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왜 읽을 수 없는가>를 읽고, 한국어의 ‘언어 내 번역’ 문제가 인상깊었는데, 얼마 전 모 구독서비스에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 가  떴다. 표지 디자인도 그렇고 출판사도 같고. 연관된 내용이란 느낌이 왔다. 그래서 조금 훑어보고, 극히 일부분만 읽었지만 이 책이 어떤 책인지만 간략하게 써보려고 한다. 


저자는 신우승, 김은정, 이승택 이렇게 세 명인데 신우승은 서재 이웃분 중 몇 분이 언급하신 적이 있는 ‘전기 가오리’ 의 운영자이다. 나머지 두 분은 모르는데 철학 전공자이며 철학책 번역을 하는 분들이다. 


“20년 동안 철학 도서와 논문을 읽으면서 한국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일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번역이 그 중 하나입니다. … 저는 우리가 일상 언어로 철학 개념을 다루는 시도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만 ‘그냥 차라리 영어 문헌으로 읽어.’ 라는 말의 빈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중, 전자책으로 읽어 쪽수 모름) 


이후 14개의 장이 있는데, 각 장에서 철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을 설명하고, 그 개념의 의미를 잘 나타낼 수 있는 한국어 번역을 신우승이 제안하면 김은정과 이승택이 신우승의 제안을 검토하고 다른 제안을 하는 식으로 책이 진행된다. 나는 첫 챕터만 한 번 보고 일단 덮었다. 내가 철학 용어의 적절함을 논하는 책을 볼 때는 아닌 것 같아서. 철학 외에 다른 학문에서도 이런 시도가 있어 보다 많은 독자가 한국어로 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학자들이 좋은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 외에, 학문의 대중화에 힘쓰는 것 또한 학문의 한 분야에 기여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중 매체에 나와서 잠깐 전하는 것도 뭐 좋은 방법인데, 이런 시도는 오래 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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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0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읽을 수 없는가>를 읽다가 3분의 2지점에서 덮었어요. 문제제기는 신선했지만 그게 너무 나가버려 언어에 있어 정의의 명징함 이런것까지 다 갖다 버리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자 스스로가 자기 논리에 도취되어서 자기가 지금 욕하는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번역의 문제는 늘 얘기할 수 밖에 없고 특히 철학 책같은 종류의 책은 번역자들이 어렵다는건 알지만 좀더 제대로 된 한국어를 구사했으면 하는 문제도 역시 있지요. 그래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수하 2023-08-10 19:03   좋아요 2 | URL
저도 어딘가부터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뭐라 꼭 집어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바람돌이님이 좀 짚어주시면 좋겠는데요.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는 구체적인 예에 적용한 거라서 그런 부분은 별로 없었습니다만… 한 번에 될 일은 아닐테고 여러 번에 걸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고 주류 학자들이 사용해야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3-08-10 18: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을 수 없음, 으로 철학을 그냥 밀어놓지 않고 정면대결하려고 차근차근 준비중이신(맞져?) 수하님, 멋져요!!

건수하 2023-08-10 19:04   좋아요 5 | URL
어… ‘언어의 번역’ 이 궁금해서 봤습니다만…. 제 잠재의식 어딘가 그런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독서괭님이 멋지다고 하시니깐 차근차근 준비중인 걸로 하겠습니다 ㅋㅋ

책읽는나무 2023-08-10 19:0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대화가 왜 이렇게 아름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