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부터 여러 사정상 끔찍이도 책을 안 읽었는데 여름 들어 증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난독증인데 책을 멀리하다 보니 이제 책을 집어들어 페이지를 펼치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다. 아니, 사실 긴 문장을 읽는 게 무섭기까지 하다. 침대 한켠에 쌓아둔 책더미들은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고, 그러다가 무너지기를 여러 수십 번이지만, 그마저도 아예 치워버리면 영영 책에 손을 안 댈까봐 저어되어 압사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냥 놔두고 있다. 요즘 내 3대 소원 중의 하나가 난독증 완치일 정도니, 말 다했다.
최근 만든 리스트도 읽다가 팽개친 책들에 대해서였는데, 최근 열흘 사이에도 읽다가 내던져둔 책이 만만치 않다. 물론 얘네들은 아예 포기한 건 아니고 다시 집어들고 읽을 예정이지만 솔직히 좀 막막하기도 하다. 아, 어쩐다냐.. 여름 되면서 남들은 식욕도 줄고 잠도 없어져 독서량이 늘었다는데 난 남들 2배만큼 먹고 3배만큼 자면서 10분의 1만치도 못 읽고 있다. -_-;;;
알베르토 망구엘 <나의 그림 읽기>
재미도 있고 도판도 좋은데 모르는 화가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진도 안 나감.
게다가 지난주에 어수선한 상황에서 미가 어쩌고 예술이 어쩌고 하는 내용이 도저히 머리에 안 들어와서 팽개친 이후로 다시 못 집어들고 있다. 빨리 읽어야 하는데..
미셸 깽 <처절한 정원>
위의 애를 던지고 집어든 게 얘다. 사놓은 지는 몇 년 되는데 이 얇은 책을 아직도 안 읽었었다. 제목과 역자 서문에서 풍기는 암울함 때문이었는데, 기분이 이럴 때 읽어야겠다 싶어서 집어들었다.
근데 그넘의 역자 서문이 훌륭한 스포일러 역할을 해주시는 바람에 맨 뒤의 반전 부분만 낼름 찾아 읽고 30분 동안 운 다음 다시 안 읽고 있다. 우느라 기운 빠져서 그런가..
조세핀 테이 <시간은 진리의 딸>
요새 추리소설을 별로 안 읽어줬기에 도서관 가서 빌려온 책.
표지가 끔찍하게도 뼈다구;;;라서 적당한 크기의 빳빳한 종이를 찾아서 스카치테이프로 꼭꼭 붙여 절대 표지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끔 예방조치도 취해놨다.
근데, 3페이지 읽었다... -_-;;;
댄 브라운 <다빈치 코드>
다른 분들과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책 오자마자 읽으려고 했었는데 주춤하는 사이에 수많은 리뷰들을 읽어버렸고 덩달아 실망해버렸다. 쯥.
너, 그러면 안 되지.. 그렇게 선전을 빵빵하게 해놓고 말이야..
알베르 코엔 <내 어머니의 책>
제목이 좋아서 샀는데 내용은 음.. 음.. 상당히 프랑스적이다.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약간 암울하기도 하고 늘어지기도 하고, 단숨에 읽어치우려고 작정했는데 한 반쯤 읽다가 그만..
표정훈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요새 신문 잡지에서 자주 보는 이름이다. 책에 대한 책이기도 해서 집어들었는데 문장이 그리 훌륭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소재도 그냥 그렇고.. 지금까지 수없이 읽어온 독서 에세이와 그닥 차별화되지 않아 계속 읽을 맘이 나질 않는다.
6월 들어서 책 몇 권 읽었는지 말하면, 알라딘 서재쥔장님들이 다시는 같이 안 놀아줄 것 같아서, 아예 서재에 발도 못 들이게 할 것 같아서 말 못하겠다. ㅠㅠ 빨리 제대로 된 내공을 쌓아서 돌아와야지. (어느 세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