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는 독서에 힘을 쏟지 않기로, 하고싶은 것보다는 꼭 해야할 것에 힘을 쏟기로 했다.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일하고 돌봄 (아이, 고양이들)이다. 12월 중순부터 첫째의 기저 질환이 관리가 잘 되지 않기 시작해서 이렇게 저렇게 요법을 바꾸어 보다가 연말에는 첫째가, 연초에는 둘째가 차례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1월 내내 2-3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체크를 했다. 결국 한 달쯤 지나서 둘 다 한 고비를 넘기고, 상태가 안정되었다 (치료 방향과 약 종류, 용량이 대충 정해졌다는 뜻이다. 미세 조정은 계속 필요하겠지만). 작년 2월에도 첫째가 크게 아프고 본격적으로 치료가 시작되었는데 겨울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도 고양이한테도 힘든 시기인가보다. 밖에 나가지 않는 고양이들도 아프고, 어르신들의 부고가 하루가 멀다하게 날아드는 걸 보니 말이다. 


그래도 일찍 체념하고 2026년의 독서 욕심을 (약간) 버렸기에 1월이 덜 괴로웠다. 북클럽 책 세 권만 겨우 완독했다. 

















<헝거 게임>은 사실 12월부터 읽었다. 원서 같이 읽기 모임에서 읽었는데, 단어가 내 수준에 그럭저럭 맞아서 별로 안 찾아보고 설렁설렁 읽었다. 물론 모르는 단어가 꽤 있었지만 맥락은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달까. 그렇지만 여전히 이렇게 하는 독서가 속터진다는 것은 다르지 않다. 정확한 의미에 집착하는 나... - -; 

대상 독자가 청소년 소설인데 이렇게 잔인해도 되나 싶었지만, 주인공들의 연애에 관중이 열광하는 걸 보며 '아 이것은 청소년 대상 소설이 맞구나' 하고 실감했다. 그 관중=청소년... 요즘 친구들의 연애 얘기를 늘어놓으며 자기는 모쏠이라며 중학교 가서는 연애를 하겠다며 떠드는 집사3을 보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 


그렇다고는 해도 최근 로맨틱 코미디, 정통 로맨스 드라마를 두 개나 봐서 연애에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하지는 못하겠는데, 그 관심의 정도란 강 건너 불구경 같은 것이라... 그냥 보고 웃고 돌아설 수 있어서 편하게 즐기는 것이랄까. 강 건너 불구경은 그런 느낌은 아닌가? 여튼 연애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나와는 그닥 상관 없는 것이라는 느낌이다. 



<사서>. 꽤 재미있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수한 상황 (문화 대혁명 + 대약진 운동을 합친 가상의 상황) 하에서 인간이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마지막에 시지프스의 신화에 대한 비유가 좀 어설픈 것 같아서, 혹은 꼭 이에 비유했어야 했나 오히려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이 내용이 초반이나 중반에 있었으면 덮으면서는 잊어버렸을텐데 하필 마지막에 있다보니 전체적인 인상을 깎아먹는 느낌. 굳이 왜 시지프스의 신화를 비틀어 썼느냐면 아마 이 책이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출판되어서 그렇게 쓴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작가가 좋아했을 수도 있고. 중국 문학을 별로 많이 읽어보지 않았는데 <삼체>도 그랬고 다른 책들도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가까워서 좀더 공감이 된다. 앞으로도 열린 마음으로 더 읽어봐야지. 아, <중드보다  중국사>도 읽어야 되는데... 

















<나이트비치>는 100자 평을 짧게 썼는데, 초반에, 워킹맘의 독박 육아 부분에서 엄청 공감하다가 뒤로 갈수록 펼쳐지는 환상적인 (말 그대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설정에 개연성을 잘 느끼지 못해 (뭐 판타지에 꼭 개연성이 중요하겠냐마는) 마음이 좀 식어버렸다. 여성과 자연을 연결시키면서 원시적인 특성, 폭력성까지 여성의 특성으로 넣어버렸는데 그 부분이 특히 별로였다. 다단계 사업에 퍼포먼스 예술까지 어떻게 마무리를 짓긴 지었는데... 음. 작가는 하고싶은 이야기를 했겠지만 완성도나 이야기의 응집성은 좀 약하다는 느낌이다. 영화는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하긴 한데 찾아볼 것 같진 않다.





























