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질을 책의 양이 뛰어 넘은건 아니다..

가끔 양에 집착해 책을 사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이 그랬다..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같은 작가의 '인더풀'까지 준다는 거였다.. 제목은 많이 들어봐서 어떤 책일까 궁금은 했지만 구입목록에 우선순위를 둔건 아니였는데 조건이 너무 좋아(요즘 책들의 유혹이란..^^)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싸다고 무조건 사냐는 핀잔도 들렸지만 그래도 도저히 내가 구입한 가격에 두권의 책값이 나오지 않아 구입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배송이 되어 내 손에 쥐고도 이거 혹시 허접한 책이 아닐까 하는 쓰잘떼기 없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 얇은 케이스에 두권이 같이 들어있는게 우선 마음에 들었다..(오옷! 책의 인상착의에만 집착을..)

유쾌한 책이라는 광고문구가 그득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늦은밤이였고 그날따라 책한줄 못읽은데다 피로까지 겹쳐 이 책을 읽기에는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유쾌하게 해줄거라는 기대하에..

 

첫이야기는 뾰족한 것만 보면 기겁을 하는 야쿠자의 얘기였는데 약간의 욕과 거친면들이 나와 인상이 찌뿌려졌다.. 펴자마자 이런 내용이라니... 일본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했는데 막 생기고 있었다...

깊은 밤의 독서는 하루를 마감하는 의미도 있어.. 아무리 유쾌하더라도 이런 내용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조금 읽고 책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나 그런 증상을 가지고 있다 라는 소문은 별로 듣지 못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이라부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책에서 나온 증상의 진위여부를 논하였던 것은 책을 읽으면서 내마음속을  들켜버린 것처럼 엄습해오는 뜨끔함 때문이였다..

내가 감추고 있던 것들을 이라부와 환자들은 나누고 있었기에 그들이 부러운반면 나는 움츠렸다 폈다를 번복하고 있었다..

특히 장인이자 병원장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는 다쓰로의 얘기는 가장 유쾌하면서도 통쾌하며 뜨끔했던게 늘 내가 가지고 있는 충동적인 결과의 진행여부의 상상을 통해 무언가를 일으키고 싶다는 본능의 공감 때문이였다..

조금은 거창한 말이 되었지만 예를 들면 기우뚱한 물건을 넘어뜨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결과를 상상하면서도 실행은 한번도 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과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면서 결과를 상상하는 다쓰로와 동질감을 느끼면서 이런게 나만 있는게 아니구나 라는 안심과 함게 엉뚱한 이라부의 치료와 마유미의 주사가 못내 아쉬웠다..

도저히 의사라 할 수없는 이라부의 낙천적인면과 천진난만함.. 상식을 깨는 생각과 행동들 앞에 스스로 자신들을 찾아가는 환자들의 모습이 처음에 야쿠자의 이야기를 통해 느꼈던 불쾌함과 싸이코틱한면들이 인간미로 바뀌고 있었다... 늘 닫고 있었던 그럴 수 없다라는 것들을 하나씩 깨줌으로써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저히 진지함이란 없는 의사 이라부 앞에서 말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각과 행동들이 이라부 앞에서 눈깜짝할사이에 고쳐졌다면 오히려 더 황당했을 이라부의 괴상한 치료에 마음을 여는 환자들을 보며 관심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상식적인 관심을 깨는 이라부였지만 그 상식을 깨는 관심덕에 좀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지 않았나 싶다... 이라부는 치료와 관심이 아닌 환자의 상황을 오히려 즐기며 당황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런 부조화 속에서 솟아나는 환자들의 편안한 마음들이 우선은 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말하고 싶었다...

새로운 환자들이 나오고 이라부를 만나는 과정의 패턴은 비슷해 식상했지만 환자 개개인에 대한 즐김의 방향이 달랐던 이라부 덕에 경계심이 웃음으로 바뀌기도 했다..

 

특이한 정신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역시나 특이한 증상들의 환자들.. 내 상상의 언저리나 존재할 것 같은 일들을 끄집어 내 독자들을 편하게 해주는 저자의 재치에 나도 항복해 버린 것이다..

