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모두가 하는 결심일 것 같은데, 

2025년에는 책을 덜 사고 갖고있는 책을 많이 읽고 처분하기로 마음 먹었다.

결심은 아주 잘 지켜져서, 2월 11일까지 아직 단 한 권의 책도 사지 않았다(?).


1월에는 이런 책을 읽었다.



광주여성독서모임 도그이어

삼체 3

회색 노트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잠실동 사람들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생명의 여자들에게: 엉망인 여성 해방론

소년이 온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

청춘의 문장들+

마을과 세계

사라진 소녀들



어디선가 책 리뷰에 그 책을 읽게 된 계기를 쓰는 것은 아마추어가 하는 일이라는 언급을 본 적이 있는데 (잠자냥님 서재에서인 듯)

이 글은 딱히 리뷰라 할 수도 없거니와 나는 책 리뷰에 있어서 아마추어이므로, 그리고 사실 가장 큰 이유로는 그냥 쓰고 싶으므로 쓴다. 


<광주여성독서모임 도그이어>는 다른 독서모임은 어떻게 하나 싶어서... 내가 하고 있는 여성주의 독서모임에 뭔가 변화가 좀 필요하다 싶어서 읽어봤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있었고, 나도 그런 모임 하고 싶더라... 다음 카페가 있길래 가입을 시도해보았더니 20-30대 회원을 받는 모임이라 가입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좀 슬펐다.  


<삼체 3>은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지를 쫓아가는 여정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흔히 그렇듯 그 여정은 참신하나 마무리는 진부할 수 밖에 없어 좀 아쉬웠다. 어쨌든 마무리는 해야 하니까.  


<회색 노트>는 모 님의 인생책이라고 해서 읽었다. 내가 어릴 때 읽었으면 다들 이렇게 삐딱하구나 하고 위안이 되었을 것 같다. 그 시대에는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처우가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 아주 재미있진 않았지만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티보 가의 사람들>의 다른 편을 더 읽어보고 싶다.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잠실동 사람들>은 정아은 작가님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두 권의 성격이 상당히 달랐으나 두 권 모두 작가님의 인물에 대한 공감하고자 하는 능력과 노력 (그 인물이 실제 인물이든 허구의 인물이든) 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으며, 그런 사람이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슬프다. 


<우치다 선생님이 읽는 법> 좀 쉬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좋은 쉼이었다.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를 사둔지 오래인데 이 책을 먼저 읽게 되다니... 최근 나온 <무지의 즐거움>도 재미있다고 들었는데 어쨌든 이 사람의 책을 좀더 읽어볼 생각이다. 사둔 책보다 <무지의 즐거움>을 먼저 읽게 되지 않을런지. 


<생명의 여자들에게 ~>는 11월부터 읽기 시작해서 1월에 완독했으니 정말 오래 걸렸고 읽기도 힘들었는데 너무 솔직해서 뼈때리는 내용과 비유적인 표현의 콜라보 덕분에 그랬던 것 같다. 좋다는 생각을 하다가 지치다가를 반복하며 읽었는데 차차 그 시대 상황에 대해 알아가다보니 (특히 뒤에 실려있는 부록자료?를 읽으면서) 마지막에는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한테 쉽게 권하지는 못하겠지만.


<소년이 온다>는 각오하고 읽었지만 꽤 힘들어서 중간에 잠시 놓았다가 다시 읽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들이 후계자가 지금도 득세하고 있고 아직 그들이 살아있을 때 소설이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썼다니, 한강 작가님도 참 용기있는 사람이다. 작가 본인과의 어떤 연관성 때문에 더 사명감을 가지고, 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건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을 거다. 역사서가 아니라 소설이라서 더 많이 읽히고 더 오래 기억에 남았을 것 같다. 2024년 말의 계엄 상황 때문에 더 고마운 책. 노벨상의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었겠지. 인터넷이 잘 되지 않으니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내가 지금까지 파악한 분위기로는 한국에 있었다고 해서 더 명확히 파악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나는 오히려 멀리 있어서 스트레스 덜 받는 중이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 친구가 생일 선물로 보내줘서 들고온 책. 짧은 단편이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이야기들이 여럿 있었다. 사랑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 조금 의외였고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해서 조금 기분이 묘해지는 얘기들이 많았다. 내가 전에 읽었던 김연수 소설은 좀더 난해하고 친해지기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어떤 이들에게는 그게 매력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좀더 편한 소설들을 쓰는 것 같다. 코로나 시기에 여러 곳에서 이 소설들을 낭독했었다고 한다. 