1월에 네 권을 샀고, 오늘은 친구에게 디디에 에리봉의 신간을 선물받았다.

올해는 선물받은 책을 많이 읽을 계획이었는데 (그래서 욕심을 버렸다고 했지만 목록을 빼곡하게 적어뒀는데) 

1/12이 지나간 지금 아직 한 권도 시작 못했고, 요즘 지인들이 책을 많이 내서 걱정이다. 사긴 했지만 읽지를 못해서... 



올해를 북클럽 안식년으로 선언했으나, 아직은 2021년부터 하던 내가 리더인 북클럽 하나만 중단 (그것도 잠정 중단)했고, 원서 읽기 모임은 왠지 계속해야 할 것 같고 (영어 공부에 대한 생각이 요즘 바뀌어서 - 글 쓸까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마음이 식어 버렸다), 3월 내가 정한 책으로 시즌이 끝나는 북클럽에는 얘기를 해보겠지만 말이 안 먹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에도 그랬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시도할 예정) 그리고 얼떨결에 어떤 북클럽 하나를 새로 시작해버렸다 ... 기존에 내가 하던 모임과 좀 다른 시도이기도 하고 유료 모임이라서 새로운 점도 있는데, 어쨌든 이러다보니 안식년의 의미는 이미 퇴색되어 버렸다.. 


아마 2월에도 북클럽 책을 근근히 읽을 것 같다.


그래도 2월의 첫 날 어제, 병원에 다녀온 결과 첫째와 둘째가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아서 다행이다. 첫째와의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장 닥치지는 않을 것 같다. 올해는 그들을 위해 시간을 많이 비워두고 집에 머물려고 한다. 1월의 마지막 주는 집사3 까지 독감에 걸려 정말 힘들었다... 하필 일이 많아서 휴가를 내고도 주경야독이 뭔지 경험한 주였다. 2월은 좀 수월하기를... 




댓글(3)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6-02-02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수하 님 긴 페이퍼 반갑네요. 이 긴 페이퍼는 1,2호가 둘 다 일단 한 고비 넘긴 탓이 크군요?! ㅎㅎ (근데 집사3까지 아팠다니… 오구오구) 돌봄에 진짜 힘드셨겠어요. 저도 요즘 주말마다 병원에서 한 두시간씩은 앉아 있는 거 같아요. 5호 약이 많아서 약 처방도 오래 걸리더라고요. 미라클 5호는 이번엔 칼륨 수치가 너무 높아서 입원했었는데 괜찮아져서 퇴원…. 암튼 저희는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좀 마음 내려놓은 상태인데 막상 닥치면 또… 힘들겠죠? ㅎㅎ 저희 집도 보면 겨울에 냥이들이 여기저기 아픈 티 나는 거 같기는 해요.

암튼 돌보미 집사 힘 내시고! 1호 2호도 화이팅입니다…

그 와중에 지인들이 책을 많이 내서 걱정이란 구절에 빵 터집니다. ㅋㅋㅋ

건수하 2026-02-02 18: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음이 조금 편해지니 글 쓸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는 매번 두 마리가 같이 가는 것도 아니다보니 2-3일에 한 번이라도 실제로는 더 많이 가게 됐어요 ㅎㅎ 응급으로 새벽에도 몇 번 가고... 1호가 퇴원 후 갑자기 시력이 확 떨어져서 (고혈압에 의한 망막박리) 안과까지 가느라 하루에 병원 세 군데 간 적도 있었다능;;; 다행히 시력이 조금 돌아왔어요 ㅠㅠ 애가 벽 바로 앞까지 가서 부딪히기 직전에 멈추는 거 봤을 때는 진짜 막막했답니다.

5호도 곧 나아질 거예요. 애들이 회복하는데 생각보다 꽤 걸리더라고요.

잠자냥님도 다락방님도 책을 내셔서 저를 더 걱정하게 만들어주십시오... (응?)

독서괭 2026-02-02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첫째둘째 좀 나아졌다니 다행입니다. 돌봄에 힘쓰시는 것 응원하지만 건수하님 본인도 잘 돌보시기를..!!
주변에 책 내신 분이 많군요?! 신기방기. 책내는 지인이 많아 곤란한 그 마음 이해합니다 ㅋㅋㅋ 더 곤라해지고 싶은 마음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