였을 땐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씩 한다. 그 분위기에선 나도 얼결에 쉽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곧바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내가 없을 땐 내 얘길 이렇게 쉽게 내뱉지 않을까? 나에겐 소중한 어떤 일이 이렇게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악의로 그러는 건 아니다. 다만 군중이 되었을 때 쉽게 말하게 되는 것이다. 암튼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했는데 그 심리를 알게 되니 시원하다.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글을 읽고 싶어서 찾게 된 책이다. (장편이 아직 도서관에 없길래 단편을 맛보려고^^;) 그래서 김애란이 쓴 '나는 편의점에 간다'를 먼저 읽었던가? 현대인의 수퍼마켓인 편의점, 그곳을 늘 이용하는 한 고객의 입장에서 쓴 의미 있는 글이었다.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들어 나를 빤히 알 것 같은 편의점이 정작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더라는 그 결정적인 순간이 압권이었다.

그 다음에 읽은 게 수상작인 성석제의 단편이었다. 이 작가가 정말 이야기꾼이구나 하는 건 전에 얼핏 느꼈는데 '내 고운 벗님' 읽고 정말 ㅎㅎ 제목이 참 예뻐서 책 빌릴 때부터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그 고운 벗님은... 너무 어이 없고 기가 막히고 황당했다 ㅎㅎ 마지막 반전까지 몰아가는 이야기의 힘이 대단했다.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양 긴장되고 안달이 났다니까.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도 마찬가지. 아버지와 아들 얘기라니 별로 시큰둥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도 재미지만 암튼 박수!!

그리고 이혜경의 '문 밖에서', 사실 나는 특이한 인물들 나오는 소설을 잘 못 읽는다. 공감이 안 돼서. 그래서 소설을 잘 안 읽는다. 읽어도 인물이 좀 무난한 사람 얘기를 골라 읽는다. 이런 거^^ 사람들 이름이 L, S, P 등 영어 대문자로 나와 처음에 잠시 헤깔리며 읽었다. 내가 어렴풋하게 느낀 어떤 감정을 잘 묘사해서 좋았다. 재밌는 구절이 하나 더 있었다.

"전에 호주 원주민들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사람들은 우리처럼 해마다 생일 축하를 하지 않는대. 자기 생각에 지난해보다 올해 더 현명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판단하면, 그때서야 잔치를 연댄다. 축하해줄 거지?"

역시 무난해 뵈는 글을 하나 더 읽었다. 신경숙의 '화분이 있는 마당'.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다 읽고 등골이 오싹해서 꿈에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며 잤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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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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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어떤 현상에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의문으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사육되는 닭은 엄청 많은 양의 항생제를 맞는다는데, 심지어 메추리알을 많이 먹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달걀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항생제가 들어 있을까, 잠시 궁금하고 잠시 께름칙하지만 장볼 때 달걀을 곧잘 산다. 가장 만만한 반찬이라서. 기상 이변은 왜 일어나는 걸까? 광우병은 왜 생기는 걸까? 사스는? 아토피 피부염은? 새집 증후군은? 왜 초겨울에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걸까? 궁금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레이첼 카슨은 “미국의 수많은 마을에서 활기 넘치는 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1장) 그리고 “합성살충제의 살포가 어떻게 이루어지지 알려주고 원래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위험한 산물을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기술을 설명해준다.”(후기)

이 책에 감명을 받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에 살충제 오용 문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침묵의 봄>이 출판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살충제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살충제의 위험성을 몰랐다.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생태계의 정교한 구조를 통해 화학물질이 어떻게 연쇄적으로 모든 생물에게 해를 끼치는지, 결국에는 인간에게도 어떤 해를 끼치는지 알려준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공기와 물과 토양을 통해 우리 몸에 조용히 축적되는 독성물질에 관해 알려줬다.”(후기)

카슨은 자연을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생명체로 이해하는 대신 인간을 위한 일용품 정도로 생각하는 문화적 경향을 슬퍼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화학물질의 바다’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를 모르고, 당장의 결과를 위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으로, 이렇게 심각하고 엄청난 일을 알기 쉽게 썼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감히 읽어볼 생각을 않았다. 생물학, 화학은 머리가 아프니까. 카슨은 별다른 각주 없이도 세상에 벌어지고 있던(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화학적 오염을 알게 해준다. 잠시 의문을 품고 마는 위험에 대해 철저히 파헤쳐 그 위험성을 알렸다는 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성을 알도록 쉽게 썼다는 점에 오랜만에 서평을 쓰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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