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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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기에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삐그덕거리는 부분이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나쁘지 않지만 괜찮지만 우러나온 이야기 라기보단 ‘만든’ 이야기라는 게 느껴지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도 든다. <랩걸>에 이어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과학 관련 에세이는 내게 어필이 안 된다는 걸 다시 느꼈다. <랩걸>보다 글은 좋았다. 기대가 컸기에 아쉬운 것으로.

제목을 자극적으로 지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물고기 fish’란 과학적 분류가 아니다. 그건 다른 방식의 분류지 존재하지 않는게 아니다. 아버지가 ‘너는 중요하지 않아’ 라고 이야기한 것도 우주적 차원에서 이야기한거지 인간적 차원에서 이야기한 게 아니다. 이 책에서 그런 범주의 차이를 가볍게 뛰어넘어 유사성 혹은 차이 혹은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 같다. 어류는 범위가 수정되었을 뿐 여전히 사용하는 분류체계로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나) 번역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이 책이 ‘어류’에 대한 새로운 오해를 불러올 수 있을 것 같다.

원론적으로 과학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에 대한 지식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에 언제나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모든 과학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천동설과 지동설, 뉴턴 역학과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등 과학은 그런 과정을 거쳐왔다. 범주화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저자가 과학을 본인이 이해하는 좁은 범주 안에 넣어 단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쉽다.

자기 기만 얘기는.. 긍정적 자기 기만을 권장하는 미국 같은 사회에서는 특히 의미있는 이야기 같다. 하지만 나는 글쎄.. 사실 나는 좀 긍정적 자기 기만을 하며 살고 싶다. 안 되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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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3-31 0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는 극찬의 리뷰 아닌데 책에 대한 궁금증은 배가 되네요 ㅎㅎㅎ 저는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건수하 2022-03-31 09:13   좋아요 2 | URL
재미있고 잘 읽히고, 이 책에서 추구하는 가치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다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저에겐 좀 허술해보였달까. 왜 그렇게 사람들이 극찬하는 지는 이해가 잘 안되었어요 :)

건수하 2022-03-31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댓글 수정이 잘 안되어서 삭제를 했는데, 제 댓글을 삭제했다고 생각했으나 거리의화가님 댓글이 삭제되었네요. 거리의화가님, 죄송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3-31 09:15   좋아요 4 | URL
아 그럴 수 있죠^^ 괜찮습니다. 이 책 많은 분들이 보시고 칭찬하셔서 곧 읽을 예정이에요 어떤 스포도 건너뛰고 있는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건수하 2022-03-31 09:17   좋아요 3 | URL
스포 안하려고 노력했는데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 :) 다른 분들도 스포를 안하려 간략하게 쓰시는 편이라, 어느 포인트가 좋았는지 알 수가 없어 궁금하기도 해요. 거리의화가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

잠자냥 2022-03-31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읽고 있는데, 이제 중간쯤 왔는데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아마 다른 분들(다락방님)도 그런 고비가 있었을 거 같은데... 이쯤이 아닐까 싶어요. (8장 기만에 대하여 읽을 차례입니다....)

일단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잇는 두 사람이 다 비호감이에요 .ㅠㅠ 글쓴이나 그 데이비드 스타 조단이나... 저는 둘 다 넘 비호감......... 휴......

건수하 2022-03-31 16:33   좋아요 2 | URL
저는 사실 책모임에서 읽어서, 다 읽어야 된다는 생각에 고비는 없었는데요. 잠자냥님 이왕 읽으신 거 한 10장까지는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글쓴이는 비호감이라기보단, 사고방식이 잘 이해가 되지 않더란…

다락방 2022-04-01 09:11   좋아요 3 | URL
저도 데이비드 스타 조단이 비호감이었고 그 사람을 궁금해하고 이렇게 책을 쓴 룰루 밀러도 비호감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3-31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단발머리님 말씀이 딱이네요. 극찬 리뷰가 아닌데 더 궁금하게 만드는ㅎㅎ 극찬과 갸우뚱이 공존하면 나는 어떨까 싶어 읽어보고 싶어지던데.. 잠자냥님은 끝까지 읽으시면 어떠실지 궁금하니 계속 읽어주세요 ㅋㅋ

건수하 2022-03-31 21:45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분들 극찬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 독서괭님도 얼른 읽어보세요 ^^!

공쟝쟝 2022-07-0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부터 수하님 엠비티아이 저랑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느낀점 저랑 정말 똑같으시네용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의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이야기가 우주적 차원인 거지, 인간적 차원이 아니라는 말 너무 공감가고, 그걸 자기 비하의 근거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서 쫌 이해할 수 있지만, 자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건 정말 정말인지 너무 중요하거든요... ㅋㅋㅋㅋ 저도 이미 그렇게 계속 생각하면서 읽어서 그렁가... 막 엄청 대단하게 느껴지진 않았고, 다만 미국에선 진짜 필요한 이야기 이겠다.. 이거랑...
다만 제가 과학이랑 일도 관련 없는 삶을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토록 뜻 밖의 뇌과학>을 읽을 때와 되게 비슷하게.. 지금 과학관련된 쪽에서는 어떤 패러다임의 교체가 확실히 일어나고 있구나. 라는 건 확 왔어요. 휴먼... 정신차려.. 휴먼... 미쳤구나...? 휴먼.. 너희 다 뒤집어서 생각하지 않으면 곧 망해 ㅋㅋㅋ 라는 걸 과학의 이름으로 ㅋㅋㅋㅋ 뭐 그런 류의 철학을 과학의 이름으로 하고 있는...^^

건수하 2022-07-04 14:57   좋아요 1 | URL
저는 새우깡을 중시한다고 썼는데 ㅎㅎㅎ I만 똑같구요. 저는 좀 부끄러운데 ISTP예요.

과학쪽에서 교체가 일어나고 있는가… 사실 잘은 모르겠어요. 제가 요즘 최첨단과학 분야에 있지 않기도 한데… 펀드를 따기 위해 그렇게 포장을 하거나 눈치를 보는 느낌이긴 하나 정말 패러다임을 전환한 과학자가 다수는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

공쟝쟝 2022-07-04 15:06   좋아요 1 | URL
뭐랄까 과학이 가장 먼저 가장 철저하게 휴머니즘을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ㅋㅋㅋ (원래 그런가…? 과학이란…?) 이책도 서양남들의 제국주의적 분류법 비판한 것 같기도 하고 ^^ 뭐랄까 과학이야 말로 인간 이성과 추상의 힘을 믿으면서 자연을 대상화하는 분야같았는 데 (20년전 중고등때의 이야기입니다..) 요즈음에 만나는 책들은 그런 관점을 굉장히 과학적이지 않은 태도라고 꼬집으면서 인간의 오만함을 질타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 (그래서 좋다는 소리…ㅋㅋㅋ)

건수하 2022-07-04 20:16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이성적인 존재를 강조하는게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휴머니즘이 꼭 그것만은 아니다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된 게 아닌가 해요. 서구든 서구를 따라가려는 동양이든 여전히 이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다 존중하는 분위기가 바람직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