처음 이라부와 만나 스스로를 찾아가던 환자들처럼 한권의 책을 읽으며 책을 펼치고 덮는 순간의 감정이 파노라마처럼 바뀌어 마치 이라부에게 치료를 받은 느낌이였다..-마유미의 독특한 주사는 없었지만 ㅋ...- 이러한 나의 감정의 변화만 보더라도 이라부의 전문이 병원이름처럼 종합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의사로 보지도 않았던 마음의 얄팍한 변덕이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 존 버거

 
 
 
 
 
 
- 책은 내가 사는게 대부분이지만...
누구에게 받느냐도 참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전 읽은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에서 많은 책들을 만났습니다.
그 책들을 위시리스트에 담으며 지금 읽으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책 클럽에서 친한분은 제 생각까지 읽습니다..
 
갑자기 책 선물을 해주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얼마 전에 받은 책이 있음에도 전 또 홀라당 신청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에서 나온 존 버거의 책이지요....
책이 정말 쏜살 같이 날아왔는데...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깔끔한 책 표지, 제목, 출판사, 저자의 이름....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 주었다는 기쁨까지..
 
내 마음이...
무척이나 맑아지는 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현산어보를 찾아서 1 - 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2년도 'tv,책을 말하다' 올해의 책 10권중에서 선정된 책이라서 알게 되었다. tv에서 나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책에다 우연히 서점에서 보았더라도 이런 애착을 가지고 읽게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미디어의 힘을 느꼈지만 우선은 내용을 따져 보기로 했다. 그런것들을 다 일축할만한 책인가 라는....

오래전부터 사서읽어보고 싶었지만 5권이나 되는 책에다 권당 2만원이 넘는 가격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평소에 자연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특히 바다속이나 물속에 관련된...)무척 관심이 갔지만 가격의 부담인지 다른책들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작년생일 선물을 책으로 다 거둬들이면서(ㅋㅋ..) 친구에게 이책을 사달라고 해서 드디어 쥐게 되었는데 과거의 이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조금더 나의 독서습관에 대해서 말하자면 읽어둘 책이 수십권이 쌓여있는대도 책을 늘 사고-절대 경제적 여유와는 상관없는 구매-그날 기분에 따라 책꽃이 앞에서 서성이다 책을 골라서 읽는 편인데 이 책처럼 간절히 원해서 사도 읽는시기는 나도 추측할 수없다.. 그러나 이렇게 게으른 습관때문에 책에 대해 실패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고른 탓도 있겠지만-이 책은 그러한 범위를 넘어선 책이였다...

 

예전에 tv에서 이 책에 대한 설명과 따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본터라 초반을 시작하는데는 어렵지 않았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를 가서 쓴 책인데 200년이 지난 후에도 소중한 해양생물학 서적의 보고가 되고 있고 최초라는 데에서 의의가 크다는 것.. 그리고 우연히 번역되어 있는 현산어보를 통해 현직 고등학교 생물교사가 7년여에 걸쳐 썼다는 것등 다큐멘터리를 통해 좀 더 생생히 접할 수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건 별로 없지만 그런 기초지식들이 이 책을 훨씬 수월하게 그리고 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된것만은 틀림없다...

400페이지가 되는 책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고 흥미진진한 내용이 끊이질 않아 밤깊어가는 줄 모르고 탐독을 했다-저자도 번역본을 만났을때 이런 느낌이였으리라- 책을 덮으면서 연신 '너무 재미있어!'라는 탄성을 지르며 행복한 미소까지 지으니 책한권으로 이런 기분을 느껴본게 얼마만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1권을 부제에서 나왔듯이 정약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정약전의 생애,가족,환경,학문적인 갈망 가치관등 흑산도에서의 생활에만 국한된것이 아닌 여러방면을 드나들며 설명해준다..

어쩔땐 내가 평전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착각도 들었지만 그런 가운데 현산어보에 나온 생물들을 여러가지의 문헌과 저자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하나 하나 정리하고 유추하고 결정짓는 과정이나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생물 세계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새로운 사실들과 세밀화와 사진등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가고 이해해가는 과정이 그렇게 신이 날수가 없었다..

때론 동심으로 돌아가며 때론 200년전의 흑산도로 돌아가 그 생물들을 관찰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처럼 시간과 공간을 잊기가 일쑤였다..

평소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인탓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을 독서의 즐거움이 아니겠냐라고 표현할수도 있겠지만 최근에 만난 책 중에서 그런 것들을 선사하는 책중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가만히 앉아서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면서도 더 편하게 추구하려는 습성 때문인지 세밀화를 통한 상상력 부족에 좀더 나은 실물.. 거기다 동영상까지 바라게 되었지만 저자의 노력과 옛 학자들의 열정앞에 그래도 난 참 좋은세상에서 편하게 독서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게 오래전에도 이런 나의 상상력 부족을 뒷받침 해주도록 그림이 남아 있다는 점 그리고 표현만으로도 어림짐작 할 수 있다는 점등이 특히 놀라웠다.. 저자의 열정으로 그런 비교를 통해 많은 것들을 알아 갔지만 어느새 저자의 아쉬움이 나의 아쉬움이 되고 저자의 궁금증이 나의 궁금증이 되는 옮김의 농도가 짙어간 것이였다..

