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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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본 영화>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희진샘 책이라서 듣기 시작. 영화는 모르는 게 많았지만 이제 희진샘의 글이나 사고방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편하게(?) 들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옮긴 밑줄 부분이다.



어머니, 그리고 선배 혹은 지도교수를 두고 하신 말 같다. 전에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이었나.. 희진샘이 어떤 부부가 날 힘들게 했다고 쓰셨었던게 생각난다. (부모님은 아닌 것 같은데) 참지 않고 한 번씩 표출하시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프나 츠바이크 보부아르 등도 작품보다 전기를 먼저 찾아보려는 걸 보면. 전에 누가 나를 두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고 그랬는데 (꼭 있어야 하나?), 나는 그 사람에게도 꽤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여줬다 생각했는지라 약간 충격을 받았다. 어느 만큼의 관심을 바랬던 건지는 모르지만,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너라서 관심 없었던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 아, 작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내 인생을 좌우했고 좌우하는 사람이 두 명 있다. 둘 다 여성인데, 성격도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주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타인을 들들 볶고, 이중 메시지의 전문가들이며, 매사에 자기 위주이고 제멋대로다. 그러나 능력이 뛰어나며,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욕심이 끝이 없다. 아, 그 집착과 의지, 변덕도 알아주어야 한다. 가장 큰 공통점은, 나는 그 두 사람이 어서 사라지기를 바랄 정도로 미워하지만, 그들은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 나를 사랑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그들 주변에 있던 이들이 대부분 나가떨어졌다는 점에서 나는 생존자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내가 이렇게 괴롭게 사는 것은 그들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들에게 내 영혼을 팔았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다. 달리 길이 없었다. 그럼, 내가 고아원으로 가겠는가, 학교를 그만두겠는가. 나를 향한 그들의 어처구니없이 높은 요구와 기대는 결과적으로는 나를 훈련시켰다. 주변에서 나를 평가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지독하다’는 것인데, 그들 덕분이다. 그들을 만족시키려면(결국 나의 만족이지만) 나는 지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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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9-18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 할머니와 어머니일까요? 저는 이 책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납니다 ㅎㅎ

건수하 2024-09-18 21:23   좋아요 1 | URL
어머니는 (다른 데서 봤던 것도 생각하면) 확실한 것 같고, 나머지는 지도교수나 일을 같이 한 선배가 아닐까 싶습니다 :)

단발머리 2024-09-18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최근에 이북으로 읽었는데(2회차입니다. 새삼 강조 ㅋㅋㅋㅋㅋ) 읽고 간단 정리 페이퍼에 건수하님 옮겨두신 이 문장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캡처해서 올려두었습니다.

엄마와 지도교수님으로 예상합니다. 박사과정이나 석사과정 지도교수님.... 아닐까요?

건수하 2024-09-18 21:25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페이퍼에서 본 기억이 있어서 어디 나오나 귀 쫑긋하고 들었지요 ㅎㅎ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싶어서… 근데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에 나왔던 부부와는 다른 분인 것 같아요.
애증의(?) 결이 다르게 느껴진달까…

바람돌이 2024-09-18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주문해서 그저께 왔는데.... 이북으로도 보시는군요. 듣는다고 표현하신거 보니까 오디오북인가요?
정희진샘의 저 생존자라는 말이 콕 와닿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서 애증의 관계가 정말 더 힘들어요. 애정은 물론 좋은거고, 증오도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손절이라는 아주 좋은 수단이 있으니까.... 그런데 손절할 수도 없고 같이 살아가야만 할 때 아휴~~~

건수하 2024-09-18 21:45   좋아요 1 | URL
오디오북도 있다고 들었는데, 전 전자책 그냥 기계음으로 들었어요.

가족이 진정 애증의 대상 아니겠어요. 추석을 막 보내니 공감이 잘 됩니다 ^^

다락방 2024-09-19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문으로 보면 엄마랑 교수님 같아요.
저 이 책 읽었는데 저 인용문은 기억나지 않고요, 그런데 저 인용문 읽으니 정희진 쌤 살아가는데 아주 큰 에너지가 필요한 분이시구나 싶어집니다.

건수하 2024-09-19 10:44   좋아요 0 | URL
학교니깐... 지도교수님일 것 같기도 해요.
석-박사 지도교수님이 같으시더라고요. 그럼 충분히 애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독하게 단련되어서 웬만한 건 그냥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에너지가 필요하더라도 본인은 인식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4-09-19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확실한 거 같아요. 저 비슷한 이야기를 실제로 구두로도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건수하 2024-09-20 23:39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저도 엄마와 좀 비슷한 관계인 것 같아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엄마와 딸이 그런 관계일듯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