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가끔 어떤 현상에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의문으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사육되는 닭은 엄청 많은 양의 항생제를 맞는다는데, 심지어 메추리알을 많이 먹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달걀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항생제가 들어 있을까, 잠시 궁금하고 잠시 께름칙하지만 장볼 때 달걀을 곧잘 산다. 가장 만만한 반찬이라서. 기상 이변은 왜 일어나는 걸까? 광우병은 왜 생기는 걸까? 사스는? 아토피 피부염은? 새집 증후군은? 왜 초겨울에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걸까? 궁금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레이첼 카슨은 “미국의 수많은 마을에서 활기 넘치는 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1장) 그리고 “합성살충제의 살포가 어떻게 이루어지지 알려주고 원래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위험한 산물을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기술을 설명해준다.”(후기)

이 책에 감명을 받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에 살충제 오용 문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침묵의 봄>이 출판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살충제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살충제의 위험성을 몰랐다.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생태계의 정교한 구조를 통해 화학물질이 어떻게 연쇄적으로 모든 생물에게 해를 끼치는지, 결국에는 인간에게도 어떤 해를 끼치는지 알려준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공기와 물과 토양을 통해 우리 몸에 조용히 축적되는 독성물질에 관해 알려줬다.”(후기)

카슨은 자연을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생명체로 이해하는 대신 인간을 위한 일용품 정도로 생각하는 문화적 경향을 슬퍼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화학물질의 바다’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를 모르고, 당장의 결과를 위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으로, 이렇게 심각하고 엄청난 일을 알기 쉽게 썼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감히 읽어볼 생각을 않았다. 생물학, 화학은 머리가 아프니까. 카슨은 별다른 각주 없이도 세상에 벌어지고 있던(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화학적 오염을 알게 해준다. 잠시 의문을 품고 마는 위험에 대해 철저히 파헤쳐 그 위험성을 알렸다는 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성을 알도록 쉽게 썼다는 점에 오랜만에 서평을 쓰고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