현산어보가 해족도설-그림 도자가 있으니 현산어보와의 큰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는걸 알수있다-이 될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움, 자산어보가 왜 현산어보인지에 대한 궁금증 해결, 정약전이 어떻게 해양새물학서적을 쓸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이해등 곳곳에 저자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구석이 없어 읽는 내내 감탄사를 내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양한 상식제공.. 저자의 또 다른 해석에 대한 접근방법.. 친밀하고 정감 있고 흥미있게 다가오는 문체 등이 그런 가치를 더 높여주었다..

나의 이런 개인적인 즐거움을 넘어 200년전의 정약전이 그러했던 것처럼 저자의 이런 열정을 통해 현세에 역사적,보존적,학문적인 큰 가치를 남긴 것이다.. 일반인들이 좀더 쉽게 접할수 있고 관심을 가지게 하는 의도 부터가 그런 가치를 더 돋보이게 하고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전공분야의 연구성과만으로도 이런 결과가 나올까말까인데 현직교사가 이런 열정을 쏟아부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한편 자랑스럽고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야에 대한 이런 열정이 끊이지 않을때 우리나라의 열악한 연구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고 그런 시도의 한 성과로써 이 책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일강의 여신 3
윌버 스미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예상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것에 대해..

토마스 만은 그런 말을 했다.(요셉과 그 형제들 4권중에...)

'모든 이별의 고통은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되리라는, 이 필연적 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망각 이후에는 아무런 고통도 느낄 수 없게 된다. 바로 그래서 미리 애통해하며 우는 것이다'

라고.. 예상치 못한 눈물의 근원을 찾은 셈이다.

난 그들과의 이별을 애통해 했다. 어쩔 수 없는 망각을 알기에.. 그리고 그 사이에 그들에게 정이 듬뿍 들었기 때문에.

타누스와 로스트리스의 죽음.. 그리고 타이타와 그외의 낯익었던 인물들과의 헤어짐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 헤어짐 안에는 세월의 흐름도 무시하지 못했다.

1권에서의 싱싱함.. 2권에서의 젊음.. 3권에서의 생로병사...

그 허구의 삶속에서의 그들을 그리워하고 그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눈다 착각하며 지켜본 것인데 그들은 그렇게 떠나버린 것이다. 그들의 부재는 내가 삶을 맞이하기 전에도 있어왔고 그들을 알고 잊어 버린 뒤에도 늘 있을 테지만 나는 아직 놓아버리지 못했다. 그들의 존재를....

 

타누스와 타이타의 도움을 받긴하지만 이집트는 힉소스 족을 감당하기엔 벅찼다. 결국 이집트인들과 로스트리스 여왕 멤논 왕자 측근들은 남 나일강을 따라 망명길에 오른다. 험난한 폭포를 지나며 농사를 지어가며 국력을 강화하며 시작된 망명생활은 20년이 지나서야 이집트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전차와 말을 이용한 힉소스 족을 따라잡기엔 20년의 세월도 부족했지만 결국 그들은 테베를 기점으로 힉소스족을 몰아내고 험란한 통일의 제국의 길의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망명생활중에 로스트리스는 점점 여왕으로써의 자질을 갖추어가고 타누스와의 변치 않는 사랑으로 공주를 두명 더 낳게 된다.(왕이 죽은 후에 로스트리스의 임신을 정당화시킬 수 있었던 건 파라오가 죽기전에 로스트리스에게 자기의 왕묘를 완성해달라는 부탁하에 파라오의 유해를 싣고 다님으로 인한 타이타의 신화적 중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망명생활이라는 그 자체가 순탄할 수 많은 없는 법...

새로운 땅의 새로운 민족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야 했고 힉소스족에게 대항하기 위해 전차를 연구하고 말을 키우고 돌림병으로 말들이 폐사하고 그런 과정속에 시간은 흘러만 간다.

