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별인사 (밤하늘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인간형 로봇) 그리고 인간과 클론. 김영하 작가의 요즘 관심사는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 두 권 <나를 보내지마>와 <클라라와 태양>이 떠오르기도 했다.
전체적인 소감을 한 문장으로 쓰자면 ‘SF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디테일할 줄은?‘ 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열심히 정리해서 담았다는 느낌. 나는 SF를 읽으며 참신한 시각과 가능성 혹은 선택지를 접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사실 이 소설에 나오는 SF적 요소들이나 전개해 나가는 생각은 상당히 상투적이다. ‘인간다움‘ 이라는 것이 의미, 인간다움이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리고 인간다움이 앞으로 침해 혹은 보존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 다만 그게 아주 구체적으로 서술되고 잘 정리되어 있다. 작가가 그동안 했던 고민의 결과를 공유해주는 느낌이랄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주기 때문에, 그리고 말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묘사 등으로 좀 멀찍이 떨어져 표현하는 걸 좋아해서 가즈오 이시구로가 더 좋았다. 그리고 소재 외에는 두 작가의 공통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또 ‘철이‘ ‘선이‘ ‘민이‘ ‘달마‘ 라는 인물의 이름도 참 전형적이어서 그것도 조금 아쉬웠다. 특히 ‘민이‘라는 이름이. 백성, 국민, 민중.. 민이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그 뻔한 이름이 서글펐는데, 굳이 그렇게 설정했어야 했나 싶다.
세부사항을 자세히 기술하는 성향과, 작품의 배경을 통일된 한국 그 중에서도 평양으로 설정하는 등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의식하는 것은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반가웠다. 나는 사실 한국의 통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김영하 작가 작품을 읽으며 이 작가는 한국의 분단된 상황을 의식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보다 좀 윗세대라 그런지 작가 개인의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소설만 읽었는데, 김영하의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 별점은 굳이 매긴다면 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