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 1 - 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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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 'tv,책을 말하다' 올해의 책 10권중에서 선정된 책이라서 알게 되었다. tv에서 나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책에다 우연히 서점에서 보았더라도 이런 애착을 가지고 읽게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미디어의 힘을 느꼈지만 우선은 내용을 따져 보기로 했다. 그런것들을 다 일축할만한 책인가 라는....

오래전부터 사서읽어보고 싶었지만 5권이나 되는 책에다 권당 2만원이 넘는 가격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평소에 자연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특히 바다속이나 물속에 관련된...)무척 관심이 갔지만 가격의 부담인지 다른책들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작년생일 선물을 책으로 다 거둬들이면서(ㅋㅋ..) 친구에게 이책을 사달라고 해서 드디어 쥐게 되었는데 과거의 이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조금더 나의 독서습관에 대해서 말하자면 읽어둘 책이 수십권이 쌓여있는대도 책을 늘 사고-절대 경제적 여유와는 상관없는 구매-그날 기분에 따라 책꽃이 앞에서 서성이다 책을 골라서 읽는 편인데 이 책처럼 간절히 원해서 사도 읽는시기는 나도 추측할 수없다.. 그러나 이렇게 게으른 습관때문에 책에 대해 실패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고른 탓도 있겠지만-이 책은 그러한 범위를 넘어선 책이였다...

 

예전에 tv에서 이 책에 대한 설명과 따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본터라 초반을 시작하는데는 어렵지 않았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를 가서 쓴 책인데 200년이 지난 후에도 소중한 해양생물학 서적의 보고가 되고 있고 최초라는 데에서 의의가 크다는 것.. 그리고 우연히 번역되어 있는 현산어보를 통해 현직 고등학교 생물교사가 7년여에 걸쳐 썼다는 것등 다큐멘터리를 통해 좀 더 생생히 접할 수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건 별로 없지만 그런 기초지식들이 이 책을 훨씬 수월하게 그리고 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된것만은 틀림없다...

400페이지가 되는 책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고 흥미진진한 내용이 끊이질 않아 밤깊어가는 줄 모르고 탐독을 했다-저자도 번역본을 만났을때 이런 느낌이였으리라- 책을 덮으면서 연신 '너무 재미있어!'라는 탄성을 지르며 행복한 미소까지 지으니 책한권으로 이런 기분을 느껴본게 얼마만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1권을 부제에서 나왔듯이 정약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정약전의 생애,가족,환경,학문적인 갈망 가치관등 흑산도에서의 생활에만 국한된것이 아닌 여러방면을 드나들며 설명해준다..

어쩔땐 내가 평전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착각도 들었지만 그런 가운데 현산어보에 나온 생물들을 여러가지의 문헌과 저자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하나 하나 정리하고 유추하고 결정짓는 과정이나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생물 세계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새로운 사실들과 세밀화와 사진등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가고 이해해가는 과정이 그렇게 신이 날수가 없었다..

때론 동심으로 돌아가며 때론 200년전의 흑산도로 돌아가 그 생물들을 관찰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처럼 시간과 공간을 잊기가 일쑤였다..

평소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인탓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을 독서의 즐거움이 아니겠냐라고 표현할수도 있겠지만 최근에 만난 책 중에서 그런 것들을 선사하는 책중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가만히 앉아서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면서도 더 편하게 추구하려는 습성 때문인지 세밀화를 통한 상상력 부족에 좀더 나은 실물.. 거기다 동영상까지 바라게 되었지만 저자의 노력과 옛 학자들의 열정앞에 그래도 난 참 좋은세상에서 편하게 독서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게 오래전에도 이런 나의 상상력 부족을 뒷받침 해주도록 그림이 남아 있다는 점 그리고 표현만으로도 어림짐작 할 수 있다는 점등이 특히 놀라웠다.. 저자의 열정으로 그런 비교를 통해 많은 것들을 알아 갔지만 어느새 저자의 아쉬움이 나의 아쉬움이 되고 저자의 궁금증이 나의 궁금증이 되는 옮김의 농도가 짙어간 것이였다..

현산어보가 해족도설-그림 도자가 있으니 현산어보와의 큰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는걸 알수있다-이 될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움, 자산어보가 왜 현산어보인지에 대한 궁금증 해결, 정약전이 어떻게 해양새물학서적을 쓸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이해등 곳곳에 저자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구석이 없어 읽는 내내 감탄사를 내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양한 상식제공.. 저자의 또 다른 해석에 대한 접근방법.. 친밀하고 정감 있고 흥미있게 다가오는 문체 등이 그런 가치를 더 높여주었다..

나의 이런 개인적인 즐거움을 넘어 200년전의 정약전이 그러했던 것처럼 저자의 이런 열정을 통해 현세에 역사적,보존적,학문적인 큰 가치를 남긴 것이다.. 일반인들이 좀더 쉽게 접할수 있고 관심을 가지게 하는 의도 부터가 그런 가치를 더 돋보이게 하고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전공분야의 연구성과만으로도 이런 결과가 나올까말까인데 현직교사가 이런 열정을 쏟아부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한편 자랑스럽고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야에 대한 이런 열정이 끊이지 않을때 우리나라의 열악한 연구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고 그런 시도의 한 성과로써 이 책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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