그러던 중 타누스,멤논,타이타 일행은 탐험중에 에티오피라인을 만나고 그들의 분열속에 포로가 된 다른 족장의 딸 미사라에게 멤논이 반해 그녀를 구하려다 되려 타이타가 포로가 되어 버린다. 미사라와 타이타의 계획속에 타이타는 탈출하여 미사라의 아버지에게 가서 이집트와의 조건 계약을 한 후 전쟁을 일으킨다. 가장 큰 궁극적인 원인은 멤논과 미사라의 사랑 때문이였다. 그러나 그 전쟁에 참가했던 타누스는 전사하고 만다.

끝내 자기의 아내가 되지 못한 로스트리스를 남겨둔채..

타이타는 로스트리스의 슬픔을 멤논에게 떠맡겨버리고 타누스의 시신을 수습한 후 로스트리스 곁으로 돌아가 이집트로 출격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로스트리스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테베를 갈망하던 그녀는 다행히 그곳에 도착해 죽음을 맞이한다.

 

처음 1,2권을 읽을때 제목과 상응하는 내용이 안나온다고 생각했다. 나일강의 여신이라면 하피신의 보호를 받는 로스트리스를 명하는 것인데 로스트리스가 중점이긴해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3권을 읽으면서부터 나일강의 여신에 로스트리스보다 하피여신에게 내재된 의의가 더 크다는 걸 느껴갔다.

이집트에서 나일강은 빼놓을 수 없듯이 로스트리스,나일강, 하피 여신이 삼위일체가 되어 펼쳐지는 서사 속에 제목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처음 서문에 파피루스 속에서 이모든 이야기를 써내려간 타이타의 존재 속에는 마모세 왕묘속의 타누스를 만날 수 있었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타누스가 파라오가 되는줄 알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분위기는 못 느꼈다.

그러나 의문은 마지막에 풀렸다. 타이타는 타누스의 장례식과 파라오 왕묘의 완공 행사의 비슷한 시기를 이용해 미이라를 바꿔버린 것이다. 그래서 파피루스가 마모세 왕묘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것이다. 로스트리스와 타누스가 떠나고 새로운 왕 멤논과 왕비 미사라가 탄생했지만 여전히 타이타는 그들을 지켜줘야 한다며 끝을 맺는다.(끝이면서도 새로운 세계의 예고를 알리는 저자의 맺음에 그들과 또 만날 수 있다는 헛된 상상을 품어 보았다. 내가 그들을 알지 못했듯이.. 그리고 이처럼 그들을 그리워 하듯이 말이다.)

 

3권의 내용은 방대했다. 1~3권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 했고 나의 능력으로는 줄거리의 요약이 엉성할 정도였다. 이집트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나라속에서 만나는 이방의 국가의 모험은 또다른 재미를 주었고 이집트 역사와 신들의 각축속에 신성함을 느꼈고 세대교체 속에서 그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나로써는 멤논과 미사라의 사랑과 젊음 속에 신선함을 느꼈지만 로스트리스와 타누스 그리고 타이타의 늙음이 서글펐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 법이지만 타누스와 로스트리스의 죽음을 맞이하며 내가 흘린 눈물은 그들의 안타까운 비극적인 사랑과 이별의 슬픔도 있었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는 인간의 한낱 미미함속에 더이상 그들을 잡을 수 없음이 너무 서러웠다.

망각의 눈물일지라도 그들을 놓고 싶지 않았고 그들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는데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티가 난다는 옛말처럼 그들의 부재의 허전함이 컸다.

고대 이집트에 푹 빠져들었고 어느새 이집트인이 되어가던 나였는데 이제 그 여행을 마쳐야만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방대했던 이집트의 역사,문화,문명의 발전 속에서 그들을 중점으로 너무 두지 않으려 했건만 감정에 구속되어 있는 인간인지라 그들과의 정을 이리 떼기가 힘든가 보다.

 

소설의 중점을 논한다는게 우습기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변하고 변했던 드러남의 중요함이 아닌 인간 삶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들이 충실하게 살아줬기에 모든것이 조화로울 수 있었고 그 조화속에서 모든것이 빛났던 것이다.

현실 도피를 도모하며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경향이 있는 나인데 이번에는 고대 이집트에 제대로 빠져본 것 같다.

내가 작정하고 빠지려고 해도 빠져지지 않는 것이 사람 맘인데 어느새 그 마음을 차지하고 들어오는 이집트와 이집트 인들의 삶...