<청춘의 문장들+>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읽고 조금 더 읽고 싶었는데 도서실에 김연수 책이 있어서 읽었다. <청춘의 문장들>이 나오고 10주년을 기념하며 쓴 책인듯. <청춘의 문장들>을 읽지 않아서 그 책과의 상관관계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김연수가 회상하며 쓴 글 하나 (이것과 <청춘의 문장들>에 실렸던 글의 연관관계가 있을텐데) 와 금정연의 인터뷰가 실려있었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에서 그런가 생각하긴 했지만 작가가 딸을 둔 아버지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어 놀람. 그 전엔 왠지 싱글이라 생각했다..


<마을과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마리아 미즈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만 읽었는데 거기서 어떻게 <에코페미니즘>으로 가게 되었는지를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달까.  농업과 자급은 아직도 요원한 느낌이지만... <생명의 여자들에게~>와 <마을과 세계>를 읽고 나니 행동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고 글 쓰고 - 와 내가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법제화 간에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마리아 미즈가 가정 내 폭력에 대해 지원하기 위해 사례를 조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집회를 조직하고 쉼터를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라진 소녀들>은 누군가 읽고 있길래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전에 읽었던 책이었다 (그때도 여기서 읽었던 듯). 한 때 많이 나오던 여성이 납치당하고 살해당하는 스릴러를 한참 읽다가 어느 순간 거부감이 생겨서 한동안 멀리했었다. 그 소설들은 현실의 반영이기도 했겠지만 어느 순간 내가 그런 이야기들을 너무 소비해버린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전만큼  이런 소설들이 많이 나오지 않거나, 아니면 번역-출간되지 않는 것 같다. 


상품 이미지는 나중에 추가할까 했는데, 안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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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2-1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랬나요?! 🤣 기억이 잘…. (제가 글 쓰기에서 아마추어라는 단어를 쓰는 일이 없을 텐데.... 그런 워딩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암튼 책을 안 사려면 인터넷을 끊으면 되는군요…😭

건수하 2025-02-12 12:07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의 의견이 아니라, 누군가 그렇게 얘기하던데 잠자냥님도 그냥 쓰신다고 했던 것 같아요. 2024년 하반기 독서 결산 글에서 본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여기 와서 읽은 글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구매가 불가하기 때문에... ^^ 3월부터 폭주할까봐 걱정입니다 ㅎ

새파랑 2025-02-1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 좋습니다 ㅋ 김연수 작가님 작품들중 난해한게 많긴 하더라고요. 문장 구성도 특이하고 그래섲천천히 읽을수 밖에 없다는~! 근데 그게 매력인거 같습니다 ~!!

단발머리 2025-02-1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들이 반갑습니다. 저도 마리아 미즈 책이 참 좋았어요. 저는 개인 차원의 작은 결심을 하나 하긴 했는데, 이제 남은 건 실천이겠죠?ㅋㅋㅋㅋㅋㅋㅋㅋ우치다 책은 저도 꾸준히 찾아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신선한 느낌 더하기 가독성 때문이지요. 🫢
건수하님, 많이 읽으셨어요~~ 저도 2월에 분발하려고 합니다. (급결심)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2-1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체를 완독하셨군요. 저 지금 2권까지 읽었어요. 압도적인 스케일에 놀라며 당연히 끝은 진부할수 밖에 없을듯해요. 하지만 그래도 전 2권의 결말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아 진짜 이렇게 해결될 수도 있겠다 싶은....
회색노트 제 어린 시절 인생작입니다. 사춘기때 읽어서 그런거 같은데 지금 다시 읽는다면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 책이 티보가의 사람들중 한 부분이라고 해서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어보고싶은데 자꾸 다른 책들에 밀리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