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 - 2010년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최은숙 지음 / 샨티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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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는 잊어버리는 것이 많다. 하루는 교실에 들어가 교탁 앞에 딱 서는 순간 교무실에서부터 가지고 올라온 잡다한 전달 사항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선생님, 다 잊어버리셨죠?”

눈치 빠른 어느 녀석이 그러는 바람에 미안하게 웃고 말았다. 아이들도 웃어댔다. 그러면서 어른스럽게 위로하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얼른 옆 반 선생님께 물어보고 오세요.”

나같이 허술한 담임을 만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하여 진화한다. 분명히 담임이 빠뜨린 말이 있을 것을 생각하여 옆 반 친구들에게 확인을 하고 교무실 칠판에 적힌 이런저런 소식을 접수하여 거꾸로 내게 일러준다. 자신의 생일을 담임이 기념해 주길 바라는 녀석들은 일주일 전부터 교실 한 귀퉁이에 D-day 6일 전, 5일 전…… 해가면서 제 생일을 써놓는다. 그럴 경우에 나는 학교 앞 문구사에 가서 엽서를 쓰고 앙고라 털장갑 아니면 예쁜 필통이나 진노랑빛 파일이나 벽걸이, 비눗방울 같은 작은 선물을 고르는 것이다.

“생일 축하해. 네가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오래오래 친구하자. 그런데 이놈아, 까불지만 말고 공부 좀 해라.”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은 사실 가벼운 것이다. 아이들이 내게 주는 애틋한 것들에 비하면. (책 56~57쪽에서)


*배고플 때 따뜻한 밥 한 그릇에 힘이 나듯,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 읽으면 힘이 나는 책이다. 아이들이 준 애틋한 것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준 애틋한 것들. 그건 아마도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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