그 여행이 꿈결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일강의 여신 2
윌버 스미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계속 이집트의 꿈을 꾼다.. 나일강의 여신을 읽고 자면 꿈속에서 이집트를 만난다. 2권부터 그런 움직임이 짙어졌고 책을 열때마나 펼쳐지는 이집트의 모습이 생생해져 갔다. 로스트리스와 타누스는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았고 타이타의 언변의 기술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그들 앞에 놓여진 운명도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이 나의 꿈속을 어지럽히고 꿈인지 소설인지 헷갈릴정도의 몽롱함의 하루 하루가 연속되어 갔다.

 

1권에 이어 2권을 대략 얘기하자면 로스트리스의 결혼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타누스를 타이타가 건져내여(?) 왕과 약속했던 떼까치파를 소탕하게 된다. 그런 후 로스트리스와 교묘한 만남을 주선해서 왕자 멤논을 잉태하고 2년전 오시리스 축제때 파라오와 약속한 떼까치파의 소탕의 결과를 알리던 타누스는 로스트리스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 인테프의 악행을 드러내고 타이타의 증언으로 인테프를 극형에 처하려던 찰나 인테프는 유유히 도망을 친다.

그러는 와중에 로스트리스는 출산을 하고 파라오 마모세는 왕업을 이어줄 아들의 탄생을 감격해하면서 로스트리스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타이타의 중재로 타누스와 로스트리스 그리고 멤논은 각자의 위치에서 적정 거리를 둔채 그럭저럭 만족해하며 생활해 가지만 그런 평온은 오래가지 않는걸까?이집트는 아시아계 유목민족 힉소스족의 침략을 받는다. 전쟁이라면 어느 정도 자긍심을 갖고 있던 이집트였지만 말과 전차를 이용한 힉소스족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마모세왕은 전사하고 모든 왕권의 위임을 받은 로스트리스는 전쟁을 준비하고 대책을 세우며 타누스와 타이타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이 전쟁의 가운데는 힉소스족을 부추겨 이집트를 통째로 삼키려는 인테프경이 있었고 자신의 야욕을 위해 딸까지 이용한 악랄함이 내부의 갈등으로 부패될대로 부패된 이집트를 더 위험에 빠트린다.

 

2권도 이렇게 끝이나고 지루함없이 재미나게 읽었다.

그러나 조금씩 빈틈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가운데 하나는 타이타의 뛰어난 능력이였다. 너무 설치다 싶을 정도의 다양한 능력발휘는 여러곳의 헛점을 혼자서 틀어막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 짜증도 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의 언변은 지칠줄 몰랐고 그의 말마따나 그가 아니면 많은 것들이 더 얽혀버렸을 이야기꾼으로의 또다른 능력의 타이타를 만날 수 있었지만 그의 문체에서 한가지 부족한게 있다면 긴장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1권에서는 절망적이던 로스트리스와 타누스의 사랑은 각자의 위치에서도 어느정도 틀을 형성해갔고 타이타의 희망적인 예언이 있기는 했지만 2권에서 그들은 중점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집트의 왕자가 잔짜 왕자가 아니라는 엄청난 사실 앞에서도 그들의 관계는 너무 태연히 진행되었고(의문스럽기까지 했다. 다른 비밀들은 그렇게 잘 새어나가는데 타누스와 로스트리의 관계는 누설에서 아예 차단된 느낌이였다.) 그런 태연함이 긴장감을 감소시켰다. 이집트의 세계에 푹 빠져있긴해도 감정의 굴곡이 적은 제3자인 독자라는 인식이 짙었고 소설은 위험스럽게 흘러가도 그에 대응한 복선의 두려움이 적었다.

1권에서의 불행한 운명은 2권에서 만큼은 희망적일거라는 결론의 도달앞에 나아갔고 굵은 사건이 나와도 나는 구경꾼의 입장이 되는 긴장감이 약해 조금은 아쉬웠다.

 

그러나 끊임없이 그려보는 이집트의 세계는 무한했고 그러한 가운데 문명의 발전의 시작은 지금의 문명과 너무도 흡사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수술이며 건축에 필요한 양식 등등) 그러한 것들을 보고 있으면 이집트의 문명 발전에 놀래야 하는건지 지금의 모습을 너무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해야할지 고민이 갈 정도였다. 그래서 책마다 부제목과 소제목이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그 제목이 있었더라면 시간의 흐름과 배경을 좀더 쉽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싶다.

 

여튼 전체적인 맥락과 틀은 1권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난건 아니지만 그 기대치가 큰만큼 2권에서는 헛점을 찾으려 애썼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1권 칭찬에 대한 균형이라도 맞추려는 듯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